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첫선을 보인 루이비통 Louis Vuitton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아틀리에 비아게티 Atelier Biagetti와 자넬라토/보르토토 Zanellato/Bortotto는 각각 물결 모양의 다리가 인상적인 아네모나 테이블 Anemona Table과 베네치아 석호의 잔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만달라 스크린 Mandala Screen을 선보여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기존 오브제 노마드 디자이너들도 창의적인 8개의 신제품을 보탰다. 캄파나 형제 The Campana Brothers의 입체적인 라운지 체어 벌보 Bulbo, 마르셀 반더스 Marcel Wanders가 선보인 가죽 덮개가 특징인 소파와 의자, 떠오르는 디자이너인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의 탈리스만 트레이 Talisman Tray, 로 에지스 Raw Edges가 선보인 맞춤 제작이 가능한 돌스 체어 Dolls Chair 등 대담하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많았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시게루 반 Shigeru Ban의 페이퍼 구조물을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시게루 반과 루이 비통의 인연은 그가 빠삐용 Papillon 백에서 영감을 받은 돔 형태의 구조물을 루이 비통 파리 샹젤리제 메종의 옥상 테라스에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조르주 칸딜리스 Georges Candilis의 <Hexacube, 2018> 야외 전시처럼 올해도 시게루 반의 페이퍼 구조물 덕분에 관객들의 볼거리 또한 두 배로 풍성해졌다. 여행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이토록 창의적인 디자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는 매년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리에거의 29번째 쇼룸을 서울에 오픈했다.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먼저 우리는 가구를 판매하는 쇼룸이 아니라 브랜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쇼룸을 오픈한다. 현지 쇼룸마다 특징적인 부분을 담고자 하는데 서울 쇼룸은 한국의 전통 창틀에서 모티프를 얻기도 했고, 특히 여러 겹을 덧댄 한지 느낌의 텍스타일인 ‘툴’로 만든 파티션도 서울 쇼룸을 위한 것이다.
한국 소비자의 특징이 반영된 부분이 있나? 한국은 광이 나는 글로시한 마감보다 매트한 느낌을 선호하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인 스펜서 Spencer 암체어는 원래 다크 에보니 소재에 유광 마감이지만 이번엔 매트하게 마감해 전혀 다른 가구가 됐다. 또 국제갤러리와 협업해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함께 연출했다. 리에거 쇼룸을 방문한다면 이곳을 집이라 상상하며 둘러보길 바란다.
디자인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특이하게도 리에거의 디자인은 대부분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시작한다. 호텔의 특별한 공간이나 요트, 대저택 등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그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한다. 35년간 쌓아온 아카이브 디자인이 있어서 때로는 과거의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하기도 한다. 시제품이 나오면 편안함이나 디자인, 소재, 사업성 등을 두루 고려해 리에거의 컬렉션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금융권, 패션계에 몸담았던 경험이 독특하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것이 도움이 된다. 은행에 있었던 덕분에 기업의 경제 구조를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장 폴 고티에에서는 창의적인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어떤 건지도 배웠다. 나는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다. 대신 그런 사람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싶고, 그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럭셔리란 무엇인가? 선택에 대한 권리. 그리고 ‘No’라고 할 수 있는 것. 내게는 삶을 이끌어온 원동력이기도 한데, 아이들에게도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아, 골프를 치는 것 또한 내게는 럭셔리다(웃음).
그런 점에서 리에거 가구는 럭셔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어떤 고객이 가구를 주문했는데 일반적인 크기가 아니어서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풍수지리적으로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했다.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요청한 크기에 맞춰달라고 말이다. 리에거이기 때문에 가능했고,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당신의 집은 리에거의 쇼룸과 비슷한가? 원목을 좋아해서 나무 가구가 많고 대비되는 스타일을 즐긴다. 중성적인 컬러에 아주 팝한 컬러를 섞는 것처럼 말이다. 붉은 암체어, 식탁 아래에 깐 녹색 벨벳 카펫, 시더우드와 샌들우드로 만든 테이블 등 나는 믹스&매치를 즐기는 것 같다.
당신의 집은 리에거의 쇼룸과 비슷한가? 원목을 좋아해서 나무 가구가 많고 대비되는 스타일을 즐긴다. 중성적인 컬러에 아주 팝한 컬러를 섞는 것처럼 말이다. 붉은 암체어, 식탁 아래에 깐 녹색 벨벳 카펫, 시더우드와 샌들우드로 만든 테이블 등 나는 믹스&매치를 즐기는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가구가 있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청동 소재의 파르슈맹 Parchemin 테이블, 브랑쿠시 기둥을 본뜬 나가토 Nagato 스툴, 완전히 드러누워서 쉴 수 있는 오거스틴 Augustin 소파. 특히 햇빛에 색이 바라고, 습도 차이에 의해 갈라지는 나가토 스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한다.
리에거는 자코메티, 브랑쿠시 등 예술가의 영향이 많이 받은 듯하다. 둘 다 크리스티앙 리에거가 좋아했던 예술가들이다. 그는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리에거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인테리어를 구상할 때는 그리스나 로마, 이집트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예를 들어 요트의 통로를 디자인할 때는 고대 양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더 높고 넓게 보이도록 했다.
프렌치 스타일 하면 보통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리에거를 프렌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나? 물론 그런 스타일이 유행했던 때도 있었다. 진정한 프렌치 스타일은 어떤 시각적인 스타일보다는 그 당시부터 내려온 제조 기반의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소재든 다룰 수 있다는 자부심과 전통 기법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에거는 진정한 프랑스 브랜드일 것이다.
그렇다면 리에거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 가구는 심플하지만 미니멀리즘으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리에거에서는 편안함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오히려 맥시멀리즘에 가깝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 15년 전 패션업계에 있을 때 신세계인터내셔널과 일하기 위해 서울에 처음 왔었다. 당시 서울에 대한 첫인상은 뭐든지 가능해 보이는 활력이 넘치면서도 편안한 도시였다. 호텔 밖에 나가서 좁은 골목을 걸어도 뭐든 쉽게 구할 수 있고 편리했다. 그리고 나는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는데, 프랑스만큼 마늘을 좋아하는 도시인 것 같다.
당신이 지키고 싶은 리에거의 가치가 있다면? 크리스티앙 리에거가 떠나면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미래에 내 아들이 리에거를 봤을 때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라고. 그가 제시했던 리에거의 철학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감도 느끼지만, 나는 리에거가 박물관처럼 늘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삶의 방식이 계속 변하듯 브랜드 역시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 처음 리에거가 세상에 나왔을 때 혁신이었듯 앞으로도 리에거는 진화해나갈 것이다. 단, 우리만의 것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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