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의 하이라이트 피스를 통해 최신 시계 트렌드를 짚어본다.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3’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워치스앤원더스’는 스위스 고급시계재단(FHH)의 ‘국제 고급시계 박람회(SIHH, 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가 그 전신으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시계 및 보석 박람회 ‘바젤월드’의 유명 브랜드가 대거 합류하며 세계 최대의 시계 박람회로 거듭났다.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작년의 ‘워치스앤원더스’가 팬데믹으로 다소 가라앉은 시계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올해는 진정한 축제의 분위기였다. 총 방문자는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4만3,000여 명, 이틀간의 퍼블릭 데이를 제외한 방문자 수 역시 갑절로 늘었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이 다시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SNS에서도 180만 개의 #watchesandwonders 포스트가 공유되었고, 도달 수는 6억 명 이상으로 추정하며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1만2,000여 장의 일반 입장 티켓은 이미 퍼블릭 데이가 열리기도 전에 완판되었으며, 티켓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5세, 그중 25%는 25세 미만이었다.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점점 높아지는 워치메이킹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여기에는 ‘워치스앤원더스’와 제네바 시의 협력도 뒷받침되었다. 박람회장인 팔렉스포에서는 브랜드별 전시 부스 외에도 미래 워치메이킹의 비전을 제시한 실험실인 ‘랩’, 스위스 여성 사진작가 까린느 보장의 전시 등 다양한 테마 공간과 쇼, 이벤트를 마련했으며, 제네바 곳곳에서도 ‘워치스앤원더스’의 일환으로 워치메이킹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인 더 시티’ 프로그램이 열렸다. 기계식 시계가 애호가의 영역을 넘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었듯, 대중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시계 박람회를 그야말로 하나의 커다란 축제로 변모시킨 것이다. ‘워치스앤원더스’가 일대 변혁을 맞아 박람회의 형태와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발전의 대명제는 여기서도 유효했다.
2023 WATCH TREND
스포츠 워치의 강세, 레트로 디자인, 다운사이즈, 다채로운 컬러, 지속가능성 등 몇 년 전부터 이어진 유행의 흐름은 여전히 지속세를 보였다. 그만큼 새롭거나 과감한 시도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티타늄으로 만든 IWC의 뉴 인제니어나 롤렉스 요트-마스터 42, 브랜드 고유의 강철 합금에서 재활용 스틸의 비율을 더욱 높일 예정인 쇼파드 알파인 이글, 카본을 알루미늄 코팅 유리섬유로 덮은 위블로,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반투명하게 처리한 샤넬 등 소재 면에서 차별화를 꾀하거나, 태그호이어 뉴 까레라나 까르띠에 탱크 노말 등 레트로 디자인에 뛰어난 현대의 미감을 더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롤렉스와 파텍 필립은 전통의 명가일수록 보수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파격적인 컨셉트의 컬러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랑에 운트 죄네, 로저드뷔, 예거 르쿨트르와 같이 거대한 트렌드 앞에서 오히려 겸허하게 워치메이킹의 근본으로 돌아가 탄탄한 기본기를 과시한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WATCHES AND WONDERS 2023 HIGHLIGHT PIECES
A. LANGE&SÖHNE
오디세우스 크로노그래프 스포츠 워치 오디세우스를 위해 첫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제작했다. 기존 디자인 코드를 유지하기 위해 크로노그래프 분침을 중앙에 배치하고 푸시버튼으로 메커니즘을 분리한다.
CHANEL
J12 사이버네틱 인터스텔라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며 우주, 시공간 여행, 사이버, 디지털 등 공상과학적 모티프를 시계에 담았다. 다이얼과 베젤의 일부를 픽셀처럼 표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CARTIER
산토스-뒤몽 스켈레톤 마이크로 로터 워치 우아한 산토스-뒤몽 워치를 위해 최초의 마이크로 로터 방식의 오토매틱 스켈레톤을 탄생시켰다. 마이크로 로터에는 산토스 뒤몽의 ‘드모아젤’ 비행기를 조각했다.
CHOPARD
알파인 이글 41 XPS 쇼파드 스포츠 워치 신제품. ‘몬테 로사 핑크’라는 새로운 새먼 컬러 다이얼이 특징이며, 최상급 무브먼트인 L.U.C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재활용 스틸을 활용한 강철 합금인 루센트스틸 소재다.
HERMÈS
H08 크로노그래프 2021년 탄생한 에르메스 스포츠 워치 H08의 싱글푸셔 크로노그래프 버전이 등장했다. 기존의 타임온리 모델은 네 가지 컬러 베리에이션을 새롭게 구성했다.
HUBLOT
빅뱅 인테그랄 투르비용 풀 텍살륨 카본 케이스와 통합된 브레이슬릿의 빅뱅 인테그랄. 이번에는 카본 소재를 알루미늄 코팅한 유리섬유인 텍살륨으로 덮어 극단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견고함을 자랑한다.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전설적인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의 1970년대 인제니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베젤의 스크루 위치를 통일하고 다이얼의 그리드 패턴을 강화하는 등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 리베르소를 재조명하며 1996년의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업그레이드했다. 뒷면에 크로노그래프 기능만 담았던 예전과 달리, 이제 시간도 양면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PANERAI
라디오미르 애뉴얼 캘린더 파네라이의 시작점인 라디오미르 라인에 집중하며 역사상 최초로 애뉴얼 캘린더 모델도 발표했다. 캘린더를 반대로도 조정할 수 있어 편리한 사용을 도모한다.
PATEK PHILIPPE
칼라트라바 24시 트래블타임 5224R 과거의 곤돌로 회중시계에서 착안한 새로운 타입의 여행용 시계. 24시간 디스플레이 방식에 세컨드 타임을 가리키는 스켈레톤 핸드를 추가해 직관적으로 두 개의 시간대를 읽을 수 있다.
ROLEX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데이트 36 여섯 개의 컬러 다이얼로 이루어진 데이-데이트 신제품 중에서도 단연 ‘토킹피스’로 등극한 모델. 요일 대신 HAPPY, LOVE, HOPE 등 7개의 키워드, 날짜 대신 31개의 이모지를 보여준다.
TAG HEUER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까레라 60주년을 맞아 과거 디자인을 새로운 핵심 모델로 재탄생시켰다. 돔 형태 글라스의 굴곡에 맞춰 타키미터 이너베젤을 삽입해 39mm 사이즈임에도 뛰어난 입체감과 가독성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