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오브제에서 확인한 2018 키워드 12가지를 소개한다.
01. 가을이 온다
새로운 시즌이 도래했다는 것을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각 브랜드마다 차분한 가을 컬러로 갈아입은 신제품을 전시했기 때문. 유달리 아름다웠던 몇 가지 제품을 소개한다.
02. 돌의 새로운 발견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돌이라는 물성에 주목했다. 벨기에 가구 브랜드 디르크 카우사르트 Dirk Cousaert는 바위처럼 거친 느낌의 돌을 앤티크한 나무 테이블에 접목했고, 세락스 Serax나 스폴리아 Spolia 같은 브랜드는 조명에 돌을 접목해 색다른 느낌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제는 대리석이 아닌 조금 색다른 아이템을 보고 싶다. 아마 모두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03. HOME AT LAST
집은 쇼룸이 아니기에 무엇보다 편안해야 한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꾸준히 강세인 이유는 그러한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지. 펌리빙 Ferm Living의 F/W 시즌 카탈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가치관이 뚜렷이 드러나는 글귀를 발견할 수 있다. “완벽한 쿠션이 놓인 고급스러운 소파가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 손님 그리고 당신의 역사와 경험, 느낌이 집을 완성하는 겁니다. 우리는 당신이 누구인지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당신이 온전히 자신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말이죠.”
04. ANIMAL IN MY HEART
우리가 동물 아이템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귀엽기 때문이지만, 그 귀여운 동물 아이템을 바라볼 때 얻는 심리적 안정도 클 것이다. 비트라는 이런 생각에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비트라 액세서리 컬렉션에서 출시한 ‘레스팅 애니멀 Resting Animal’은 인간과 사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비트라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의미 있는 오브제를 고르라 요청했고, 대다수가 동물 오브제를 선택했다. 잠을 자고 동면하는 동물을 관찰해 출시한 비트라의 ‘레스팅 애니멀’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절로 엄마 미소가 그려진다.
05. THIS IS REAL VIRTUOUS
예쁜데 환경까지 고려한 제품을 찾았다. 심지어 그 발상도 흥미롭다. 네스프레소와 스위스의 문구 브랜드 까렌다쉬 Carand’ache의 협업으로 탄생한 ‘849 네스프레소 볼펜’은 버려진 네스프레소 캡슐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커피 찌꺼기는 자연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해 마무리까지 완벽한 환경보호를 실천했다. 이는 네스프레소 라이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6년에는 캡슐 껍질을 활용해 빅토리아 녹스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제나 Zena의 채소 필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테파노 노타르자코모 Stefano Notargiacomo의 작업도 무척 흥미롭다. 이탈리아의 명차와 오토바이를 사용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었는데, 마세라티와 포르쉐, 베스파 등의 오래된 자동차, 오토바이 장비가 조명과 거울, 글로브 박스 등으로 재탄생된 것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06. 아이디어가 만든 디자인
이번 메종&오브제에서도 역시 아이디어가 넘치는 재미있는 제품이 많았다. 위우드 WeWood의 콜롬보 커피 테이블은 하나의 테이블을 나눠 두 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 유니크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탄생했다.
07. 셰프가 만든 그릇
세락스는 한번 들어가면 쉽사리 나오기 힘들만큼 눈길을 끄는 제품이 많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산 펠레그리노 San Pellegrino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식기 라인. 디자이너 찰스 카이신 Charles Kaisin과 미쉐린 스타 셰프인 데이비드 마틴 David Martin이 1년간의 과정을 통해 만든 것으로 세락스의 제품력과 데이비드 마틴의 경험, 찰스 카이신의 독창성이 두루 녹아있다. 모듈 방식으로 제작한 그릇은 단순하면서도 매끈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세락스의 그릇에 올릴 수많은 셰프들의 변주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듯싶다.
08. 유니크해!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브랜드는 엑스트라놈 Extranorm이다. 소파 하단에 흔들의자의 원리를 적용한 이퀼리브리스테 Equilibriste나 상하이, 헬싱키 등 각 도시를 주제로 이색적인 스타일로 풀어낸 소파 등 엑스트라놈의 아름다우면서도 유니크한 제품을 잠시 감상해보자.
09. 정말 의외의 소재
익숙한 디자인이라도 의외의 소재에서 오는 새로움이 있다. 겐코르크 Gencork는 코르크 소재를 활용해 인테리어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첨가물 없이 천연 공정을 거쳐 만든 코르크 100%의 소재는 호텔 벽면에 통째로 장식하거나, 가구로 탈바꿈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네덜란드의 월텍스타일 Walltextile 회사인 DWC는 천을 소재로 벽지를 만든다. 하이엔드 인테리어를 위해 탄생한 DWC는 고전을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메종&오브제에서의 발견은 바로 모조 모빌리에 Mojow Mobilier다. 갓 시작한 프랑스의 신생 브랜드로, 어릴 적 바다에서 갖고 놀던 튜브 소재로 가구를 만드는 유쾌함을 담았다. 디자인은 무척 클래식하다.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안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 DIY 가능한 제품도 있다.
10. 주방의 노르딕
주방에도 노르딕은 여전히 강세다. 에바솔로 Eva Solo에서 이번 시즌 내놓은 신상품은 노르딕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간결하게 떨어지는 선이 매력적인 냄비 라인과 일본의 기술력을 더해 출시한 나이프 라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다마스커스강을 적용했으며, 일본의 칼날처럼 13~15도를 사용했다. 냄비의 경우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에 오크를 적용해 세련미에 따듯한 감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11. 자연 느낌 그대로
아무리 훌륭한 작품일지라도 자연이 주는 감동만큼 강렬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오가닉 라이팅을 만드는 회사라 지칭하는 세립 Serip은 자연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한다. 주로 황동과 글라스 등의 소재를 사용하며,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세립 외에도 자연을 주제로 작품을 출시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도 눈에 띄었다.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강세인 요즘, 이러한 시장도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
12. 파리에서 빛난 ‘By 을지로’
조명이 꽤 예뻐 부스를 서성이며 한참을 보았다. 가만 보니 한국 브랜드였다. 더군다나 을지로! 그것도 파리에서! 한때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조명 시장이었던 을지로는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일대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By 을지로’다. 을지로 조명상인연합과 유명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인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이너가 조명을 디자인하면, 조명업체에서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메종&오브제에서는 유화성, 이석우 디자이너와 한국조명유통협동조합 브랜드인 올룩스 Allux, 오세환 디자이너와 모던라이팅, 이상민 디자이너와 기아조명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디자인이었던지라 더욱 기쁜 마음이었다. 힙한 동네 을지로는 이제 세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