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손 Atelier Sohn은 어떤 곳인가? 한국에 들어온 지 몇 달 되지 않아 급하게 구한 작업실이다. 분야를 한정 짓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하는 일은 산업디자인에 가깝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하고 단독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손’은 핸드 크라프트를 뜻하기도 하지만 내 성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다 디자이너로 독립한 경우인데,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삼성전자에서 선임 디자이너로 6년간 근무했고 그동안 개인 작품 전시를 밀라노에서 하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길을 걷고 싶었고, 부모님도 독려해주셨다. 퇴사 후 스위스 에칼에서 ‘마스터 디자인 럭셔리&크라프트’ 석사심화 과정을 졸업하고 유럽에 머물다가 돌아왔다.
마스터 디자인 럭셔리&크라프트는 생소한 학부다. 어떤 걸 배우나?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뭔가를 가르치기보다 브랜드와 학생을 연결해준다. 무작정 학생을 선발해서 브랜드와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과정을 거쳐 뽑혀야만 브랜드와 작업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한번도 브랜드와 협업하지 못한 학생이 훨씬 많다.
그런 선발 과정을 거쳐 협업하게 된 브랜드가 있나? 바쉐론 콘스탄틴과의 협업은 아트 디렉터로서 2017 겨울 시즌의 전체적인 매장 컨셉트를 다른 디자이너들과 진행했다. 한국에 있는 매장을 비롯해 전 세계 매장에 적용됐다. 쇼파드와는 부티크 매장에서 판매할 미니 백을 디자인했고, 호텔 데 트루아 쿠론느에서는 ‘웨이브 트레이 Wave Tray’를 전시했다.
유럽에 머물 수도 있었는데 돌아온 이유가 있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은데 일본 디자이너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 나가 사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그런데 한국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해외로 나가고 싶어한다. 이 부분이 늘 안타까웠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한국적인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다. 이를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하나? 작품으로 예를 들자면, ‘웨이브 트레이’는 부산에서 태어난 나에게 물이 주는 친숙함과 스위스 레만 호수의 물결을 기록한 수치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현지에서도 반응이 좋았는데 나의 경험과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뿌리란 이런 것이다. 한국적인 것에 나다운 무언가가 결합해야 디자이너의 진짜 정체성이 완성된다.
시작은 IT 디자인이었는데 패션부터 가구, 오브제 등 다양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나의 경력을 독특하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했다(웃음). IT 디자인을 했던 사람이 패션도 할 수 있고, 가구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디자인에 있어서 경계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로 에지스와 토마스 알론소를 좋아한다. 로 에지스는 정말로 소재를 잘 사용하는 디자이너이다. 간단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재료를 영민하게 결합해 정말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준다. 또 토마스 알론소의 위트 있는 디테일을 좋아한다.
복잡한 머리를 식힐 때는 무엇을 하나? 나 자신을 채우기 위해 자주 하는 습관은 뭐든 많이 물어보는 것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이들에게도 계속 질문을 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또 하나는 운동.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하는 동안은 머릿속을 완전히 비울 수 있다.
아틀리에 손의 디자인 DNA는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계속 뭔가를 찾고 있고 나아지려 하기 때문에 또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나의 작품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가까운 미래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사텔리테관에서 전시를 할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작업실을 얻고 싶다. 다음 작업실은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쇼룸을 갖추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