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마다 즐겨 보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전 세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예술 콘텐츠의 온라인 잡지인데, 여느 때처럼 스크롤을 내려가며 구경하던 중 스크롤을 멈추게 한 작품이 있었다. 아주 자그마한 스툴이었는데, 주변에 기준을 둘 만한 물체가 없어 이것이 사람이 앉을 만한 사이즈인지, 그저 작은 오브제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스툴 하나에 여러 개의 소재가 조합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리석과 콘크리트, 도넛을 엎어둔 것 같은 세라믹의 조합으로 매우 도형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웹사이트 주소를 찾아봤지만, 아직 웹사이트조차 없을 만큼 신진 작가였던 것.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서면으로나마 그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이름은 율렌 유시아 Julen Ussia로 스페인 아티스트다. 공예를 전공한 그는 대학교 3학년에 접어들면서 공예품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세라믹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유용하거나 기능적인 것들에 의문을 품고 ‘쓸모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의자 또는 테이블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흔히 가구에 쓰이는 재료가 아닌 건축의 재료인 콘크리트, 대리석, 기다란 투명관, 유리, 철 등 버려진 것들과 직접 빚은 세라믹을 조합해 독특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낸다. 언젠가 유명 갤러리에서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instagram @julenus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