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만나는 디자이너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해 우리의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전통을 무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인계의 한류 스타를 만났다.
2017 런던 디자인 위크를 통해 선보이게 될 런던 사보이어 베드의 문 베드. 런던 마릴본의 사보이어 베드 쇼룸과 헤롯백화점 그리고 서울의 크리에이티브랩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축하드립니다. 9월에 열리는 런던 디자인 위크의 톱 10 디자인으로도 선정되었죠. 소감이 어떤가요? 정말 너무나 기쁘죠. 사보이어 베드와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너무 행복해서 잠도 못 잤거든요. 정말 내가 이런 엄청난 브랜드와 일을 할 만한 실력과 자격이 있을까, 내가 좋은 스토리텔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설렘 반이었습니다. 이제는 마케팅이나 제품과 소비자 사이에서 제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사보이어 침대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사보이어 베드의 역사나 품질에 대해서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는데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럭셔리한 수면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런던을 대표하는 최고의 호텔인 사보이 호텔을 위해 1905년에 탄생한 사보이어 침대는 최고의 장인들이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의 소재를 가지고 만든 침대입니다. 사보이어의 모든 침대는 마치 하나의 아트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모든 고객의 필요와 편의에 맞게 런던에서 제작되고 있습니다. 사실 집값이 가장 비싼 런던에서 공방이 운영된다는 점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영국의 오랜 역사와 런던의 세련된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브랜드라 할 수 있어요.
문 베드의 디자인 모티프는 무엇인가요? 밤을 상징하는 하나의 요소인 달, 그 달에 대해 동서양 문화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늑대 인간이 나타나는 무서운 시간으로 변하죠. 하지만 동양, 특히 한국에서는 달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달은 밤사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리하여 달을 닮은 송편을 빚고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보름달이 뜬 밤에 강강술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저는 그 푸근하고 따듯한 존재를 침실로 불러들이고 싶었습니다. 문 베드에 기대고 잠을 청해 포근한 숙면을 취하고, 그러면서 일상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헤드보드에 접을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요. 이 시스템을 적용한 이유가 있나요? 컨셉트에서 이야기가 나온 포근한 밤을 표현한 부분입니다. 작은 움직임과 접힘으로 더욱 포근하고 독립적인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헤드보드 옆의 접힘을 통해 보호받는 듯한 느낌을 내고자 했습니다. 또한 펼침과 접힘을 통해 해드보드의 룩 자체에 다양함과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문 베드는 어떤 제품과 세팅하면 어울릴까요? 인테리어 팁을 준다면요? 기존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링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디자인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침대 헤드 위의 벽면에 대한 활용입니다. 보통 벽면의 허전함을 없애기 위해 액자나 거울을 설치하는데, 떨어질 위험도 있고 그 자체가 침실의 다른 요소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문 베드의 경우 헤드보드 자체가 마치 벽에 걸린 듯한 예술 작품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많은 스타일링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침대 양 옆에 사이드 테이블과 그 위에 작은 테이블 조명 정도면 충분히 아름다운 침실을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는 침대를 공간을 나눠주는 요소로써의 활용입니다. 최근 들어 침대를 벽에 붙이지 않고 공간의 중심에 놓는 추세인데, 침대의 헤드보드 뒷면이 완벽히 마감되어 마치 공간을 분리해주는 스크린처럼 활용 가능합니다. 침대 뒤편에 콘솔이나 데스크를 배치하면 세련되고 멋진 침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협업은 크리에이티브랩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까시나, 카펠리니, 아르마니까사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가구를 만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랩은 제가 프로젝트를 할 때 항상 우선적으로 들르는 곳입니다. 요즘에는 가구 컬렉터로서 크리에이티브랩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르 코르뷔지에나 찰스 매킨토시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 대가들의 가구를 소개 받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안성현 대표님은 제가 이곳에 자주 들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2년 전 사보이어 베드의 대표가 크리에이티브랩을 통해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안성현 대표님께서 저희 한옥에 모시고 오셨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때의 인연이 사보이어 베드와의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조만간 넨도의 오키 사토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한국에서도 탄생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이번 협업을 통해 많을 것을 배웠는데요. 그중 하나가 인터내셔널 가구 시장에서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지금까지 유럽이나 일본 디자이너를 통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 즉 쉽게 접하지 못했던 한국만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아름답고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