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의 개척자

조명의 개척자

조명의 개척자

캐나다에서 시작된 조명 브랜드 보치는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내놓는다. 그 바탕에는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실험적인 디자이너 오메르 아르벨이 있다.

 

보치 디자인조명 램프

마치 풍선을 묶은 듯한 28시리즈의 19구. 최근 업데이트된 25가지 새로운 색상으로 믹스했다. 공간의 디자인이나 개인의 취향에 맞게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2005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된 조명 브랜드 보치 Bocci. 설립 이래 다수의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며 전 세계에 보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언제나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보치의 원동력은 대표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대표이기도 한 오메르 아르벨 Omer Arbel이다. 이스라엘 태생의 캐나다 디자이너인 그는 호기심과 열정이 대단하여, 때로는 디자이너라기보다 발명가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늘 실험적인 디자인을 고수하며, 현재 실현 가능한 테크닉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디자이너이지만 한때는 국가대표 펜싱 선수로, 지금은 건축가로도 활동하는 다이내믹한 배경만 봐도 그의 자유로운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워낙 경계가 없는 디자이너라, 2010년에는 캐나다 동계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87시리즈 조명 인테리어

나무 느낌의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유기적인 실타래 형태의 87시리즈. 공간에 맞춰 리듬감 있게 설치하면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그는 유리를 주재료로 감성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둔 디자인을 선보인다. 워낙 섬세한지라, 조명의 전원을 끄고 켰을 때의 모습부터 주변에 생기는 빛과 그림자까지 세세히 고려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오메르 아르벨의 작품은 모두 숫자로 표기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자인을 시작한 작품의 순번대로 표기해 숫자가 높을수록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디자이너

보치의 디자이너 오메르 아르벨. 그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치의 베스트셀러이자 시그니처 제품은 14시리즈다. 숫자처럼 14번째 만든 작품으로, 여러 개의 유리 펜던트가 모여 하나의 캔들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하나하나 정확한 계산하에 특수 유리 공법으로 제작했다. 펜던트는 모두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더욱 특별하다. 한 개부터 구입이 가능해 미니멀한 스타일부터 독특한 샹들리에 연출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꼽는 것은 28시리즈다. 풍선을 연상시키는 28시리즈는 오메르 아르벨이 사람들의 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70여 개의 다양한 색상과 구성, 길이로 선택 가능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2013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런던에 위치한 왕립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 전시되어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에는 280개의 조명을 설치해, 예술 작품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하기도 했다. 38시리즈는 식물을 넣어 쓸 수 있는 조명이다. 벽이나 천장에 설치하면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보치의 장점은 조명이 꺼져 있을 때도 아름답게 고안된 것인데, 38시리즈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치 14시리즈

보치의 대표 모델이자 베스트셀러인 구슬 형태의 14시리즈.

 

특이한 것은 16시리즈다. 보통은 순번대로 작품을 완성한 반면, 16시리즈는 28시리즈보다도 훨씬 늦게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작품에 쏟은 시간이 길었기 때문인데, 무려 10년간 연구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나무의 형태를 닮은 16시리즈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오메르의 발명가적인 집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출시된 것은 2017년에 만든 87시리즈다. 재료의 무한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유리 안에 구리로 만든 그물 소재의 바스켓을 넣고 가열된 유리를 부어 성형했다. 하나의 펜던트를 만들기 위해 동시에 3명이 작업할 만큼 그 공정이 쉽지 않다. 예술과 혁신, 기술을 모두 요하는 87시리즈는 색감과 형태가 복숭아를 연상시키며, 은은하지만 존재감 있는 형태로 목재로 만든 가구나 공간에 매치하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그 외에도 런던 바비칸 뮤지엄에도 전시됐던 알루미늄 소재의 44시리즈, 유기적인 형태와 패턴으로 완성된 73시리즈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회사가 설립된 지 이제 갓 10년이 넘었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선 조명 브랜드 보치. 제품은 모두 밴쿠버 본사에서 만들며, 요즘은 베를린에서도 브랜드의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예술 작품 못지않은 조명으로 세계 유명 가구 쇼룸과 런던의 바비칸 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며 주목받고 있다. 비슷한 테크닉으로 컨셉트와 형태를 흉내 내는 디자인이 아닌, 독보적인 철학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보치의 88번째 작품이 몹시 기다려지는 이유다.

문의 02-3442-4672 www.theom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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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은 기자의 ART&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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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마다 즐겨 보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오브제

 

 율렌 유시아

 

전 세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예술 콘텐츠의 온라인 잡지인데, 여느 때처럼 스크롤을 내려가며 구경하던 중 스크롤을 멈추게 한 작품이 있었다. 아주 자그마한 스툴이었는데, 주변에 기준을 둘 만한 물체가 없어 이것이 사람이 앉을 만한 사이즈인지, 그저 작은 오브제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스툴 하나에 여러 개의 소재가 조합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리석과 콘크리트, 도넛을 엎어둔 것 같은 세라믹의 조합으로 매우 도형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웹사이트 주소를 찾아봤지만, 아직 웹사이트조차 없을 만큼 신진 작가였던 것.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서면으로나마 그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이름은 율렌 유시아 Julen Ussia로 스페인 아티스트다. 공예를 전공한 그는 대학교 3학년에 접어들면서 공예품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세라믹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유용하거나 기능적인 것들에 의문을 품고 ‘쓸모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의자 또는 테이블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흔히 가구에 쓰이는 재료가 아닌 건축의 재료인 콘크리트, 대리석, 기다란 투명관, 유리, 철 등 버려진 것들과 직접 빚은 세라믹을 조합해 독특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낸다. 언젠가 유명 갤러리에서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instagram @julenussia

 

 율렌 유시아

 

 율렌 유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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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간직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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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네리&후 Neri&Hu는 중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인 듀오다.

 

네리&후 건축 가구 디자이너

 

이들은 상하이와 런던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데 건축뿐만 아니라 가구 디자이너로서도 명성을 쌓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과하고 과장돼 있다는 중국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중국 디자인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드 라 에스파다’에서 소개한 가구 역시 나무 소재를 기반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녹여냈다. 예를 들면, 중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든지, 중국 전통적인 혼례품인 수납장에서 영감을 얻은 캐비닛 등이 그렇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지만 자신들의 뿌리 문화를 반영한 네리&후의 디자인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tel 가구숍인엔 02-3446-5103

 

트렁크 로 캐비닛 중국 디자인

트렁크 로 캐비닛

 

트리오 사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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