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9월 파리 메종&오브제가 개최됐다. 관람객과 디자이너, 구매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파리를 즐겼다. 파리의 가을을 알리는 단풍처럼 서서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메종&오브제의 리뷰를 전한다.
01 올해의 테마 COMFORT ZONE
올해의 테마 부스는 프랑수아 베르나르 François Bernard가 맡아 ‘컴포트 존 Comfort Zone’을 연출했다. 메종&오브제 관측소는 올해 하반기 트렌드 발표에서 앞으로 더욱 불안하고 불안정한 세계에 돌입할 것이며,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 휴식과 고요함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수아 베르나르는 전시관을 10개의 코너로 나눠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구름처럼 푹신해 보이는 소파, 사무실에서도 안락함을 추구할 수 있는 오피스 가구,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펜던트 조명, 보기만 해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니트 소품 등을 잘 알려진 디자인 가구에 곁들여 직관적으로 선보였다. 따뜻함과 안락함이라는 정서적인 감정과 디자인이 만나 우리 주변의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였다. 전시 중앙에 A부터 Z까지 각 문자로 시작하는 휴식과 관련된 단어와 제품을 연결시켜 전시한 것도 재치 있는 발상이었다. 직접 앉아볼 수는 없었지만 편안하게 흔들리는 해먹과 푹신한 가구, 소품을 보며 관람객들은 당장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을 것이다.
02 에스닉이 뜬다
자연에서 온 가장 편안한 소재와 물성을 그대로 살린 디자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때문인지 라탄이나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 많았고, 더 나아가 민속적인 디자인 모티프를 지닌 제품도 눈에 띄었다. 국내에도 팬이 많은 마담 스톨츠 Madame Stoltz는 로프트 하우스 같은 부스를 꾸몄다. 에스닉한 패턴과 컬러, 가죽과 털이 어우러진 겨울의 집이었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아이 일루미네이트 Ai lluminate도 1관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핸드 크라프트로 제작한 다양한 조명과 방석, 바스켓 등이 부스를 메웠다.
03 NOT TO BE SERIOUS
이제 디자인에서 유머라는 키워드는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셀레티 Seletti에서는 햄버거 모양을 그대로 본뜬 암체어와 소파를 선보였고, 기디니 Ghidini에서는 스튜디오 욥 Studio Job이 총알 모양의 조명과 프라이팬 모양의 거울을 선보였다.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 제품을 제안하는 이브리드 Ibride는 강아지를 고전적인 초상화로 표현한 서빙 트레이겸 벽 장식 오브제를 소개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04 COLORS OF AUTUMN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영향 때문일까. 올해 메종&오브제는 유난히 톤 다운된 컬러와 부드러운 텍스처가 눈길을 끌었다. 덴마크 브랜드 볼리아 Bolia는 금속과 나무, 벨벳 소재를 위주로 한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신제품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데이베드의 경우 핑크와 민트 컬러를 사용했음에도 채도가 낮아서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독일 브랜드 헤이-사인 Hey-Sign은 펠트를 주요 소재로 데커레이션 아이템과 소품, 파티션 등을 선보였으며 브라운 컬러의 펠트를 사용한 룸 파티션과 벽 장식 오브제 등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 외에도 많은 브랜드의 소품과 가구 컬러에서 가을의 깊은 컬러감을 느낄 수 있었다.
05 축하합니다!
마리메꼬 Marimekko와 에노 스튜디오 Eno Studio는 축하의 이슈를 제품으로 선보였다. 마리메꼬는 핀란드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리메꼬의 젊은 디자이너가 선보인 패브릭과 테이블웨어로 핀란드의 전래 동화와 북유럽의 야생 숲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패턴을 만들었다. 새로운 패턴은 원단과 쿠션 커버, 테이블웨어 등 다방면에 적용됐다. 에노 스튜디오는 론칭 10주년을 맞아 프랑스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전시 겸 컬렉션을 선보였다. 샘 바론 Sam Baron, 마탈리 크라세 Matali Crasset, NOCC 등 낯익은 디자이너들과 신진 디자이너를 비롯한 10명의 디자이너가 에노 스튜디오의 10주년을 축하했다. 에노 스튜디오가 자유롭고 우아한 프렌치 디자인을 추구하듯이 함께한 10명의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에노 스튜디오의 DNA를 담은 10개의 아름다운 제품을 제안해 더욱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