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9월 파리 메종&오브제가 개최됐다. 관람객과 디자이너, 구매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파리를 즐겼다. 파리의 가을을 알리는 단풍처럼 서서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메종&오브제의 리뷰를 전한다.
매년 1월과 9월, 파리는 유난히 북적거린다.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박람회인 메종&오브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1월이 한 해의 문을 여는 박람회여서 광범위하게 개최된다면, 9월은 보다 아기자기하고 집중할 것에 힘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9월 메종&오브제는 4월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거쳐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영향을 받는 편이다. 때문에 볼 것도 별로 없고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국의 바이어들이 하반기 트렌드를 읽기 위해 속속 몰려들었고 디자인 페어를 즐기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은 파리 시민과 외국 관람객도 줄을 이었다. 앞서 진행됐던 박람회들이 디자인의 전문성을 강조했다면 9월 파리 메종&오브제는 어깨에 힘을 빼고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을 만한 넓은 마켓처럼 편안하고 풍요로웠다. 우선 9월에는 전시관에 변화가 있었다. 작게 나뉘어 있던 섹션이 크게 통합돼 6관의 경우는 쿡&셰어 Cook&Share, 홈&패션 액세서리 Home&Fashion Accessories, 스마트 기프트 Smart Gift 섹션으로 나뉘어 전략적인 관람과 구매가 가능하도록 도왔고, 트렌디한 디자인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나우! 디자인 아 비브르 Now! Design a Vivre’와 굵직한 빅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센 뎅테리에르 Scenes D’lnterieur’는 여전히 7관에서 한꺼번에 전시돼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소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메종&오브제가 ‘선택과 집중’의 노선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부스마다 개성을 살린 디스플레이와 다리가 아플 즈음이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컨셉트의 카페가 전시장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매년 공예 부문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데 메종&오브제 트렌드 관측소 중 하나인 엘리자베스 르리슈 Elizabeth Lerich가 디렉팅하는 크라프트 존 Craft Zone에서는 갈수록 더욱 정교하고 아티스틱한 공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 시내에서는 ‘파리 디자인 위크’가 열렸다. 밀라노에 비하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자국의 디자인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유명한 문화 공간인 레 독스 Les Docks에서 열린 파리 르 오프! Le Off!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재기 발랄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꾸며졌고 디자이너 줄리앙 마나이라 Julien Manaira가 레진 소재로 제작한 선반 가구로 라도 스타 프라이즈 Rado Star Prize의 영예를 안았다. 생 제르맹 데 프레 지역에 위치한 갤러리 소르스 Galerie Sors는 처음 파리 디자인 위크에 참가해 하이엔드 컴템포러리 가구 컬렉션을 집중적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공예와 제대로 공들여 만든 아트피스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다. 넘쳐나는 많은 제품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하나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우리 안에 숨겨진 그 욕망을 끌어내기 위해 이 좋은 계절, 파리로 향할 이유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