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모 작가는 전통 소재를 사용해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공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바르셀로나로 가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재미있는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디자인 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계약직으로 2년 정도 근무했어요. 그 당시 서울에서 처음 열린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국적의 디자인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척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더라고요. 복잡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의 이름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얼마 전 플랫폼엘에서 진행됐던 프랑스 무형문화재 미셀오르토의 작품과 함께 한지 조명이 전시되기도 했고, 을지로 라이트 웨이 2018에서 메가룩스와 함께 조명을 만들기도 했다. 젊은 작가답게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재료에 관심이 있는 그는 특히 한지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외국은 자국의 전통을 꽤나 많이 현대화한 상태예요. 물론 우리나라도 잘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한지를 조명의 빛과 연결시켜보자고 마음먹었죠.”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지를 사용한 창호다.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호는 채광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낮에는 밖에서 빛이 들어오고 밤에는 내부의 빛이 외부로 비친다. 촛불이나 등 같은 불빛으로 내부를 밝히면, 밖에서 보이는 내부의 움직임이 마치 그림자놀이처럼 보인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한지의 두께 차이를 사용해 빛의 온도 차를 둔 것이다. 이 조명으로 그는 작년 KCDF에서 주최한 ‘2018 한지개발상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지는 일본의 이사무 노구치가 화지(한지)를 사용해 전문적으로 조명을 만들고, 아예 화지 조명만 만드는 마을도 있을 만큼 매력적인 재료다. 특히 물에서 만들어진 한지는 다른 종이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다양한 실험도 해볼 수 있다. 견고함을 높이기 위해 콩기름을 바르는 한옥 장판지처럼 옻칠이나 기름칠을 하면 방수도 된다. 그는 한지를 평면적으로 접어 빛의 투과성에 차이를 두는 것에 관심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지를 뜰 때 사용하는 평판을 제작해 자체의 모양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전통에 관심을 갖는 젊은 작가들이 늘어날수록 공예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