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많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메종>의 시선을 끌었던 스타 디자이너 6명을 만났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남편인 린든 네리 Lyndon Neri와 아내인 로사나 후 Rossana Hu가 함께 운영하는 건축 스튜디오 네리&후 Neri&Hu다. 상하이와 런던에 회사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네리&후는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는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몰테니앤씨 Molteni&C 등의 유명 브랜드와 함께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파올라씨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로사나 후와 린든 네리. ⓒPaolo Scassa
건축가이지만 가구, 조명 등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분야의 경계를 넓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특정 분야를 넘나드는 시도는 우리가 하려는 디자인의 일부이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모든 분야와 깊게 맞닿아 있다. 특히 건축은 모든 것의 기본 토대가 되므로 무척 중요하다. 우리는 디자인을 종합적인 산물로 본다. 이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많은 것을 보는 르네상스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몰테니앤씨와 협업한 투엘브 AM 컬렉션 Twelve AM Collection은 어떻게 탄생한 제품인가? 시리즈를 구상하며 우리는 하루의 경계인 자정에 집중했다. 로마식 시간 계산법에 의하면 자정은 낮과 밤을 나누는 시점이다. 즉 일몰과 일출 사이의 정확한 중간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자정의 속성과 시간에 따른 사람들의 규칙적인 행동을 디자인한 더 투엘브 AM The Twelve AM 현관 벤치는 신발을 신고 벗는 곳이며, 동시에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시침이 된다. 더 투엘브 AM 침대 역시 밤에 깊은 수면을 도와주는 여닫이식 헤드보드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낮에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은 책상을 갖췄다.
부부 디자이너로 하루 일과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데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많은 장점이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을 공유하는데 시간과 능력, 흥미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각자 지닌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좋다. 린든은 기획을 잘하며 드로잉 작업에 능숙하다. 로사나는 작업을 발전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으며, 그림보다는 말과 생각으로 일하는 것에 뛰어나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우리 둘의 기준은 상당히 비슷하며,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도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삶과 일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일이다. 심지어 우리는 여행할 때조차 일과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곤 한다. 그것은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이며, 일과 삶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파올라씨에서 출시한 더 소사이어티 컬렉션. ⓒPaolo Scassa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업무도 볼 수 있는 트엘브 AM 침대.
작업할 때 가장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건축과 디자인은 문화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는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구의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 가능성이다. 우리는 명백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을 신뢰한다. 일의 진행 과정에 있어서는, 우리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늘 작품의 컨셉트를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에 영감을 주는 지표를 찾기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한다. 명확한 기준을 따르기보단 프로젝트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편이다. 물론 레이어링, 투명성, 질감, 프레이밍, 재료처럼 항상 집중하고 탐구하려 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는 작업을 함에 있어 문화와 미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만, 그 결과물이 대중들의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시아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며,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나? 글로벌 디자인 시장은 나날이 빠르게 아시아를 잠식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척 심각한 수준이다. 그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적절한지 아닌지를 비판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문화와 사회 발전을 돕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겠지만, 반면에 건축의 디테일과 형식을 점점 망가트릴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더욱 많은 디자인과 건축이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복종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업을 시작했을 즈음의 초기 프로젝트이다. 당시에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직접 처리해야 했는데, 사우스 번드 South Bund의 워터 하우스 프로젝트, 디자인 리퍼블릭 디자인 코뮌 Design Republic Design Commune과 건축과 디자인을 위한 분할 하우스, 그리고 지샤 Zisha 티 하우스의 제품 디자인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물론 쑤저우의 예배당부터 양저우의 수양회, 친황다오의 아트 센터까지 최근 진행한 많은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쾰른, 런던, 파리, 밀라노, 포르토, LA, 싱가포르, 쿠알라 룸푸르, 리오 및 중국의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지난 가을에는 예일 대학교에서 건축을 강의했으며, 올가을에는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트엘브 AM 침대.
낮과 밤의 경계인 자정을 재미있는 해석으로 풀어냈다.
트웰브 에이엠 시리즈인 ‘Multipurpose Accessorized Bench’.
벤치는 하루의 시작과 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