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새 옷이 필요 없다. 단지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패션이 있는 이유이다.” –발렌시아가 크레이에티브 디렉터 피촐리
“나는 로에베를 문화적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우리가 믿는 문화의 가치가 삶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선 앤더슨
“패션은 플랫폼이다. 내가 구찌에 넣고 싶은 건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
패션과 아트의 만남
이제 패션 브랜드는 단순히 옷의 디자인에만 치우치지 않고 문화적인 경험과 영감을 선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입는 방식을 넘어 사는 방식까지 제안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몬드리안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이브 생 로랑의 원피스가 1965년도 패션 피플의 이목을 즉각 잡아당겼다면, 퐁피두 센터에서 받은 영감을 패션과 패션쇼 무대 장치로 풀어낸 2019년 루이 비통의 콜라보레이션은 예술작품, 건축, 나아가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문화적 교류를 암시하고 있다. 유명 예술가와 협업해 그의 명성을 빌려오는 게 아니라 도리어 카우스의 경우처럼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메이저 브랜드의 인정을 획득하여 작품값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미술 전시회가 주로 관계자들에게 인정받는 자리라면, 패션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문화에 관심 있는 VIP 컨슈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따라 이제 패션계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정례화해 매년 전시회를 열거나, 패션 하우스를 아예 미술관 못지않은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디올의 레이디 백은 매해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정기 순회 전시회를 여는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별하기 때문에 이제는 행사에 참여한 작가 리스트만 봐도 주목받는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한편, 로에베는 스페인 가죽 장인의 공방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역사를 되살려 공예상을 제정해서 후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따라 이제 패션계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정례화해 매년 전시회를 열거나, 패션 하우스를 아예 미술관 못지않은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디올의 레이디 백은 매해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정기 순회 전시회를 여는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별하기 때문에 이제는 행사에 참여한 작가 리스트만 봐도 주목받는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한편, 로에베는 스페인 가죽 장인의 공방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역사를 되살려 공예상을 제정해서 후원하고 있다.패턴이나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제품의 탄생 배경, 로고나 태그를 비롯한 모든 광고 커뮤니케이션, 타깃 고객과 시기 선정의 전략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패션계에 은근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패션계가 이토록 아트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 남다른 품질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더이상 제품의 변별력을 드러내기 어렵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확장으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는 실제로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예술은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예술작품처럼 뛰어난 철학과 아이디어로 시대를 리드하고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 미술관이나 갤러리 못지않은 감성적, 정신적으로 충만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매장은 문화적 감수성을 갖춘 새로운 고객층을 ‘팬’으로 끌어들인다. 게다가 예술의 주제는 자연에서부터 과학 탐구, 심리학과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열려 있는 큰 그릇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