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빕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정의를 구현하고 있었다.
덴마크 디자인 그룹 빕 VIPP의 브랜드 스토리는 꽤나 흥미롭다. 1930년대, 창립자인 올게르 닐센 Holger Nielsen이 운 좋게 당첨된 자동차 한 대를 팔아 금속 프레스기를 마련했고, 당시 헤어숍을 운영하던 아내를 위해 페달형 휴지통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머리를 만지느라 손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의 요청으로, 손을 쓰지 않고도 뚜껑을 열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페달형 휴지통을 개발하게 된 것. 그것이 헤어숍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며 유명세를 얻었고 오늘날 빕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제품이 되었다.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는 빕은 현재 창업자의 딸이 자리를 물려받아 페달형 휴지통의 성공을 넘어 각종 라이프스타일 용품과 모듈 키친, 호텔로까지 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노메싸에서 빕의 프리미엄 키친을 들여와 국내에서도 손쉽게 빕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2006년 이래 빕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며 소품과 조명, 키친, 셸터를 디자인한 모르텐 보 옌센 Morten Bo Jensen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빕의 키친은 특이하게도 모듈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한테 익숙한 주방 스타일은 붙박이인데,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가? 빕은 모듈 키친 시스템이라 좀 더 가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조리대와 아일랜드 시팅 모듈, 월 모듈, 톨 모듈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다. 특히 빕 키친은 요리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 일단, 스테인리스 상판이 주는 위생적인 편리함이 있다. 또한 아일랜드에 다리가 있어 청소에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빕의 키친은 셰프가 아니라도 누구나 셰프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집에서도 빕의 키친을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 요리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인도 요리를 만들었다(웃음).
빕의 가장 큰 장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롱저비티 Longevity. 새로운 물건을 디자인할 때 우리가 항상 추구하는 목표로 오래도록 만족해하며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따라서 유행을 타지 않는 언트렌디 Untrendy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적으로는 어떠한 부분을 고려했는가? 빕의 디자인은 시간과 유행을 배제한다. 그것은 소재,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다. 브랜드의 모태가 된 휴지통 컨셉트가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만들어진 지 80년이 됐지만 디자인적으로 아주 약간 변형한 것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모든 제품을 이러한 방식으로 디자인하고 싶다. 그래서 컬러에도 제한을 둔다. 모두 블랙, 화이트 컬러로만 이루어지는데, 특히 키친은 블랙만 사용한다. 오래 사용할 경우 블랙이 가장 만족스러운 컬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빕의 키친은 어떠한 집에 잘 어울리는가? 제품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예를 보여준 책 <Twenty Homes One Kitchen>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프랑스 시골에 위치한 클래식한 대저택에 설치된 키친이라던가, 빈티지 테이블 옆에 놓인 휴지통 같은 것들 말이다. 빕의 디자인 철학을 다른 브랜드와 섞어 자유롭게 꾸며보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비슷한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애플이다. 제품에서 애플 로고를 지워도 우리는 누구나 애플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덴마크 브랜드 뱅앤올룹슨도 비슷하다. BMW도 그렇다. 로고 없이 디자인 요소만으로도 어떤 브랜드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