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통을 이어온 바로비에르&토소는 무라노 유리공예의 살아 있는 역사다.
1 크리스털 유리와 크롬, 금 장식 등으로 만든 아름다운 샹들리에 ‘4607’. 2 1980년에 첫 출시한 샹들리에 ‘타이프 Taif’. 3 2010년에 선보인 LED 조명 ‘엑사곤 Exagon’. 4 파올라 나보네가 2010년에 디자인한 테이블 조명 ‘마리나 Marina’와 ‘마리노 Marino’. 5 우아한 곡선과 물방울 장식이 특징인 샹들리에 ‘마이너 Maine’.
아름답고 영화로워라.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 섬에서 출발한 유리공예, 조명 회사 ‘바로비에르&토소 Barovier&Toso’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무라노가 왜 유리공예의 성지로 불리는지 느낄 수 있다. 무라노 유리공예는 중세 시대부터 베니스에 터를 두었던 유리공예가들이 1291년에 무라노 섬으로 강제 이주되면서 시작된다. 제작 기술을 비밀로 지키겠다는 당시 베니스 공화국의 정책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1295년, 야코벨루스 바로비에르 Jacobellus Barovier가 창립한 회사가 바로비에르&토소의 뿌리다. 이후 가업으로 전수되다가 16세기에 세 명의 형제가 각각 공방을 소유하면서 나뉘게 된다. 그들이 만든 유리 제품은 천사, 종, 별 세 가지 징표로 구별했다(이 징표들은 오늘날까지 바로비에르의 문장으로 사용된다). 그중 천사 문장을 사용하던 안젤로 바로비에르 Angelo Barovier가 1450년경에 만든 ‘바로비에르 웨딩 컵’은 르네상스 유리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귀중한 유산으로 손꼽힌다. 푸른 유리에 에나멜과 황금 장식을 입힌 이 아름다운 예술품은 현재 무라노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또 그는 묵직한 에나멜 유리 대신 투명하고 반짝이는 ‘베니스 크리스털’을 발명하며 무라노 유리공예 역사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무라노 유리 산업을 부흥하는 데 각기 힘써온 세 집안은 1878년에 합심해 바로비에르 그룹으로 뭉친다. 1920년, 당시 30세의 젊은 나이로 회사를 경영하던 에르콜레 바로비에르 Ercole Barovier는 새로운 화학 공식을 연구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개발하며 유리의 표현력과 예술성을 한층 높였다. 그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공개되며 전 세계에 무라노 유리공예의 저력을 알리는 데 공헌을 했다. 또 그가 회장으로 있을 당시, 바로비에르 그룹은 무라노 섬의 또 다른 가문인 ‘토소 Toso’가 소유한 유리 공장과 합병하게 된다. 회사 이름도 바로비에르&토소로 바꾸고 토소 가문과 경영권을 공유하며 무라노 유리공예에서 가장 으뜸가는 기업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바로비에르&토소가 유리 조명 제작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1980년 무렵이다. 이 시기에 바로비에르&토소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의 궁전을 위한 샹들리에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 무라노 장인이 만든 예술적인 유리 작품에 빛이 더해지며 극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이 샹들리에는 선보이자마자 바로비에르&토소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 샹들리에를 완성한 후 이들은 유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몇 세기에 걸쳐 유리를 다루는 전통 기술을 완벽히 습득했던 바로비에르&토소는 고전적인 작품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덧입히는 방법으로 색상을 선택했다. 고풍스러운 조명 디자인에 팝적인 색을 더해 차별화된 조명을 생산해냈고, 현재는 에너지 절약 전구와 LED 조명 등 첨단 조명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조명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전통 유리 기법에 신기술을 융합하는 것은 이들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판단은 옳았다. 바로비에르&토소의 창작 범위는 한층 넓어졌고 숙련된 장인들이 만든 이 예술적인 조명들은 놀라운 감흥을 선사하며 무라노 유리공예의 자부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Artistic lights
화려하고 우아하고 감각적인 바로비에르&토소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Amsterdam 2006년 출시된 조명 ‘암스테르담’. 우아하게 구부러진 곡선 형태와 심플한 전등갓이 조화를 이룬다.
Taif 사우디아라비아 궁전을 위해 제작한 샹들리에 ‘타이프’. 10가지 다채로운 색상을 적용해 고전적인 조명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
Exagon 투명한 유리로 연꽃 잎을 표현한 조명 ‘엑사곤’은 공중에 흩날리는 빛 방울이 아름답다. 에너지 절약 효과가 뛰어난 LED 전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Luxor 2007년에 선보인 ‘룩소르’ 조명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다니엘라 푸파 Daniela Puppa와 협업해 완성했다. 매끈한 곡선을 극적으로 사용해 간결하면서도 장식적이다.
Fanali Veneziani 천장용 조명 ‘파날리 베네치아니’는 베니스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살린 것. 5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San Germain 조르자 부르세미니 Giorgia Brusemini가 2008년에 디자인한 조명 ‘산 제르마인’. 전등갓의 바깥쪽은 검은색이지만 안쪽은 금색으로 칠해 고급스럽다.
Maine 2007년 출시한 조명 ‘마이네’. 아래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며 올라오는 여러 개의 팔과 드롭 장식이 절제된 우아함을 표현한다.
Beyond the classic
전통 방식은 고수하면서 현대적인 감성으로 표현된 바로비에르&토소의 최신 컬렉션.
Hanami 수조에서 공기 거품이 표면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조명 컬렉션 ‘하나미’.
Escher 투명, 반투명, 불투명 등으로 표면이 다양하게 마감되어 총 8가지 모델로 구성된 조명 ‘에스케르’는 조합에 따라 다채로운 느낌을 낼 수 있다.
Robin 도토리나 새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모양의 펜던트 조명 ‘로빈’. LED 전구가 내장되었으며 20W의 은은한 불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