펏남&펏남 putnam&putnam 플라워를 만났다. 뉴욕에서 온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두 명의 플로리스트는 그들만의 로맨틱하고 클래식한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18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이 그렸던 클래식한 정물화에서 많은 모티프를 얻은 펏남&펏남 플라워의 시그니처 스타일.
펏남&펏남 플라워를 소개한다면?
나는 마이클 펏남 michael putnam이고, 함께하는 파트너는 대록 펏남 darroch putnam이다. 우리는 뉴욕에 위치한 펏남&펏남 플로럴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둘 다 다른 일을 했지만 2014년에 펏남&펏남 플라워를 론칭했다. 웨딩은 물론 이벤트와 패션쇼, 패션 화보, 플라워 스쿨 등 꽃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어떻게 다른 직종에서 플로리스트로 전향했나?
나는 원래 인테리어 디자이너였고 대록은 포토그래퍼였다. 나는 주말마다 취미로 꽃을 만지기 시작했고, 대록이 이것을 사진으로 찍어주었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우리의 새로운 직업이 시작됐다.
펏남&펏남 플라워 스타일의 핵심은?
로맨틱! 로맨틱은 연출할 때 빠질 수 없는 스타일링 요소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로맨틱한 감성이 꼭 들어간다. 로맨틱한 감성이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로맨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펏남&펏남 플라워를 운영하고 있는 대록 펏남(왼쪽)과 마이클 펏남.
연출을 위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마켓이나 공원에 갔을 때 어떤 꽃의 텍스처나 컬러를 보고 전체적인 작품 디자인을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감의 원천은 오래된 네덜란드의 그림이다.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지만 실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그려진다. 정물의 기본 요소가 변화, 균형, 통일인데 이런 요소가 알게 모르게 담겨 있고 정말 오랫동안 신중하게 생각해서 그린 그림들이다.
어떻게 서울에서 워크숍을 하게 됐나?
쎄종플레리 플라워스튜디오의 임지숙 대표가 제안했다. 우리에게 연락을 했고 이메일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졌고 정말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때로는 우리의 명성을 이용하거나 이슈를 만들기 위해 접근하기도 하는데 그녀에게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이미 그녀는 수많은 아티스트와 성공적인 워크숍을 열었다. 우리는 미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하고 있고 멕시코에서 한 번, 그다음이 서울이다.
클래스 진행에 매력을 느끼나?
티칭 클래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만의 노하우도 숨기지 않고 전부 공개한다. 이렇게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아시아 진출을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었고 곧 펏남&펏남 플라워 책도 발간될 예정이라 여러모로 적기였다. 특히 마이클은 티칭 클래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즐긴다. 학생들의 작품을 보는 순간도 정말 특별하다.
커뮤니케이션 브랜드인 프렌티스 컬처럴과 아트앤디자인 파티의 무대 장식.
노하우를 다 공개한다면 카피에 대한 걱정은 없나?
모두가 요즘 우리를 카피하고 있다(웃음). 그만큼 우리 작품이 멋지다는 칭찬으로 생각한다. 펏남&펏남 플라워는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를 통해 발전하고 홍보가 됐다. 우리가 찍어 올린 사진이 트렌드가 되는 것도 신기하고 감사하다. 누군가가 우리를 카피해서 뭔가를 해냈다면 우리는 또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발전할 것이기에 두려움은 없다. 아티스트로서 최악의 행동은 자신의 작품이 카피되는 것을 두려워해 아무 발전 없이 그대로 머무는 것이다.
이번 서울 클래스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
뉴욕에서 워크숍을 할 때는 처음 꽃을 만져본 사람부터 플로리스트, 일반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이 섞여 있는데, 이번 클래스는 모든 학생이 너무 잘했다. 기술도 뛰어나고 학생들의 태도도 매너 있고 따뜻해서 정말 인상 깊었다.
한국의 꽃 시장은 어떠했나?
물론 뉴욕 플라워 마켓과 종류나 가격 면에서 약간씩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꽃과 컬러가 많아서 꽃을 구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구매하기 쉽게 잘 정리돼 있어 그런 점은 뉴욕보다 좋았다.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꽃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꿔줄지, 유명 플로리스트에게 배우면 뭘 얻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보다 꽃을 통해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하다. 직원으로 일할 생각이라면 오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턴을 고용하지 않는다. 플로리스트로 산다는 것은 30%는 아름답지만 70%는 치우고, 정리하고, 버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하퍼스 바자>와 촬영한 구찌 스니커즈에 연출한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인스타그램에서 존 데리앙의 오너먼트로 트리를 장식한 작품을 봤다. 어떤 오브제에 끌리는 편인가?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매우 특별하다. 그래서 골드 컬러나 반짝이는 오브제를 많이 쓴다. 하지만 평소에는 심플하고 그래픽적인 느낌을 좋아한다. 테이블보나 그릇, 꽃병 등도 심플하고 무채색인 것을 선호한다. 프랑스의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처럼 말이다.
서울을 꽃에 비유한다면 무슨 꽃일까?
오, 어려운 질문이지만 생각해보면 서울은 목련이다. 꽃이 다 피었을 때는 너무나 황홀하게 예쁘지만 쉽게 상처가 날 수 있고 굉장히 섬세하다. 우리가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연민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목련이 떠올랐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
미국 <보그>의 4월 호에 실릴 화보 작업! 무려 12페이지나 되는 긴 화보인데 유명 패션 사진작가인 스티브 클라인이 촬영했고 <보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레이스 코딩턴과 작업했다. 우리는 그 화보에서 중심이었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 맞춰져 있었고 우리의 의견이 중요했다. 패션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꽃으로 이렇게 빨리 <보그>에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직도 그 작업을 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2018년 2월 뉴욕 패션 위크의 제이슨 우 패션쇼에서 선보인 플라워 무대 세팅.
많은 분야 중에서 어떤 작업이 제일 재미있나?
장단점이 있다. 웨딩을 할 때는 신부들이 우리의 의견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자이너와 일할 때는 그들의 입김이 좀 더 세다. 너무 확고한 주관 때문에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을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웨딩을 좋아하지만 마이클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더 즐긴다.
최근 플라워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플라워도 패션처럼 주기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의 스타일이 유행을 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피치, 블러시 핑크, 채도가 낮은 오렌지 컬러 등을 사용해 앤티크하고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어레인지먼트가 대세인 것 같다.
올해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
올해에는 큰 작업이 많다. 다음 달에 홍콩에서 워크숍을 할 예정이고, 곧 웨딩 시즌이 다가온다. 가을쯤에는 펏남&펏남 플라워의 책이 발간될 것 같다. 무엇보다 유튜브 채널을 곧 오픈할 예정이다. 정말 재미있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마지막으로 펏남&펏남 플라워의 강점은?
플로리스트로서의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몰릴 때 집중도가 흐려지거나 디테일이 약해질 수 있는데, 우리를 또 찾는 이들은 아마도 우리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완성도있게 마무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