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와의 협업을 이야기하자면, ‘베트’ 체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 우리에게 터닝 포인트라 할 만한 작업으로 첫 번째 ‘베트’ 체어는 등받이 뒷부분의 스티치 등이 꽤 어려운 공정으로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이후 사무용이나 라운지 체어로 다양하게 변형되어, 각기 다른 니즈를 가진 모든 사람이 쓸 수 있어 기쁘다.
가장 선호하는 ‘베트’ 체어의 조합은 무엇인가? 집에 어떤 가구가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버전의 ‘베트’ 체어가 있다. 우리 마음에 들지 않고 내키지 않는데 출시된 버전이 단 하나도 없다. ‘이게 말이 되나?’ 했던 버전도 있었지만, 완성품을 보면 의외로 멋져서 놀랐던 적도 있다. 집에 있는 가구는 프로토타입이 많아서 발 받침이 없다든지 뭔가 빠진 제품이 많다(웃음). 다행히 테라코타 컬러의 온전한 벨벳 ‘베트’ 체어가 하나 있다.
‘베트’ 체어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비율과 디테일이다. 비율 면에서는 지나치게 눕혀지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곡선을 살리고, 팔걸이 부분이 좀 넉넉하면서 자연스럽고 우아한 라인을 만들고 싶었다. 등받이 높이를 2가지로 디자인한 것은 적당한 프라이버시를 주기 위해서다.
‘베트’ 체어의 확장 버전 제품이 앞으로 출시되는가? 나의 머릿속에는 현재 진행형의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면 연결고리로 인해 또 다른 디자인이 술술 나오기 때문이다. ‘베트’ 체어와 함께 놓으면 좋은 푸프와 풋 레스트가 나올 예정이다.
감프라테시 스튜디오는 구비 외에도 많은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브랜드와는 서로 추구하는 디자인 코드를 어떻게 조율하는가? 구비와는 아주 오래된 관계이기도 하고 또 특별하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부딪히기보다는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다음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알 수 있다. 다른 브랜드와 협업할 때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의 이상적인 측면을 제시하고 브랜드가 그것을 구현해낼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가장 조화로운 것 같다.
덴마크 하우스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공간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흥미로웠다. 파리에 있는 덴마크 하우스라는 게 즐거운 도전이었다. 대니시 디자인과 파리의 분위기가 적절히 믹스되어야 했는데,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있는 멀티 공간이라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다. <월페이퍼>가 선정한 2018년 최고의 건축 부문에 꼽혔는데, 전문 건축 스튜디오는 아니지만 가구와 오브제를 함께 고민한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듯 싶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문화에서 생활했는데, 어떻게 작업에서 시너지를 내는가? 우리가 생각해도 참 다르다. 10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는 참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더 나은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발전적인 논쟁이었을 것이다(웃음). 서로 역할을 정한 것은 아니고 엔리코는 테크니컬한 면을 공부했고, 스타인은 좀 더 유연하고 오픈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각자 잘하는 면을 부각시켜 작업한다.
코펜하겐에 있는 스튜디오는 아담하고 소박한 분위기라서 작업량과 프로젝트 규모를 생각하면 적잖이 놀랐다. 스튜디오가 거대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가능한 만큼만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는 욕심내지 않는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사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조차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제품이 있다면? 우리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큰 스케일만 지향하지 않고,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겁내지 않을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