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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런던에 머물렀던 1995년 공동으로 e15을 설립했다. 초기 작품으로 ‘빅풋’, ‘바켄잔’, ‘모 베드’를 디자인했으며, e15과 함께 필립 마인저 오피스 포 아키텍처&디자인이라는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상업과 주거 공간, 문화 공간의 경계 없이 건축과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의 근황은 어떠한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와의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 열린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데이비드가 디자인한 ‘베이시스 Basis’를 출시하기도 했다. 아주 세련된 맞춤형 시스템으로, 기존의 월넛과 오크 테이블 톱뿐 아니라 새로운 마감으로 출시된 브라운 색상의 유리 테이블 톱으로 선택 가능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무엇인가? 훌륭한 디자인은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비율이나 공법, 지속 가능성, 재료의 선택 같은 것이 필수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완벽한 작품은 스스로를 대변하고, 제품이 디자인되었을 때조차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1920년부터 1950년까지 활동한 독일의 건축가 페르디난드 크뢰머의 디자인을 리에디션하여 출시한 e15의 컬렉션을 예로 들고 싶다.
e15과 비슷한 결을 지닌 디자이너, 작품, 공간 등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것의 예시를 든다면? 오랜시간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스테판 디즈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들이 브랜드와 컬렉션에 어떻게 반응하며 작업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브랜드 철학을 존중하며 e15의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데이비드는 브랜드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접근한 반면, 스테판은 ‘후디니 체어’를 통해 브랜드에 새로운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2019년은 ‘후디니 체어’를 디자인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곧 기념 행사도 가질 계획이다.
e15의 제품 중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과 그 이유는? ‘바켄잔’ 스툴이다. 순수하면서도 천연에서 온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하는 동시에 공예 기술을 조합하는 e15의 DNA와 가장 닮았기 때문이다.
아내인 파라 에브라히미는 이란 출신의 텍스타일 디자이너다. 이란을 어떠한 나라라고 생각하며, 어떠한 요소가 e15의 제품에 녹아들었는가? 파라는 도나 카렌의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기도 한 패션 디자이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20년간 미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했지만 페르시아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배경은 서구 문화에 동양 문화를 접목한 e15의 감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국내외적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있다. 함께 운영 중인 건축사무소도 강한 컨셉트로 더욱 발전시킬 예정이다.
스튜디오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크기와 맥락에 관계없이, 관련이 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미적인 감각을 탐구하는 창조적인 스튜디오다. 작업을 할 때 산업디자인과 건축 디자인, 조형 프로젝트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프로젝트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시작된다. 단지 나중에 자신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뿐이다. (완성된 작품이) 얼마나 크고 유용한지, 조명인지 오브제인지, 아니면 건물의 일부인지, 조각품인지 말이다.
제품의 디자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나는 재료를 다루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있다. 재료의 화학적, 물리적, 기계적인 성질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순간, 발견이라고 부르는 그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직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료를 만지고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그때부터의 여정은 발견을 발전시키고 실제 세계와 관련된 방식으로 프레임을 구성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을 번호로 표기하는 것이 독특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초기에는 그저 작업의 순서를 편리하게 정리하고 파악하기 위해 번호를 매긴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포트폴리오를 파악하는 데 좋은 툴이 되었다.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재료는 무엇인가? 지난 몇 년간 동과 유리의 조합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84와 76을 만들기 위해 대량생산된 동을 그물망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은 좀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동을 녹이고, 유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보고자 한다.
어떤 프로젝트에 애착을 갖고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제품을 사랑하지만 최근에는 87이 가장 좋다. 과정의 직접적인 결과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너무나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무척 아름답다.
가장 쉽지 않았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아직도 수많은 미완성 작품이 있다. 우리의 실험적인 방식은 가망성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패는 성공보다 훨씬 빈번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는 미완성된 과거의 프로젝트를 몇 년이 지난 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다시 실험해본다. 그래서 당시에는 불가능했던 프로젝트가 몇 년 지나 완성되기도 한다.
근래에 가장 감탄했던 작품이나 공간이 있는가? 오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의 ‘워커 레지던스 Walker Residence’를 보고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2019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열리는 에우로루체 Euroluce에서 74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요즘에는 꽤나 흥미로운 집도 짓고 있으며, 서너 개의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몇 가지는 조명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은 연금술 단계에 있기에 그것이 무엇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은 그저 속삭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