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르나바 포르나세티의 지휘 아래 탄생된 아이템으로 채워진 전시장 마지막 방. 2 콜앤선 Cole&son과 협업해 만든 띠벽지 ‘물티플레테 multiplette’. 3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비정형적인 건물과 묘하게 어울리는 포르나세티의 일러스트. 4 정교한 핸드 드로잉으로 완성한 테이블과 의자들. 5 손을 반복해서 그려 넣은 페이퍼 바스켓 ‘마니 Mani’.
6 1980년대부터 포르나세티를 이끌고 있는 바르나바 포르나세티. 7 작품 배치뿐만 아니라 전시장 공간 연출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8,9,10 카발리에리를 모티프로 만든 ‘테마&베리에이션 Thema&variation’시리즈의 장식장과 접시, 의자. 고전적인 스타일에 현대적인 요소가 뒤섞여 있다.
밀라노, 파리에 이어 다음 전시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한국은 미래지향적인 나라다. 동양 문화권에 있지만 다른 나라의 예술과 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첨단 기술에도 열려 있다. 이런 한국에서 포르나세티의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통해 영감을 받았으면 했다. 복제품이 아닌 다양하게 재해석된 디자인, 예술 작품이 나오기를 바란다.
전시가 열리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독특한 구조의 건물이다. 장소 특성상 고려할 것들이 있었을 듯한데, 전시를 연출하면서 어떤 점을 신경 썼나? 웅장하고 멋지고 이색적인 느낌이 드는 이 건축물에서 전시를 열게 된 게 뿌듯했다. 이 전시는 각각의 ‘방’을 잘 구성하는 게 관건인데, 건물 벽이 곡선이라 어려운 점이 있었다. 온통 새하얀 벽이라 프로젝터 영상으로 연출하기는 수월했다.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인 비르질리오 빌로레시 Virgilio Villoresi가 포르나세티 작품을 촬영한 초현실적인 영상은 한국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포르나세티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템을 꼽는다면 단연 포르나세티의 뮤즈인 오페라 가수 리나 카발리에리의 얼굴이 그려진 접시다. 그녀를 뮤즈로 삼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아버지가 오래된 잡지를 보다가 리나 카발리에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때는 그냥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림을 그렸다가 나중에서야 그녀가 아주 유명한 오페라 가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장인정신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아름답고 도전적이고 당시 매우 혁신적인 인물이었고 다양한 테마로 확장해 나가는 포르나세티의 뮤즈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포르나세티는 일일이 핸드 드로잉을 해서 가구나 소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클래식하지만 고루하지 않고 오히려 패셔너블한 느낌도 든다. 제작에 관한 포르나세티만의 기준이 있나? 사람 손만큼 정밀하고 정확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다른 패션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1950년대에 미국의 니만 마커스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그래서 가끔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패션 브랜드로 오해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포르나세티는 패션에 호의적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패션과 달리 우리는 느리고 천천히 한다.
새로운 아이템을 디자인할 때 당신은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나는 아버지가 했던 것에서 자극을 얻는다. 아버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작품은 사인이 없어도 어느 누가 봐도 본인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그런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낸 그가 존경스럽다.
아버지와 추억이 많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아버지는 펜 하나로도 모든 걸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나에게 항상 화가가 되라고 계속 권유하셨다. 나중에는 그게 자신을 위해 일해달라는 뜻인 걸 알고 아버지 밑에서 일하면서 많이 배웠다.
포르나세티에서 당신의 임무는 무엇인가? 나는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전통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포르나세티 스타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무대를 디자인하는 거다. 나는 다양한 통로로 사람들이 포르나세티를 감상하고 느끼길 바란다.
이 전시를 통해 가장 이야기하고픈 것은? 포르나세티의 조형물에는 이탈리아적인 영감과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을 통해 생활 그리고 삶을 즐기는 방법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