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많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메종>의 시선을 끌었던 스타 디자이너 6명을 만났다. 세 번째 이야기는 미술, 건축, 디자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아틀리에 비아게티 Atelier Biagetti다.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전시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곤 한다. 올해는 몇몇 디자이너가 새롭게 참여했는데, 아틀리에 비아게티 역시 새로운 멤버다. 정답처럼 여겨온 관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들의 활약은 이번 전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독자들에게 아틀리에 비아게티를 소개해달라. 아틀리에 비아게티 Atelier Biagetti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베르토 비아게티 Alberto Biagetti와 아티스트 겸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라우라 발다사리 Laura Baldassari가 듀오로 활동하는 스튜디오다.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미술, 건축, 디자인을 넘나들며 작업한다.
둘이서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부부이지만 2013년까지 따로 일해왔다. 큐레이터 가비 스카르디 Gabi Scardi가 우리한테 함께 작업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우리가 분야도, 방향도, 결과물마저도 달랐지만 유사한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함께 일해보기로 했고 첫 번째 공동 전시로 알베르토가 만든 디자인 작품과 라우라가 그린 그림으로 우리의 방향성을 반영한 설치물을 2013년에 선보였다. 그 후 2015년에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데로 Maria Cristina Didero가 큐레이션한 3부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나? 주변의 세계, 인간의 행동, 현대사회의 가장 큰 강박관념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우리는 사물의 기능을 해부하고 분해해서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고착화된 것처럼 보이는 코드를 재구성한다. 우리는 사물이 주인공이 된 듯한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둘러싼 공간과 관습에 의문을 품기를 바란다. 이때 사물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장치가 될 수 있으며,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집단 기억이 손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오브제 노마드를 디자인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 우리에게는 정말 큰 영광이었다. 루이 비통은 루이 비통이다. 연락을 받았을 때 매우 기뻤고,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다.
다양한 아이템 중에서도 테이블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둘러앉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큰 테이블을 상상했다. 우리의 목적은 테이블 주위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여행을 시작하기 전과 돌아온 후에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네모나 테이블은 ‘바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우리가 라벤나 Ravenna라는 해안 도시 출신이어서 그런지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물가를 떠올리곤 한다. 이 도시는 내륙과 바다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 있다. 때문에 굉장히 신비한 매력이 있는데, 이런 느낌을 아네모나 Anemona 테이블의 컨셉트와 디자인에 반영했다. 아네모나 테이블은 우리의 인식이 왜곡되고 달라지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온 신비로운 생명체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나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돈, 섹스 앤 보디 빌딩 Money, Sex and Body Building’이라는 3부작 프로젝트에 가장 애착이 간다. 3년 동안 계속된 대형 프로젝트였을 뿐만 아니라 이 전시를 통해 우리의 창의적인 방향을 통합할 수 있었고, ‘행위 디자인 Performing Design’이라는 컨셉트를 제대로 결합시킬 수 있었다.
아네모나 테이블의 디자인 과정은 어떠했나? 우리는 하나의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후 영화처럼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요소를 묶어서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그 장면에서 주인공은 단연 오브제들이다. 기능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또 루이 비통이라는 어마어마한 브랜드 이면에는 서로 교감하며 열정이 넘치는 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이 비통 제작팀과 함께 한계는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결과물은 환상적이었다.
여행은 얼마나 자주 하나? 좋았던 여행지가 있다면? 운이 좋게도 일 때문에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좋은 계기가 된다. 최근 중국과 일본으로 멋진 여행을 다녀왔고 굉장한 장소들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고향과 가까운 시칠리아를 매우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간다. 시칠리아는 역사와 전통이 풍부해서 상상력을 자극할뿐더러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재충전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나온 오브제 노마드 작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캄파나 형제 Campana Brothers의 벌보 Bulbo 체어가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