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농산물을 소개하는 마켓레이지헤븐에는 겉멋이 없다. 이들은 음식과 식재료를 사랑하는 ‘진짜’ 마음을 농산물과 함께 담아 보낸다.
마켓레이지헤븐 안리안 공동대표
마켓레이지헤븐의 안리안 디렉터를 만났다. 남편인 유상진 씨와 마켓레이지헤븐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녀는 레이지헤븐이라는 바를 8년 정도 운영해오다 마켓레이지헤븐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켓에 집중하게 됐다. 마켓레이지헤븐은 다소 생소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특정 농산물의 판매를 공지하고 홈페이지에서 솔드아웃될 때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금세 팔려서 이미 아는 이들은 공지된 시간 전에 클릭을 대기할 정도다. 이곳을 통해 블루베리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품종인지, 얼마나 다양한 블루베리가 있고, 올해의 블루베리 맛은 어떠한지 자세하게 설명된 종이 한 장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꾸준히 인기가 있는 들깨가래떡은 가공식품이지만 토마토, 복숭아, 멜론, 블루베리 등 건강한 농산물을 소개하고 있어요. 술도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해서 당연히 식재료에도 관심이 있었죠. 레이지헤븐 바를 운영할 때도 칵테일에 들어가는 라임, 허브 등을 직접 구해서 사용했어요. 심지어 물도 특정 지역의 물만 사용했고요.” 집착에 가까운 완벽한 식재료에 대한 탐닉은 그녀를 자연스럽게 농장으로 이끌었다. “어느 날 지금의 남편이 ‘우리가 마흔쯤엔 뭐하고 있을까?’라고 묻더군요. 아무리 문화가 발전하고 기술이 진보해도,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전하는 일이었죠. 그래서 레이지헤븐 바도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했어요.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듣고 알아줄 소수의 사람들을 생각했던 거예요.” 마켓레이지헤븐을 위해 이들은 농업진흥청의 추천도 받고 직접 발로 뛰며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농부들을 만나러 다녔다. 많은 것을 고려해 고창 지역에 본사 개념의 사무실도 만들고, 일주일에 반 정도는 여전히 농장과 농부를 찾아다닌다. “토마토는 원래 2만5000종이나 돼요. 신고배만 잘 알려진 국내에도 황금배, 풍수배, 추황배 등 다양한 종류가 있죠. 그런데 유통상의 이유로 알려지지 않은 종의 농산물이 정말 많더라고요. 마켓레이지헤븐에서는 제철 농산물을 위주로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해요. 그래서 애정도 많고, 더 열심히 하게 되거든요.” 언젠가 싸이월드처럼 인스타그램도 시들해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을지 궁금했다. “마켓레이지헤븐을 시작할 때부터 오프라인 공간을 염두에 뒀어요. 아직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안리안 디렉터는 이 일을 하기 전 패션 분야에서 숨막히게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며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켓레이지헤븐을 운영하면서 이제는 고창 지역을 누비며 자연에서 마음을 다독이게 됐고, 좋은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몸을 다스리고 있다. “가장 좋은 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너그러운 마음의 여유요. 농사라는 것이 느리게 흐르는 일이잖아요. 수확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해야 하고요. 그런 것을 요즘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레이지헤븐이란 이름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제 이들은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다이닝 체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다. 닐스 묄러의 ‘모델 75 다이닝 체어’는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하고 그냥 바라봐도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어렸을 때는 패션과 디자인에 관련된 서적을 모았는데 마켓레이지헤븐을 시작한 뒤로는 오로지 요리, 자연, 채소와 과일에 관한 책만 구입하게 됐다.
라보앤웨잇의 밀크팬과 마블 에나멜 플레이트, 그리고 셀레티와 토일릿페이퍼가 협업한 ‘TP에나멜 플레이트 솝’은 고창에서 바닷가로 피크닉을 가거나 6명 이상의 손님을 접대할 때 요긴한 법랑 제품이다.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도 실용적이다.
생산자의 성격처럼 따뜻하고 위트 있는 내추럴 와인 ‘알렉산드르 방 화이트’와 ‘잘토 유니버설 와인 글라스’. 어떤 와인도 기가 막힌 맛을 내게 만드는 잘토 와인잔은 특유의 얇은 립 부분과 스템의 그립감이 훌륭하다.
언니가 미국 출장에서 사다준 무민 파스타 계량기. 나무 재질인 점도 마음에 들고 파스타를 자주 만드는 나를 생각한 마음이 느껴진다.
투명해서 안에 내용물을 쉽게 볼 수 있고,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웩 Weck의 유리 용기들. 뚜껑이 유리 소재인점도 마음에 든다.
엄마가 물려준 블랭킷. 좋은 제품을 오랫동안 잘 사용하는 엄마의 애장품을 물려받은 건 엄청난 행운이다. 유행에 상관없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아끼는 물건.
‘아네모네 톨 커피잔’을 계기로 요즘 블루 패턴의 빈티지 잔을 모으고 있다.
오픈 초기 이벤트 때 사용하려고 제작한 방석들. 취향에 맞는 원단을 원하는 사이즈로 만들어서 아직까지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잼을 만들 때 다른 냄비나 잼 포트에 비해 덜 저어도 된다는 엄청난 장점을 지닌 ‘모비엘잼 포트’.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양태오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흠모한다. 꽃 몇 송이만 꽂아도 꽃꽂이를 한 듯한 효과를 주는 태오홈의 ‘앳 이지’ 꽃병은 훌륭한 오브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