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염색 기법을 사용한 황소 가죽만을 고집하며 트렌디한 가구를 제작하는 박스터. 28년 만에 으뜸가는 가죽 소파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박스터의 성공기.
흰색 가죽에 다양한 패턴을 프린팅한 라운지 의자는 베르제르 랑쥬 Bergere Longe 스페셜 에디션.
수년간 가죽 소재를 연구해 최고 품질의 가구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가구 회사 박스터 Baxter는 가죽 하나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른 브랜드다. 단일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전, 빈티지, 모던 등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는 박스터에게 가죽은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인 셈이다. 박스터는 1987년, 여러 가구 업체를 경영하며 노하우를 쌓은 루이지 베스테티 Luigi Bestetti가 창립한 회사다. 초창기에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유행하던 고전적인 스타일의 가구를 선보였는데 1989년에 그의 조카인 파올로 베스테티 Paolo Bestetti가 합류하면서 변화를 맞게 된다. 학창 시절부터 가죽 소재에 매료되어 이른 아침마다 공장에 나와 가죽의 재단, 염색 등 가공의 전 과정을 보고 배운 파올로가 박스터의 대표를 맡으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2000년까지는 아주 두꺼운 가죽을 이용한 셰비 시크 스타일을 제작했으며 2001년부터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해 모던한 스타일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파올라 나보네 Paola Navone는 가죽으로 패브릭 원단의 느낌을 낼 수 있도록 박스터의 장인들에게 다양한 가공 방법을 의뢰하며 가죽이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빈티지하게 처리한 가죽으로 제품을 마감해 일반 가죽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포근함과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2005년에는 대표작 ‘체스터 문 Chester Moon’소파를 완성했다. 고전적인 체스터 필드 소파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소파는 수많은 가공을 거쳐 한층 부드러워진 가죽에 카피토네 기법을 사용해 누비를 넣어 우아하게 제작한 것이 특징.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이미지가 적절히 섞인 체스터 문은 여러 스타일의 조화를 추구하는 박스터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내면서 대중들에게 박스터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후 박스터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갔다. 세르비아 태생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드라가 오브라도빅 Draga Ovradovic은 가죽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기하학적 패턴을 덧입힌 ‘프린트어블 Printable’ 테이블을 통해 박스터의 제품을 더욱 트렌디하게 연출했고,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마테오 튠 Mateo Thun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고다르 Godard’ 소파를 선보였다. 2가지 색상의 가죽을 믹스매치하거나 테두리에 다른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이 소파는 고가의 재료를 사용해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디자인해 집 안뿐 아니라 호텔 라운지 등에도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2인용 소파 달마 Dalma.
박스터의 가구들로 고풍스럽게 꾸민 거실.
모듈형 소파 파나마 볼드 Panama Bold.
1 디자이너 듀오 드라가&아우렐이 만든 미오 Mio 소파. 2 박스터의 대표 제품인 체스터 문 Chester Moon 소파.
박스터의 제품을 설명하자면 가죽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북유럽 지역에서 방목해 키운 황소의 가죽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조직의 내구성이 좋고 출산으로 인해 복부 가죽 표면이 파열되는 현상이 없으며, 제품 생산을 위한 가죽의 이상적인 두께인 2.2~3.8mm를 만족시키기 때문. 또 북유럽 기후는 좋은 가죽을 생산하기 적합한데 엄격한 규범 아래 운영되고 있는 농장을 선별해 동물끼리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가죽 표면의 상처가 최소화된 가죽만을 취급하고 있다. 이렇게 엄선한 가죽을 가지고 숙련된 장인들이 손수 바느질을 해가며 퀼팅과 커버링을 하고 있어 소파 하나를 만드는 데 2달 가까이 걸리지만 완성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박스터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가구에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고자 한다. 가구를 선택하면 가죽 마감재의 질감과 색상뿐 아니라 실과 기타 부품의 소재까지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주문할 수 있어 같은 가구라 할지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낸다. 가죽은 자연 소재인 만큼 한 장 한 장 모양과 특성이 달라 용도와 쓰임새가 나뉘는데 박스터는 이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까 항상 고민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해낸다. 여러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해 박스터만의 개성을 만들어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주름으로 멋을 낸 폴드 Fold 소파.
1 캐시미어로 마감한 알마 Alma 의자. 2 암체어 돌리의 작은 버전인 돌리 베이비 Dolly Baby 의자.
파올로 나보네가 디자인한 암체어 브뤼셀 Bruxelles.
패치워크하듯 가죽을 씌운 라운지 의자 누비 Nubi.
드럼통 형태를 닮은 스툴 봉고 Bo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