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부터 6일까지 파리 외곽에 있는 노르 빌팽트 Nord Villepinte에서 열린 2016 메종&오브제에 다녀왔다. 파리 디자인 위크와 맞물려 일주일간 디자인 축제가 열렸던 파리에서 4박5일간 머물며 보고 느낀 것을 엄선해 소개한다.
REVIEW
9월 초에 열리는 메종&오브제는 신제품이 쏟아지는 1월에 비하면 신선함이 다소 부족하겠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홈 데커레이션 박람회로서의 입지는 여전하다. 특히나 9월에는 2013년부터 시작된 ‘파리 디자인 위크 Paris Design Week’와 동시에 열려 파리 전역을 무대로 삼기 때문에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9월에 진행되는 큰 행사 중 하나인 런던 디자인 위크로 인해 큰 브랜드들이 분산되는 편이지만 노르 빌팽트에 있는 전시장에 참가하지 못한 여러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한 모습이다.
메종&오브제 전시장은 1관부터 8관까지 8개의 거대한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디자이너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인 ‘나우! 디자인 아 비브르 Now! Design a Vivre’와 큰 브랜드들의 신제품을 만날 수 있는 ‘센 뎅테리에르 Scenes D’lnterieur’는 따로 분리해서 전시했지만 이번에는 7관에서 한꺼번에 진행되었다. 7관에 모두 담지 못했던 신진 디자이너들의 재기 발랄한 작품은 시테 섬에서 열린 파리 디자인 위크의 ‘나우! 르 오프 Now! Le off’로 이어져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6관에는 공예와 요리를 주제로 ‘크래프트’와 ‘쿡+디자인’ 전시장이 새로 마련되어 음식과 더불어 식기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프랑스 공예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특별전이 마련되고, 7관에서는 프랑스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탈렁 아 라 카르트 Talents a la Carte’가 전시되어 전반적으로 프랑스 디자인의 힘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에디터에게는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7관이 무척 흥미로웠지만 가장 북적였던 전시장은 2관에 마련된 ‘코지 Cosy’와 3, 4관의 ‘엘레강트 Elegant’였다. 전시장 세 곳은 F/W 시즌을 위한 데커레이션 아이템이 즐비했는데, 크리스마스를 미리 준비하는 바지런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질적인 홈 데커레이션 아이템부터 젊은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작품, 인테리어 트렌드까지 아우르는 곳. 여기가 메종&오브제다.
1 HOUSE OF GAME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향으로 불어온 맥시멀리즘, 그다음은 무엇일까. 메종&오브제 7관에 자리한 인스피레이션 부스에서 그 단서를 찾아봤다. 이번 9월 메종&오브제 트렌드 테마는 ‘하우스 오브 게임 House of Game’. 우아하고 화려한 맥시멀리즘에 향락과 유머가 더해져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공간을 제안했다. 이번 인스피레이션 전시장은 메종&오브제 트렌드 관측소 Maison&Objet Observatory의 멤버인 에이전시 넬리 로디 Nelly Rodi의 뱅상 그레고아 Vincent Gregoire가 공간 디자인을 했고 그 옆에 마련된 카페 겸 북 스토어는 지난 1월 인스피레이션 부스를 디자인했던 프랑수아 베르나르 Francois Bernard가 맡았다. 먼저 뱅상 그레고아는 하우스 오브 게임을 외로운 삶을 상쇄시키는 요소로 해석하고 패션과 현대미술, 고급과 저급 취향을 뒤섞어 흥미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장식적인 맥시멀리즘에 한층 과감한 색상과 형태의 오브제를 병치시킨 것이다. 바로크 스타일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공간은 오묘한 매력으로 가득했다. 그는 이 공간을 통해 스타일에 규칙은 없다고 말한다. 과감한 믹스매치가 예기치 못한 요소를 만들어내고 그 공간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흥미를 느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그가 연출한 전시는 공단, 벨벳, 크리스털 등 고풍스러운 소재와 클래식한 아이템, 키치한 요소가 칵테일처럼 뒤섞이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경험할 수 있었다. 프랑수아 베르나르가 만든 카페 겸 북 스토어의 포인트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붉은색이다. 연극이나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 무대를 닫아놓은 벨벳 암막이나 홍등가의 불빛을 연상시키는 빨강보다 유희에 더 어울리는 색은 없을 것이다. 그는 거대한 빨간색과 흰색 체스판을 무대 삼아 관객들이 직접 체스 말이 되도록 유도했다. 한쪽 벽면에는 왜곡되는 거울을 부착해 몽환적인 느낌을 내고 흔들의자를 배치해 유쾌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책을 보고 휴식을 취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성인판 같은 기이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2 NEW COLLECTION
이번 메종&오브제를 통해 등장한 신제품 가운데 ‘하우스 오브 게임’ 테마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모았다.
SHOCKING RUG
‘키치’ 하면 이들이 빠질 수 없다. 이탈리아 아트 매거진 <토일렛페이퍼 Toiletpaper>와 셀레티 Seletti가 다시 뭉친 것. 토일렛페이퍼의 거침없고 파격적인 이미지를 담은 러그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이며 숱한 브랜드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셀레티 러그 ‘레그스 legs’
셀레티 러그 ‘립스틱 lipstick’
구비의 시간 여행
구비 Gubi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 할리우드 West Hollywood와 동양적인 무드를 융합시켜 고전적인 느낌을 물씬 낸 것. 핑크, 베이지 톤 패브릭으로 마감한 가구와 오리엔탈 스타일의 러그를 곁들여 온화한 분위기로 구성했다.
구비 펜던트 조명 ‘멀티라이트 multi-light’
구비 라운지 의자 ‘비틀 beetle’
구비 라운지 의자 ‘에바 eva’
축제를 벌여라
알레시는 마르셀 반더스가 디자인한 서커스 컬렉션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원숭이 모양의 호두까기, 코끼리가 곡예를 하는 모습의 오르골 상자 외에도 호출 벨, 사탕 보관함 등 다섯 가지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알레시 서커스 컬렉션
맥시코에 간 무아쏘니에
프랑스 정통 클래식 가구 브랜드 무아쏘니에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 사율리타 Sayulita에서 영감을 받은 가구를 선보였다. 검정과 흰색만으로 멕시코의 이미지를 2단 서랍장인 ‘573 코모도’에 그려 넣었다. 무아쏘니에만의 로맨틱한 장식과 멕시코의 이국적인 이미지가 묘하게 조화되는 모습이었다.
무아쏘니에 573 코모도 ‘사율리타 sayulita’
PLAY! CHESS GAME
독일 가구 브랜드 단테 굿즈 앤 배즈 Dante Goods and Bads는 고전적인 체스 말을 연상시키는 ‘부두 Voodoo’ 의자를 선보였다. 서인도제도의 아이티에 널리 퍼져 있는 애니미즘적인 민속 신앙인 부두교에서 모티프를 얻은 의자로, 손으로 조각한 후 래커칠을 해 팝적인 느낌을 더했다.
단테 굿즈 앤 배즈 ‘부두 voodoo’ 의자
3 올해의 디자이너 일세 크로포드
메종&오브제는 지난 1월, 올해의 디자이너로 유제니 퀴틀렛 Eugeni Quitllet을 주목한 데 이어 이번 9월에는 영국 디자이너 일세 크로포드 Ilse Crawford를 선정했다. 공간과 가구 디자인을 모두 아우르는 그녀는 본래 영국 <엘르 데커레이션>을 창립하고 10년간 편집장을 한 기자 출신이다. 2001년, 스튜디오 일세 Studio Ilse를 설립하고 10여 년간 고급스러운 상업 공간과 주택을 디자인하다 2015년 이케아와 협업한 ‘신넬리그 Sinnerlig’ 컬렉션을 출시하며 가구 디자이너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메종&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히면 개인 부스를 꾸리고 전시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공간 디자이너들과 인테리어 업체들을 위한 각종 자재와 조명 브랜드 등으로 꾸려지는 8관에 휴식 공간 겸 디자이너들의 미팅 장소로 활용된 공간인 ‘디자이너스 스튜디오 Designer’s Studio’를 디자인한 것. 나무를 활용해 내추럴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그녀가 디자인한 가구들로 꾸며 관람객들이 쉬고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
이케아 신넬리그 컬렉션 스툴
아티포트 artifort를 위해 만든 페칭 perching 스툴
피에르 샤리에가 디자인한 ‘롬베 rhombe’
프랑스 디자인의 저력
매년 매종&오브제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탈렁 아 라 카르트’ 전시를 마련하는데, 이번에는 프랑스 디자이너 여섯 명을 소개했다. 파리 산업디자인 학교인 ENSCI를 졸업한 디자인 듀오로 구성된 AC/AL 스튜디오는 철재와 나무를 사용해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의 가구를 선보였고, 샤를로트 줄리아르 Charlotte Juillard는 수작업으로 만든 나무 화병 컬렉션 ‘레스 브로디 Les Brodee’ 등 자연 소재와 페미닌한 감성을 결합한 제품을 보여줬다. 또 피에르 샤리에 Pierre Charrie는 흔들거리는 깃털이 달린 ‘누토 Nuto’ 디퓨저와 실내 공기가 탁해지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조명 ‘아에로비 Aerobie’ 등 인터랙션이 가미된 제품을 전시했다. 그 외에 전통 공예와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하는 스튜디오 무슈 Studio Monsieur, 첨단 기술과 예술적 감성의 균형을 잃지 않는 디소르미스/카레트 Desormeaux/Carrette,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장 폴 고티에, 샤넬, 디올 등과 협업하며 경력을 쌓은 후 최근 깃털로 만든 이색적인 아이템을 공개한 줄리앙 페르묄런 Julien Vermeulen까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스튜디오 무슈의 오너먼트 ‘불 실렉스 boule silex’
줄리앙 페르묄런이 거위와 꿩의 깃털로 만든 패널
AC/AL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커피 테이블과 암체어
디소르미스/카레트의 ‘패덕 paddock’ 의자
4 TREND KEY WORDS
밤바브웨의 마저리 월리스 marjorie wallace가 만든 무타포 mutapo 도자기
01 FROM AFRICA
유럽 등 여러 나라의 브랜드들을 위한 가구와 소품을 제작했던 이들이 어엿한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각국에 숨어 있던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 세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디자인 네트워크 아프리카 Design Network Africa’라는 이름으로 뭉쳐 메종&오브제 트렌드관에 부스를 마련했는데, 흉내를 낸 에스닉 스타일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에스닉의 면모를 보여줬다.
1 세네갈 디자인 브랜드 누란지 nulangee의 벤치. 2 가나 출신의 오드리 폴손 audrey forson이 제작한 나무 스툴. 3 브루키나파소에서 온 하메드 와타라 hamed ouattara의 재활용 철제 의자.
02 PAPER CRAFT
종이 오브제가 집 안 분위기를 가볍게 바꿔줄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포장과 보관은 간편하고 펼치면 멋스러운데다 인쇄와 가공이 쉬워 최근 종이 소재의 아이템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 스페인 문구 브랜드 옥타에보 Octaevo는 구멍을 내 입체감을 극대화한 신제품 ‘페이퍼 베이스 Paper Vase’로 라인업을 했고 핀란드 브랜드 앤드브로스 Andbros는 골판지를 접고 끼워 조립하는 조명을 선보였다. 원자재가 저렴한 만큼 완성품의 가격도 합리적이니 일단 하나 사고 봐도 되겠다.
1 앤드브로스의 ‘카드보드 라이트 card board light’컬렉션. 2 옥타에보의 종이 화병.
03 GRAPHIC TABLEWARE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적인 테이블웨어가 즐비한 사이에서 이색적인 테이블웨어가 두드러졌다. 그래픽적인 요소를 입어 한층 간결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완성된 테이블웨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자하 하디드 디자인 Zaha Hadid Design에서는 선을 이용해 접시에 건축적인 입체감을 준 ‘일루전 Illusion’을 공개했고, 벨기에 브랜드 세락스 Serax에서는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다양하게 패턴을 만든 트레이 ‘그린트 Grint’를 출시했다. 또 프랑스의 고급 주방 용품 브랜드 모비엘1830 Mauviel1830은 스위스 디자인 학교 에칼 Ecal의 학생들과 협업해 새로운 테이블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찜기 망이나 그릴 등의 모양과 구조를 현대적으로 고안한 13개의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았다.
1 간 gan의 트레이 ‘믹스&매치 mix&match’. 2 에칼과 협업한 모비엘1830의 테이블웨어. 3 자하 하디드 디자인의 테이블 매트 ‘컨투어 contour’.
04 FUN FUN!
조명 디자인도 한층 유쾌해졌는데 프랑스 디자인 브랜드 프티트 프리튀르 Petite Friture에서 선보인 펜던트 조명 ‘소시지 So-sage’가 단연 으뜸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주방에 두어야 할 것 같은 이 조명은 소시지 모양의 전등갓이 특징. 투명한 유리로 제작해 알맹이는 쏙 빼고 껍질만 남긴 듯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체코의 조명 브랜드 브로키스 Brokis에서도 재미있는 조명을 출시했다. 펜던트 조명 ‘놋 Knot’은 유리 볼을 밧줄에 끼운 후 매듭을 묶어 고정한 형태로 마치 비눗방울이나 풍선을 붙잡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1 브로키스의 펜던트 조명 ‘놋’. 2 프리티 프리튀르의 펜던트 조명 ‘소시지’.
05 CAN I SOMETHING
내가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가 대세다. 작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데다 차후 이사를 가면 새로운 공간에 맞게 연장하거나 변형할 수 있어 1~2인 가구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폴란드 디자인 브랜드 트레 프로덕트 Tre Product는 정육면체 나무 프레임으로 구성된 모듈형 상자 시리즈 ‘텍스트 블록 Text Block’을 출시했고, 독일 디자인 브랜드 콘슈탄틴 슬라빈슈키 Konstantin Slawinski는 원목 프레임에 철판을 끼우는 선반 시스템 ‘유 Yu’를 구성했다. 프랑스 브랜드 팁토 Tiptoe는 철재로 된 다리만 판매하는데, 필요한 형태와 길이의 상판에 부착하면 원하는 모양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트레 프로덕트의 ‘텍스트 블록’
06 SOFT COLOR
이번 신제품들 중에는 부드럽고 차분한 파스텔 톤으로 출시된 것들이 많았다. 오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데다 시각적으로도 편안하기 때문에 꾸준히 인기를 얻는 듯하다. 앵글포이즈 Anglepoise에서는 옐로 오커 Yellow Ochre 컬러로 도색한 테이블 조명 ‘타입 75TM’를 편집숍 마가렛 호웰 Margaret Howell에서만 독점으로 공개했고 페르몹 Fermob, 하르토 Harto 등 여러 브랜드에서도 파스텔 색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1 페르몹의 ‘카반 라귄 cabane lagune’. 2 앵글포이즈의 테이블 조명 타입 75tm.
07 COMFORTABLE BEANBACK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템은 안락한 빈백 의자다. 슬로베니아 가구 브랜드 리나 Lina는 전시장의 가장 중앙인 5관 앞에 편안하게 기대거나 누울 수 있는 ‘문 Moon’ 의자들로 채운 라운지를 구성했는데, 지친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자리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간 Gan에서도 빈백 의자 ‘그라피 Grapy’를 새롭게 출시했다. 일본의 켄사쿠 오시로 Kensaku Oshiro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포도송이에서 모티프를 따온 형태가 특징이다.
간에서 출시한 안락의자 ‘그라피’
08 SEE-THROUGH FURNITURE
보일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이 매력적인 가구도 인상적이었다. 디자인 하우스 스톡홀름 Design House Stockholm의 ‘에어 Air’와 옷장과 사이드 보드는 대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판으로 문짝을 만든 것이 특징. 옷이나 액세서리를 넣으면 실루엣이 은근히 비친다. 이탈리아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에티모 Ethimo에서 선보인 파티션 ‘클로스트라 Clostra’는 나무 모양의 알루미늄 프레임에 티크 나무를 자른 막대를 일정하게 붙여 외부를 적당히 가리면서 시야도 확보했다.
디자인 하우스 스톡홀름 ‘에어’ 시리즈
09 HYPERREALISM NATURE
지난 1월 메종&오브제 테마이기도 했던 자연 모티프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더욱 선명해져 극사실주의의 면모까지 띠게 되었다. 거대한 나비를 그대로 박제한 듯한 태피스트리나 가구에 전갈, 풍뎅이 같은 곤충 모양의 오브제를 떼로 부착하는 등 자연 소재의 장식이 징그러울 만큼 세밀해진 것. 사실적인 묘사를 과장스럽게 표현한 자연 모티프가 인테리어 아이템에 접목되면서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1 보카 도 로보 boca do lobo의 ‘다이아몬드 diamond’. 2 줄리앙 페르묄런이 각종 깃털로 만든 곤충 오브제. 3 앤클레버링 &klevering의 동물 오브제.
10 ARTISTIC MIRROR
얼굴을 비추어보는 목적에서 벗어나 장식성으로 거울이 주목받고 있다. 오묘한 색으로 물든 거울부터 선반과 함께 달린 거울 등 다양했지만 그중 그리스 아테네에서 활동하는 스튜디오 메테리얼리티 Studio Materiality의 거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그래픽화한 다음 이를 거울로 만들었는데, 거울을 보는 자기 얼굴을 모티프 삼아 새로운 거울을 만든 발상이 재치 있게 다가왔다.
스튜디오 메테리얼리티의 거울
11 THE GOLDEN AGE
미다스의 손이라도 닿은 걸까. 메종&오브제 전시장에서는 유독 황금색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황동이나 금속 소재를 약간 곁들인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레진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가구나 오브제에도 온통 번쩍이는 금칠을 했는데, 매끈하고 반질반질한 유광으로 처리해 부티가 나 보이는 게 포인트다. 당당하게 가짜 티를 드러내는 황금색 아이템이 믹스매치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 같다.
1 키부 qeeboo의 토끼 의자. 2 보카 도 로보의 ‘폰타나 fontana’.
5 파리 디자인 위크에서 찾은 화제의 소식들
1 플뢰에서 열린 한국공예 · 디자인문화진흥원의 팝업 스토어. 2 함의 권중모, 김윤진 작가가 만든 화병. 3 올리비에 가니에르의 도자 화병들. 4 갤러리 조셉에서 열린 ‘메이크 잇 소 디자인 행사’. 5 올해 출시한 마지스의 ‘밀라 mila’ 의자.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것이다.
마레 지구에 상륙한 한국 공예
우리 공예와 디자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메종&오브제에 참가했다. 9월에는 파리 디자인 위크가 함께 열리는 만큼 그 일환으로 마레 지구 한복판에 있는 유명 편집숍 플뢰 Fleux 매장에서 팝업 스토어를 마련해 화제를 모았다. 금속에 옻칠을 하는 박성철 작가와 권중모, 김윤진 작가의 함 Haam을 비롯해 금속 소재의 모던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브레이크 타임 키트 Break Time Kit 등 9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팝업 스토어는 플뢰 매장 입구에 자리해 파리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Make It So Design
파리 디자인 위크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이벤트 중 하나는 ‘메이크 잇 소 디자인 Make It So Design’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 자재 전문 기업 르루아 메를랑 Leroy Merlin이 마레 지구에 있는 갤러리 조셉 Galerie Joseph과 파트너를 맺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갤러리 1층에서는 벽지와 타일부터 전구, 문고리 등 자재부터 패브릭과 조명 등 소품까지 판매했고, 지하 1층에서는 직접 소품 DIY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장비를 구비해놓은 것. 덕분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제작자, 디자이너가 되어 적극적으로 파리 디자인 위크를 즐길 수 있었다.
동서양 도자기의 만남
파리 생제르망 데 프레 지역에 있는 갤러리 매그 Galerie Maeght에서는 <어 룩 앳 포르셀린 A Look at Porcelain>이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300년의 전통을 지닌 일본 도자기 회사 후카가와 세이지 Fukagawa Seiji의 후계자인 이코 후카가와 Eiko Fukagawa와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올리비에 가니에르 Olivier Gagnere와의 만남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두 사람의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과 컬러풀한 색상을 사용하는 점이 비슷해서 매우 흥미로웠다.
생일 축하합니다!
1976년 시작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마지스 Magis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마지스에서는 이를 기념해 퐁피두 센터 1층에 있는 부티크숍에서 생일 파티를 열었다. 각종 해외 매거진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북적였고, 행사장 앞에는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빨간색 스펀 Spun 의자를 깔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축하의 인사를 나눴다. 이윽고 마지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에로제니오 페라자 Eugenio Perazza와 그의 아들이자 마지스의 디렉터인 알베르토 Alberto가 등장해 축사를 했다. 앞으로도 마지스만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이어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