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 초록이 지천인데도 집 안 가득 싱그러움을 채우고 싶다.
온 세상에 초록이 지천인데도 집 안 가득 싱그러움을 채우고 싶다.
올봄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로 우리를 이끌어줄 키워드 15가지를 선정했다. 리빙 분야에서 미식과 식물까지 폭넓은 분야의 트렌드 리포트를 소개한다.
11 모던해진 아트 포스터
집 꾸미기에 빠질 수 없는 아트 포스터. 간결한 라인 드로잉이 대세다.
간결한 선과 색감, 디자인을 지닌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유행해서일까. 집 안을 장식하는 아트 포스터의 그림마저 점점 더 단순해지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 SNS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에포크의 한정숙 실장에게 이런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약 2년 전부터 드로잉이나 추상화 포스터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보타닉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아마 좀 더 간결하고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또 그녀는 각각의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 고르는 법도 조언했다. “온 가족이 머무르는 거실에는 다소 보편적이고 평안한 느낌의 포스터가 좋아요. 예를 들어 컬러나 형태에서 누가 봐도 편안해 보이는 식물이나 꽃 포스터 말이에요. 침실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그림을 걸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리 드로잉이나 인물 포스터가 인기를 끌어도 자신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요. 누군가는 인물 포스터를 보고 평안함을 느끼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작품이 섬뜩하게 다가올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작품을 구매할 때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즉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editor 원지은 assistant 윤다해
SHOPPING LIST : 트렌디한 아트 포스터를 구입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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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분재에 주목하라
분재를 누가 진부한 취미라 했던가. 동양 문화에 주목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힘입어 일본의 분재 문화가 시선을 끌고 있다. 압구정에 위치한 에세테라에서 모던 분재 아티스트 켄지 코바야시 Kenji Kobayashi를 만나 일본의 분재 문화와 최근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ditor문은정 photographer 유라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나는 나가노켄 출신의 모던 분재 아티스트다. 현재 일본 지유가오카에 분재 브랜드인 시나지나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마하레와 이세탄, 미츠코시 백화점에 라이프스타일숍도 운영하고 있다. 아틀리에와 백화점에서는 분재를 판매하며, 일본식 모던 정원을 만드는 일도 겸하고 있다. 분재의 모던한 라인을 만들고, 작은 크기의 분재를 돌이나 모래, 유목 등의 재료와 함께 작은 화분에 담아 경치를 가꾸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25년 전, 경치 분재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를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분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 부탁한다. 일본의 분재 문화는 15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사계절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뿐 아니라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자연관을 작은 화분 속의 분재를 통해 바라보는 문화이다. 최근에는 인테리어용으로 젊은 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참고로 경치 분재란 그냥 화기에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분재 안에 또 다른 경치(Scenery)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전에 보았던 풍경을 화분에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분재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20대 때는 도시 계획 일을 했다. 그러다 26살 때 우연히 미국 오리건 포틀랜드에 갔다 마음에 들어 정착했다. 그냥 있을 수는 없으니 무언가를 해야 했는데, 운 좋게 분재를 가르치던 일본인 스승을 만나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 모던 분재 브랜드인 시나지나를 만들었다.
아직 한국은 분재가 많이 대중화되지 않았고, 장년층의 취미 생활이라는 인식도 남아 있다. 이러한 분재를 젊은 감각으로 모던하게 풀어낸 것이 재미있다. 그 계기는 무엇인가? 나 또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만일 일본에서 분재를 배웠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해외에서 분재를 했던 것이 새로운 시각으로 분재를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일본에서는 분재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가? 이전에는 장년층의 취미이자 가격이 비싸서 한정된 타깃층만 즐겼다. 하지만 시나지나의 모던 분재로 현재는 남녀노소 연령에 상관없이 인기가 있다. 특히 인테리어의 장식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분재는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자연미를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동서양을 구분 짓지 않고, 현대 생활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한국와 일본의 분재 스타일이 차이가 있다면? 아직 한국의 분재 시장을 정확히 모르지만, 일본 시장의 25년 전 정도에 멈춰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 한국도 빠른 시일 내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분재가 많이 모던해질 듯하다.
최근의 분재 트렌드는 어떠한가? 사시사철 푸른 잎을 즐길 수 있는 소나무나 향나무가 변함없이 인기 있지만, 계절을 즐길 수 있는 단풍나무나 벚꽃나무 같은 분재도 인기가 많다.
분재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초록이 사용되지 않았던 파격적인 공간에 식물을 놓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식물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13 내 집 내가 고치기
내가 원하는 것을 손으로 만드는 데서 소확행을 누리는 이들이 이제 직접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조명 정도는 눈 감고도 교체할 수 있는 ‘금손’들을 위한 DIY 자재 센터는 앞으로 더욱 인기를 얻을 것이다.
획일적인 것을 거부하고 나만의 개성을 찾고자 하는 흐름은 주거 인테리어에도 적용되고 있다. 문고리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내 손으로 바꾸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DIY 자재 판매처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오픈한 ‘에이스 홈센터’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에이스 하드웨어와 제휴를 맺은 자재 센터로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자재, 공구, 페인트, 전기, 원예 등 인테리어에 필요한 4만 개 이상의 제품을 소개한다. 에이스 홈센터&홈데이 MD팀 신지혜 차장은 “타인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인테리어의 소비 문화도 변하고 있다. 규격화된 인테리어 상품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직접 고르고 시공하려는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나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DIY 가구나 인테리어 자재를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샘플을 가지고 오면 동일한 색상의 페인트를 조색할 수도 있고 테라스 자재, 바퀴와 다양한 종류의 못과 손잡이 등 어디서 사야 할지 난감했던 인테리어 자재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에서도 나만의 스타일을 구현해내기가 쉬워진 셈이다. 최근 SNS에서 #집스타그램을 검색해보면 어디에서 본 듯한 인테리어보다는 집주인의 감각이 묻어나는 셀프 인테리어의 인기가 높다. 2019 트렌드 코리아에서 김난도 교수는 ‘나나랜드’라는 키워드를 트렌드로 언급했다. 타인의 시선이나 유행에 상관없이 나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이들 덕분에 ‘나나랜드’를 위한 인테리어 시장은 지금보다 더 한층 다채로워질 것이다. editor 신진수
14 HOME GYM
요즘은 유튜브나 온라인 채널에 원하는 운동 스타일만 검색해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시대다. 집 안의 인테리어를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운 홈 트레이닝 기구를 리스트 업했다. editor 원지은 assistant 윤다해
모크샤의 콤보 라운드 요가 매트 타월 기존의 심심한 디자인의 요가 용품과 달리 세련된 디자인과 흡수력 및 세척 효과, 수분 발산력까지 업그레이드해 뛰어나 품질까지 겸비했다.
에버라스트의 엑서사이즈 휠 좁은 실내에서도 코어 근육과 복근 강화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 기구다.
바디스트릿의 보수볼 볼 위에 앉거나 올라서서 몸의 중심부인 척추와 골반 균형을 잡아주는 코어 운동을 할 수 있다.
파오의 얼굴 근육 운동 기기 독특한 모양의 운동 기구 파오는 처지고 늘어진 얼굴 근육을 강화해 턱 밑 처진 살까지 끌어올린다. 아침저녁으로 30초만 운동해도 얼굴을 팽팽하게 만들고 안쪽부터 탄력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디스트릿의 요가 링과 밸런시스의 마사지 볼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간단한 스트레칭에 도움을 준다.
15 VIVID IS TREND!
뉴욕의 플로리스트 펏남&펏남의 마이클 펏남과 대록 펏남을 쎄종 플레리에서 만났다.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명의 플로리스트는 최근 꽃 시장의 트렌드를 원색적인 컬러라고 말했다. editor 문은정 photographer 이향아
곧 출간되는 책의 북 쇼케이스를 위해 아시아 투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일본에 들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일본에서 꽃을 키우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씨앗을 뿌려 그냥 꽃을 키운다기보다는 한 송이마다 집중적으로 관리하여 기르고 있더라. 싱가포르에서는 열대지방 특유의 로컬 제품이 신기했다. 싱가포르는 꽃이 자라지 않아 모두 수입해서 사용한다. 마치 뉴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요즘은 꽃 시장도 글로벌해져서 어디서든 전 세계의 꽃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 같다.
로맨틱하면서도 마치 정물화처럼 회화적인 것은 당신의 꽃 스타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인 것 같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한인데, 그간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는가? 기존 스타일에 원색적인 요소가 추가되었다. 특정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항상 새로운 것을 하고 싶기에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
동서양을 통틀어 현재 꽃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비대칭적인 모양과 채도 높은 원색적인 컬러, 염색된 드라이플라워와 물감을 뿌린 꽃. 아, 조금 된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그래스도 인기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시누아즈리 Chinoiserie 같은 동양적인 스타일이 엄청 반응이 좋다.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동경을 담은 것이다.
오늘 만든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쎄종 플레리 임지숙 대표의 어머니가 소장하고 있던 도자기에 완성한 플라워 작품이다.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이라 선택하게 되었다. 뒤에는 빨간색의 러너를 깔고, 그에 대비되는 노란색 어레인지먼트를 완성했다. 만들면서 생각했는데, 웨딩에서 이런 스타일을 활용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올해의 계획은 무엇인가? 곧 두번 째 책이 나올 계획이다. 작년에 출간된 첫 번째 시리즈에 소개된 꽃을 사용해서 만든 어레인지먼트를 소개한 책이다. 또한 우리의 클래스를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도 준비하고 있다. 홍콩, 중국 광저우를 마지막으로 아시아 투어가 끝나면, 암스테르담과 파리, 이탈리아, 런던에서도 북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디터
메종 에디터들이 선별한 올봄 트렌드 키워드 2탄을 소개한다.
06. 스타일리시해진 아웃도어 용품
아웃도어 용품은 미니멀리즘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각종 최첨단 기술을 등에 업고 무척이나 똑똑해지고 있다. <고아웃 코리아>의 신기호 편집장이 꽤 괜찮은 아웃도어 아이템을 까다롭게 선별해주었다. editor문은정
07. 2019년의 가드닝 KEYWORD3
싱그러운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은 봄을 맞이하는 성스러운 의식과 같다. 올해는 가드닝 업계에 어떠한 트렌드가 불고 있을까. 성수동의 가드닝 편집숍 클럽G의 강의숙 소장, 김미셸 대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화두와 스마트 기기의 출현, 미세먼지에 대한 대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올봄에 키우기 좋은 고운 식물도 추천해줬다. editor문은정 photographer 이예린
1가드닝도 스마트하게
이제는 가드닝도 앱으로 한다. 앱으로 비닐하우스의 온도, 습도 같은 것을 조절하거나,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모봇 Mobot이나 위드봇 Weedbot이 모를 깎거나 잡초를 손질해주는 것. 특히 햇빛 없이 인공광 아래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하이드로포닉 인도어 가든 HydroponicIndoorGarden은 유해 환경으로 가득한 야외보다 채소를 훨씬 청정하게 키울 수 있어 각광받는 아이템이다.
2미세먼지? 이젠 실내에서 키우자 미세먼지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봄이 되었음에도 가드닝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실내 정원이다. 흙 없이 이파리로만 성장하는 에어플랜트의 경우 본래 따듯한 환경에서 자라던 식물이 대부분이라, 실내에서 키우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수경 식물 역시 실내 가드닝에 알맞다. 실내의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3손댈 필요 없는 식물의 유익함
환경문제가 연일 사회적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한 이슈다. 가드닝 업계도 다르지 않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로우 메인터넌스 LowMaintenance(손을 많이 댈 필요가 없는 가드닝)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기후에 가장 잘 맞는 수종을 선택할 것.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불필요한 노동력이나 재료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물론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골프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서양 잔디의 경우, 우리 환경에 맞지 않음에도 널리 키워지고 있다. 잎이 부드러울뿐더러 겨울에도 파릇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수많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대체제가 바로 은사초이다. 1년 내내 상록일뿐더러 서울 기후에도 잘 맞다.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햇빛을 좋아해 실외에 심으면 알아서 잘 자란다.
08. 실내 청정 존을 위하여
미세먼지의 공습에 이어 봄철 황사가 다가온다는 예보다.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밖에서 묻은 먼지를 완벽하게 흡입해줄 청소기와 의류 관리기, 요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전기레인지 등 청정한 실내 공기를 위한 가전제품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ditor 신진수
09. 사찰 음식의 해방
팜투테이블, 동물복지, 윤리적인 식습관 등 사찰 음식이야말로 최근의 식문화 트렌드를 총망라한 퀴진이 아닐까. 이러한 사찰 음식을 젊은 감각으로 꽤나 독특하게 해석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해방촌에 위치한 ‘소식’이다. editor 문은정 photographer 이현실
소식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채식과 비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자꾸만 서구화되는 음식을 찾는 것이 안타까워 문을 열었다. 정통적인 한국의 비건인 사찰 음식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공유하고 싶었고,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프로젝트성으로 오픈했다. 사람들에게 채식이 어떻게 좋고, 온실가스 이야기 같은 것을 해주는 것보다 채식 요리를 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공간을 사찰이라고 표현하는데, 종교적으로 반론하는 이들은 없는지 궁금하다. 우리도 그걸 걱정했는데, 최근 불교 잡지에서 취재하면서 아주 좋아했다(웃음). 우리가 어떤 종단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공간이 사찰이라고 불릴 수 있다면, 여기서 먹는 음식이 곧 사찰 음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혹시 셋은 모두 불교 신자인가? 불교 신자는 없다. 하지만 박연은 절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단기 출가학교도 다녔고, 친분 있는 스님도 있다. 그래서 오픈 당시 논리적으로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절에 갔을 때의 느낌을 공간에 담고자 노력했다.
사찰은 뭔가 금욕적으로 여겨지는데, 여기에서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술도 마실 수 있고 말이다. 좀 더 넓게 보고 싶었다. 사찰 음식에 금욕주의적인 이론이 존재하기는 하나, 최근의 식문화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가치에 대해 고민해봤다. 즉 팜투테이블, 동물복지, 윤리적인 식습관, 알고 먹는 맛은 한층 더 깊다는 것 등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는데, 사찰 음식은 그 모든 트렌드를 담고 있다. 더군다나 사찰은 2000년의 역사를 지닌 멋진 문화이자 철학이다.
박연, 전범선 씨는 철학을, 안백린 셰프는 음식을 하지만 특이하게도 신학을 공부했다. 음식을 통해 우리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 왔고, 우리가 먹었을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려 한다. 음식은 생명이다. 결국 무언가를 죽여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함이 있어야 하고 어떻게 먹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소식의 음식은 그러한 정신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채소에 대한 애정을 갖고, 각각의 개체로 바라보는 농부들과 거래하고자 한다. 식재료의 경우, 늘보리나 청자조 등 익숙하지 않은 다채로운 재료를 쓰려고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알리고 싶다. 또 식재료는 남김 없이 사용한다. 시금치 뿌리는 채수를 만들 때 쓰고, 당근 줄기는 말려서 칵테일을 섞을 때 사용한다. 영국, 미국, 독일 등 셋 다 해외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했다.
그쪽의 채식 문화는 어떠한가? 훨씬 편하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채식 메뉴가 있고, 비건을 마치 A형처럼 편하게 생각한다.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채소를 많이 먹는 나라임에도 비건 식당 아니면 브런치 스타일의 서양식 레스토랑이 많은 것 같다. 그게 꼴 보기 싫어서(웃음). 서양에서는 우리의 사찰 음식을 오히려 동경한다. 채식이라는 것이 철학사적으로 봐도 동양에서 영국을 통해 수출된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동양에서 영감을 찾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전통적인 한국 컨셉트로 오픈한 점이 흥미롭다. 우리가 외국 생활을 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의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경우는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한 친구들이 많더라. 외국에 나가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올봄 추천하고 싶은 채소가 있다면? 봄나물을 데치지 않고 생으로 먹어봤으면 한다. 조리법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두릅 같은 것은 스테이크로 해먹으면 정말 맛있다. 다양한 채소의 맛과 식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심지어 이탈리아보다도 채소의 종류가 많은 나라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비건 채식계의 백종원이 되고 싶다. 사찰 음식이 맛있다는 것과 그게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수박 참치 덮밥
수박의 수분을 빼낸 뒤 참기름의 감칠맛을 더한 채식 참치 덮밥이다.
재료(2인분) 수박 1/4통, 잡곡밥 2공기, 올리브유 · 참기름 · 샐러드 채소 · 소금 적당량씩
1 수박의 껍질을 잘라낸다. 2 1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바른 뒤 100℃의 오븐에서 48시간 동안 굽는다. 3 2의 수박 참치에 참기름을 바른 뒤 슬라이스한다. 4 그릇에 샐러드 채소와 흑보리, 메밀 등을 넣어 지은 잡곡밥을 담고 3을 올린다.
10.자연 담은 그릇 요즘
출시되는 디자인 그릇의 공통분모는 ‘자연’이다. 누군가를 초대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트렌디한 식탁을 연출하고 싶다면 그릇 브랜드에서 소개하는 봄 그릇에 주목할 것. editor 신진수
미세먼지 때문에 자연을 만끽하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봄 그릇에는 자연이 가득 담긴 듯하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한 봄 그릇은 자연 모티프로 넘쳐난다. 코렐은 “미세먼지에 지친 소비자들이 그린 컬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식탁에서만이라도 풍성한 잎사귀와 그린 컬러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코렐의 마켓스트리트 뉴욕 ‘민트리브즈’ 컬렉션을 소개했다. 덴비에서는 대자연의 광물에서 영감을 얻은 무늬를 적용한 ‘스튜디오 블루 플린트’와 ‘스튜디오 블루 초크’ 라인을 신제품으로 선보였고, 헤이에서는 대리석의 마블 느낌을 강조한 접시를 선보여 자연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그릇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식탁이 화려해지는 꽃이나 동물 패턴도 인기다. 로얄코펜하겐은 “식탁에 화사함을 불러오고 싶은 계절 봄에 ‘블롬스트’ 라인의 그릇과 실제 꽃을 곁들인다면 정원을 식탁에 옮겨놓은 듯한 트렌디한 연출이 가능하다”고 조언했고, 이딸라는 “봄을 맞아 그릇 전체를 교체할 필요는 없다. 대신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식기를 더하는 것이 트렌드다. ‘라미’ 컬렉션처럼 깔끔한 흰색 식기에 북유럽의 색채와 상상력이 넘치는 동물 패턴의 ‘따이가 시메스’ 접시 등을 매치하면 충분히 자연적인 봄 식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팁을 전했다. 식탁에서라도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는 것 같아 시각적으로는 즐겁기만 하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