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리빙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트렌드를 입증이라도 하듯 푸오리살로네에서 패션 브랜드의 리빙 전시는 더욱 폭넓어졌다. 긴 줄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시를 관람하려는 이들로 유난히 북적거렸던 패션 브랜드의 리빙 전시 가운데 이목을 끌었던 브랜드를 모았다.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 Freitag은 스위스 설치 미술가 게오르크 렌도르프 Georg Lendorff와 함께 21세기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했다. <Unfluencer – De Sinning the Designer> 전시는 프라이탁이 제품을 만들면서 실패했던 사례에서 시작됐다. 이들에게는 자원이 낭비되거나 버려지는 실패한 사례가 ‘나쁜 디자인’이었을 테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영감을 선사하고자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며 잠깐 쓰고 버리는 물건을 구매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프라이탁은 ‘나쁜 디자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발전적인 기회로 삼기 위해 게오르크 렌도르프와 힘을 합쳤다. 전시장 중심에는 렌도르프의 비디오와 조명을 활용한 대형 작품이 설치됐는데, 천장에 매달린 수천 개의 실에 투사되는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외부의 영향에서 벗어나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했다. 관객들은 설치 작품 속을 거닐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지금까지 무심코 저질러온 소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 앞으로의 다짐을 적은 카드를 들고 가서 승인을 받으면 프라이탁의 에코백을 직접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 체험 전시의 묘미를 톡톡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