취향이 좋은 사람들 중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항상 색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며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과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그만의 스타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둘 다 나름의 멋이 있지만 전자는 개성 있어 보이고 후자는 세련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개성이라는 것은 표현하려 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더 개성 있을 수 있다. 매력적인 향수 컬렉션을 선보이는 에어린 뷰티의 창립자이자 에스티 로더의 스타일&이미지 디렉터인 에어린 로더를 서울에서 처음 만난 날, 그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익숙하게 보아온 뚜렷한 취향은 에어린 향수 컬렉션은 물론 지난달 한국에 첫선을 보인 홈 컬렉션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에어린 로더를 만나 일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액자와 보석 상자, 포슬린 소재의  치자꽃 모형 장식품은 에어린 홈 컬렉션. 매혹적인 장미 향의 로즈 오일과 로즈 

립 컨디셔너는 에어린 제품.

   

블랙 시스루 드레스는 메종드제인. 금빛 화병은 에어린 홈 컬렉션. 사이드 테이블은 에덴리빙. 암체어는 르쏘메. 투명 유리 재질의 플로어 조명은 무아쏘니에.

   

베이지&그레이 스트라이프 패턴 체어는 파넬. 샹들리에는 힐로라이팅. 사이드 테이블은 에덴리빙. 겨울밤 포근한 담요처럼 부드러운 향을 선사하는 앰버 머스크 보디 크림과 은은한 장미 향의 이브닝 로즈 보디 크림, 지중해에서 영감을 얻은 매디터래니안 허니써클 보디 크림, 우디 향과 플로럴 향이 조화로운 아이리스 메도우 보디 크림은 모두 에어린 제품.

   

네이비 펄 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 다이아몬드 패턴의 암체어는 르쏘메. 

  멋있는 스타일에 절대불변의 규칙 같은 건 없지만 좋은 안목과 즐길 줄 아는 여유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닮고 싶은 취향과 스타일을 갖춘 사람을 보면 그 비결이 더욱 궁금해진다. 에어린 뷰티의 창립자이자 에스티 로더의 스타일&이미지 디렉터인 에어린 로더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를 직접 만나 우아한 취향과 세련된 스타일의 비결을 듣고 싶었다. 세계적 뷰티 브랜드를 이끌어온 할머니와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가족들 속에서 유년기를 보낸 에어린 로더는 늘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는 삶을 살았다. 흔히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패셔너블한 것을 떠올리지만, 에어린 로더의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습관과도 같았다. 1992년부터 에스티 로더의 제품 개발과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고 있는 에어린 로더는 2012년,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듯 자신의 이름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리고 올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 에어린을 론칭하면서 그녀의 첫 한국 방문이 이루어졌다. 인터뷰 당일, 에어린 로더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먹어보고 싶었던 것,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문화 행사를 빼곡히 적어왔다.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은 그녀를 여느 여행객처럼 보이게 했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현장의 스태프들을 진두지휘하며 의상에서부터 꽃 장식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은 글로벌 브랜드의 경영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 자체였다. 에어린 로더와 촬영을 하면서 ‘유능한 여자는 한가하거나 피곤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예요. 그리고 그동안 궁금했던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말 놀랍도록 다양한 매니큐어 색상도 기억에 남네요. 사실 이번 방문을 통해 경험하게 된 한국 문화, 음식, 예술 그리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에어린이란 브랜드가 생소해요.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요? 에어린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은 모던하고 여성스러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예요. 절로 웃음 짓게 하는 제품을 선보이죠. 디자인, 텍스처, 색감 등 각각의 요소들 속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늘 고민해요. 뷰티 브랜드는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아름다움의 핵심은 즐거움에 있다고 믿으니까요.

에어린을 론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운이 좋게도 태어날 때부터 뷰티업계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덕분에 저절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뷰티는 저에게 유산이자 열정이고, 이제는 저만의 방식으로 뷰티를 해석해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어요. 브랜드 론칭 후 지난 4년간의 경험은 제가 꿈꾸던 멋진 여정이었어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브랜드인 만큼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할머니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하셨는데, 일에 대한 열정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아요.

20여 년간 뷰티업계에서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경영해보니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SNS의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이제 우리의 삶에서 제외할 수 없는 부분이 됐어요. 지금 이 시각 뉴욕의 ?느껴요. 이제 우리의 삶에서 제외할 수 없는 부분이 됐어요. 지금 이 시각 뉴욕의 트렌드가 동시에 서울의 트렌드가 될 수 있는 건 SNS의 힘이죠. 저도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는데, 집과 관련된 사진, 여행지의 풍경, 에어린 브랜드의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것들을 찍어서 자주 포스팅하고 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기도 해요. SNS를 통한 소통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오리엔탈 무드의 실크 드레스는 메종드제인. 금빛 화병은 모두 에어린 홈 컬렉션. 빈티지 스타일의 콘솔은 무아쏘니에. 패브릭 암체어는 메종티시아. 나뭇잎 패턴의 벽지는 DID 벽지. 

   

눈 내리는 겨울 밤, 꽃이 만발한 봄 풍경, 센트럴파크에서의 산책 등 일상의 이미지를 향으로 제안하는 에어린 프래그런스 컬렉션.

 

저도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어요. SNS를 통해 본 당신의 일상은 에어린 향수 컬렉션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삶이 향수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맞아요! 그렇게 느꼈다니 정말 기뻐요. 저에게 향수는 단순한 향기가 아닌 삶의 여정과 같아서 에어린 프래그런스 컬렉션에 저 개인의 일상과 기억을 표현하고 있어요. 향수는 그 향에 담긴 이야기들 때문에 더욱 특별해지거든요. 2017년에도  저의 일상이나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을 주제로 더 많은 이야기를 표현해보려 해요.

향수 외에도 에어린 뷰티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제품이 많아요. <메종> 독자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무엇인가요? 에어린 로즈 컬렉션의 립 컨디셔너인데요, 정말 멋진 제품이에요. 투명한 누드 톤으로 보습용 립밤으로 사용해도 좋고, 립스틱 위에 덧발라도 되죠. 입술을 촉촉하고 향기롭게 가꿔줘요. 특히 은은한 로즈 향이 압권이죠.

올가을 한국에 론칭한 에어린 홈 컬렉션 중에서는 어떤 제품을 추천하고 싶은가요? 저는 여성스럽고 럭셔리하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해요. 편리한 사용법 또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메종> 독자들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매우 높다고 들었어요.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 너무 많이 떠올라서 한 가지만 고르기가 어렵군요. 이번 F/W 시즌에 선보인 홈 데코 컬렉션 전체를 추천하면 어떨까요? 

그럼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게요. 친한 친구에게 딱 한 가지 에어린 제품을 선물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어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시그너처 향이 필요하죠. 에어린 프래그런스 컬렉션은 다양한 향수를 담고 있는 옷장과 같아요. 그 옷장을 여는 여성을 다른 세계로 인도하기도 하고, 향에 따라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죠. 저는 요즘 탠제르 바닐 향을 즐겨 사용하는데, 겨울에 잘 어울리는 포근하고 리치한 향이랍니다.

할머니이신 에스티 로더 여사에 관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일과 가정에 관해 들었던 조언이 있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 최고의 가족이자 친구, 롤모델이었어요. 열정, 노력, 가족의 의미,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셨죠. “너의 직감을 믿고, 실수했을 땐 바로 인정하고, 칭찬을 해야 할 때는 칭찬을 아끼지 말거라”라고 하셨던 말씀이 언제나 큰 힘이 돼요.

에스티 로더의 스타일&이미지 디렉터이자 에어린의 대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교육위원회와 현대미술관 국제위원회의 일 그리고 노이에 갤러리 일까지 겸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소화하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모든 것은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에게도 그게 가장 큰 숙제예요. 가정이 있는 여느 커리어우먼들처럼 말이죠.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소한 행복을 위한 시간이나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해요. 센트럴파크를 걷기도 하고, 햄프턴 해안가를 따라 걷거나 들꽃이 피어 있는 시골 길을 혼자 거닐기도 해요. 걸을 때 음악은 듣지 않아요. 고요함 속에서 생각을 펼치고 주변에 있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시간을 즐겨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네요.

당신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우리 집이요. 예전에 할머니가 사셨던 집인데, 아름다운 백장미를 정원 가득 가꾸셨죠. 아직까지 그 정원을 잘 유지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정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 베란다를 설치했는데, 거기서 저녁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해요. 저희 가족이 즐겨 사용하는 수영장 옆 작은 공간에도 장미를 더 심어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공간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사소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독자들에게 인테리어 팁을 전해주세요. 향초를 활용해보세요. 저는 향초를 켜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더라고요. 어떤 공간이든 향초를 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죠. 얼마 전에 에어린 홈 컬렉션에서 론칭한 위제스 투베로즈 향초는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는데, 그 향초를 켤 때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저를 데려다줘요. 

본인만의 특별한 뷰티 노하우도 있겠죠? 나이트 스킨케어가 정말 중요해요. 어디를 가든 잠자리에 들기 전엔 꼭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세럼을 발라요. 복잡한 뷰티 루틴을 따르거나 많은 개수의 제품을 사용하지는 않아요. 메이크업도 간단하게 해요. 소량의 파운데이션과 브론징 파우더는 햇살을 머금은 피부처럼 은은한 빛을 선사하고,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 그리고 에어린 로즈 립 컨디셔너는 얼굴에 생기를 더해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또 머리를 빗기 전에 빗에 향수를 살짝 뿌려서 빗질을 하는데, 이 방법은 향기를 자연스럽게 퍼지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에요. 여행할 때는 향수를 여행 가방 안에 뿌리기도 하는데, 여행지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면 옷에 아름다운 향이 배어 있어서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어떤 사람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나요? 자신감 있는 사람이죠. 할머니께서는 “사람은 속이 아름다우면 겉모습도 아름다운 법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모든 여성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으셨죠. “우리는 얼굴이 하나란다. 그러니 잘 가꿔야 해.”라는 말씀도 자주 하셨어요. 

할머니의 말씀이 인상 깊군요. 당신은 평소 어떤 말을 자주 하세요? 제가 자주 하는 말도 실은 할머니에게서 들은 얘기예요. “전화하고, 편지를 보내서 여성들에게 좋은 정보를 알리자.” 이 말을 자주 해요. 요즘은 편지 대신 SNS를 이용하고 있지만요.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남편과 아이들. 우리 가족이죠.

어느새 크리스마스 시즌이에요. 연말 휴가를 즐겁게 보내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크리스마스 연휴는 항상 뉴욕에서 보내요. ‘21 클럽’에서 온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이브에 저녁 식사를 하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크리스마스 아침은 제 아이들과 파자마를 입고 벽난로 앞에서 크리스마스 양말 속에 들어 있는 선물들을 꺼내보는 거예요. 매년 그렇게 하고 있고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한국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에어린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