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의 세계’에 입문해 반주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알레시 패밀리 고블렛 와인잔
이것저것 마셔보니 내 몸에 가장 숙취가 덜한 술이 와인이어서 자주 마시는데, 와인잔의 위력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지만 좋아하는 와인잔 몇 개를 소개하면 이렇다. 평상시 비빔면이나 샐러드같이 간단한 음식에 와인을 마실 때는 알레시의 패밀리 고블렛 와인잔이 제격이다. 밀라노 알레시숍에서 개당 1만원에 구입한 것인데 뭉툭하고 두툼한 스템이 귀여운 와인잔으로 설거지할 때도 마음이 편하다.
잘토 버건디 와인잔은 선물로도 좋다. 마켓컬리에서 판매.
조금 기분을 내고 싶을 때는 잘토의 버건디 와인잔이다. 잘토는 익히 알려진 명품 와인잔 브랜드로 오스트리아에서 장인이 손으로 만든다. 스템이 무척 가볍고 입술에 잔이 닿으면 유리가 이렇게 얇을 수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란다. 특히 풍만한 튤립처럼 생긴 버건디 와인잔은 와인이 공기에 닿는 면적이 넓어서 향을 만끽하고 싶은 와인을 따랐을 때 빛이 난다. 천천히 스웰링을 해서 와인잔 입구에 코를 대보면 향이 풍부하게 올라와 일반 와인에 비해 향이 독특한 내추럴 와인을 마실 때는 무조건 이 잔을 사용한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리델 O 시리즈.
리델 O 시리즈는 스템 없이 보울만 존재하는 색다른 형태의 와인잔이다. 왠지 잔을 손으로 쥐고 마시면 온도 변화 때문에 와인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와인잔이기도 하다. 레드 와인 전용인 까베르네 메를로를 가지고 있는데, 종종 화이트 와인도 담아서 마시곤 한다. 스템이 없어서 깨질 염려가 덜하고 맥주를 마시듯 와인을 편하게 마시고 싶을 때 애용한다. 아, 온도가 너무 차갑지 않게 마셔야 맛있는 와인을 마시기에도 좋다. 잘토나 리델의 와인잔은 가격대가 꽤 높다. 몇 번 설거지를 하며, 아니면 술 기운에 툭 쳐서 깨뜨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사게 될 만큼 만족도가 높다. 한번 좋은 와인잔에 와인을 마시고 나면 다시 되돌아갈 수가 없다. 입술이 그 촉감과 맛을 기억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