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지닌 미학은 오래 볼수록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목재만큼 클래식한 소재도 없지만, 워낙 접하기 쉬운지라 가끔 지루할 때도 있다. 하지만 e15의 제품은 조금 신기하다. 처음에는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볼수록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되니 말이다. 무심하게 뚝뚝 떨어지는 가구의 라인을 보고 있노라면, 간결의 미란 무엇인지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1995년 런던에서 설립된 e15은 목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브랜드다. 목재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라인으로 디자인하여 그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품질 좋은 목재를 사용해 재료와 구조의 미를 그대로 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15이라는 독특한 브랜드명은 런던의 우편번호를 차용한 것인데, 설립자이자 대표 디자이너인 필립 마인저 Philipp Mainzer가 세인트 마틴과 AA스쿨을 다닐 때 마련한 첫 번째 스튜디오의 주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탄생한 제품이 바로 테이블 ‘빅풋 Bigfoot’과 ‘바켄잔 Backenzahn’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이자 아이코닉한 e15의 대표 제품이다. 디테일과 통원목을 가공하는 e15의 기술력은 아직까지 업계에서 따라올 브랜드가 없을 정도다. 통원목은 샌딩과 오일 작업을 통해 목재의 질감에 가치를 더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e15은 클래식한 나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소재를 자유로이 사용한다. 메탈, 유리 등의 상이한 소재와 매치해 정제된 라인으로 디자인하거나 비비드한 색상을 사용해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사고의 폭을 넓히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스테판 디에즈 Stefan Diez, 데이비드 치퍼필드 David Chipperfield, 아릭 레비 Arik Levy, 메종 키츠네 Maison Kitsune, 제프 매퍼트리지 Geoff Mcfetridge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풍성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e15은 목제 장난감 오브제, 쿠션 등 가구와 잘 어울리는 소품도 출시하고 있다. 특히 e15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노스 조명 North Lighting’도 주목할 만한 제품. 연령이나 공간에 관계없이 두루 인기가 좋은 스테디셀러로, 메탈 소재로 디자인되어 목제 테이블과 매치하면 세련된 느낌을 낼 수 있다. 드러내거나 요란한 스타일의 조명은 아니지만, 존재만으로도 포인트가 되는 제품으로 공간을 쉽게 스타일링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e15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사를 중심으로 제작 및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란 출신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필립 마인저의 아내인 파라 에브라히미 Farah Ebrahimi와 함께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상의 재료와 디자인으로 매년 고급스러우면서도 정제된 컬렉션을 선보이는 e15의 제품은 오래 써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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