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턴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황경선 해턴은 자유롭게 제약 없이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는 세 사람이 모여 만든 팀이다. 남들처럼 취직해서 회사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나의’ 디자인을 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해턴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계기가 됐다. 처음 해턴을 만들고자 했을 때 객관적으로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스타팅 멤버를 모으기 위해 평소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친분이 있는 윤하진과 우연히 참가한 워크숍에서 눈에 띄인 김민아를 보고 제안했다. 서로 뜻이 맞고 성향도 맞아 지금까지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자 담당하는 영역이 있나? 황경선 기본적으로 담당하는 부분을 나눠보면 나와 하진 씨가 제품 디자인을, 민아 씨가 시각디자인 쪽을 맡는다. 각자 전공을 살려서 한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디테일하게 생각해보면 영역의 구분 없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함께 한다는 생각이다. 윤하진 각자 잘 다룰 수 있는 컴퓨터 툴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특정 툴을 사용해서 작업할 때는 그 툴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주도해서 작업을 진행하지만, 중간 중간 모여서 진행되는 상황을 체크하고 수정하고 토의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시각 분야에서 바라본 제품의 모습, 제품 분야에서 바라본 모습을 볼 수 있어 작업을 좀 더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해턴의 디자인 색깔을 정의한다면? 윤하진 아직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브랜드라 뭔가 정의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향하는 디자인 방향은 항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제품이나 작품이 지니는 가치와 외형 모두 아름다울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열심히 자료를 찾고 토론하고 시도해보는 게 해턴의 디자인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제로퍼스툴은 2017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에코 제품으로 선정됐다. 제작하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황경선 의자를 제작하기까지 그 배경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가장 먼저 환경 이슈에 대한 디자인으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고 두 번째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예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연히 목재 가구를 제작할 때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어떻게 하면 자투리 목재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위에 펼쳐진 것을 보고 자투리로 패턴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목재를 이어붙인 레진은 지금은 버리면 문제가 되지만, 향후 30~50년이면 이런 재료를 모두 생분해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거라 예측하고 이 소재를 사용했다.
올해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핫 스팟인 로사나 오를란디에서 전시를 가졌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김민아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은 아무래도 평등한 관계에서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우리는 서로 레퍼런스를 보았을 때 이미지나 링크를 공유하고 각자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무엇이 아쉬웠는지 자연스럽게 토론하곤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이나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작업물에 녹아들어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 같다.
멜로우 컬렉션은 모마, 월페이퍼 온라인숍, 스위스 비트라에서도 판매되는데,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있나? 황경선 2016년 겨울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움직임의 디자이너 양재혁 씨를 알게 됐다. 멜로우 컬렉션을 보고 나서 해외 쪽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 해외 유통에 관해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에게 모마와 월페이퍼에서 입점 제안이 들어왔고, 양재혁 씨와의 협의를 통해 해외 유통과 관련한 계약을 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닮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나? 김민아 세계적으로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지만 누구 한 사람을 닮고 싶다기보다는 스타 디자이너 혹은 스타 브랜드라고 하는 곳을 전부 선망하고 있다. 해턴도 언젠가 스타가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기 때문이다(웃음).
현재 진행 중인 일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황경선 논현동 윤현상재에서 2018년 1월 15일까지 ‘리스펙트’전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