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의 새로운 의자 AAC100을 론칭하며 내한한 덴마크 디자이너 히 웰링 Hee Welling이 헤이 가로수길점을 찾았다. 그가 디자인한 이전 AAC 시리즈는 이미 헤이의 베스트 제품이지만 그는 더 오랫동안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AAC100에 적용했다.
헤이의 베스트셀링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완벽한 타이밍 덕분에 좋은 브랜드를 만났고, 헤이 같은 브랜드에서 갓 졸업한 내게 디자인을 제안한 것은 행운이었다. 또 어제 만든 제품인지, 30년 전에 만든 제품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인 것 같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데 헤이에서 선보인 제품은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린다.
‘Hee Chair’ 시리즈는 당신의 이름을 딴 것인가? 내 이름을 딴 것이다(웃음). 그렇지만 내가 붙인 것은 아니고 원래 사용하려고 했던 이름이 이미 사용 중이더라. 덴마크에서는 같은 업계에서 이미 등록된 이름을 중복으로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헤이의 대표인 롤프 헤이가 처음 내가 디자인한 의자이니 이름을 따서 ‘히 체어 Hee Chair’라고 부르자고 해서 그렇게 됐다.
새롭게 선보인 의자 AAC100 시리즈를 소개한다면? 기존 AAC 시리즈가 많이 판매되고, 널리 사용되기는 했지만 헤이와 나는 약간 부족함이 느껴졌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회의실에서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업홀스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등받이를 약간 더 높였고, 시트 부분도 조금 더 넓게 제작해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 쿠션도 일반 쿠션과 푹신한 소프트 버전 두 가지로 만날 수 있다. 소프트 버전은 마치 이불처럼 부드럽다.
최근 디자인계의 화두 중 하나가 ‘지속 가능성’이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면 사용자가 오랫동안 잘 사용할 수 있고, 또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순수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한 의자는 합성 플라스틱과 달리 계속 사용할 수 있고, 나무 프레임 역시 마지막 단계로 태울 때까지 재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줄 수 있는 타임리스 디자인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하다. 나 역시 그런 점에서 견고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한다.
덴마크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제라늄의 셰프는 “덴마크 사람들은 누구든 주변 자연환경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다. 당신도 그러한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노르딕 키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너무 과한 재료와 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셰프들이 늘어났고 이들은 작은 것 하나도 덴마크의 자연에서 온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노마 레스토랑에서는 버터 하나도 덴마크 북쪽에 있는 작은 섬에서 방목한 소의 우유로 만드는데 맛이 끝내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이 모두 로컬 재료가 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그러한데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오랜 전통이다. 여기에 플라스틱을 결합한 것은 새로운 발상이었다. 헤이에서 AAC 시리즈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을 영민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헤이나 다른 브랜드와 작업하고 있는 것이 있나? 지난 5년 동안 20개 정도의 제품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각각의 제품을 디자인할 때 모든 단계에 관여하는데 동시에 여러 개를 작업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 지금도 조명, 도어 핸들, 작은 트레이 등 많은 아이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70~80%의 작업이 가구 디자인이고, 나머지는 다른 산업디자인 프로젝트다.
7개 도시의 투어를 끝내고 덴마크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최소 1~2주는 실컷 자고 싶다. 또 하루에 한 번씩 영상 통화를 했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이 보고 싶다. 북유럽 국가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이 일이다. 나는 세 아이가 있고, 우리 가족이 내 모든 것 중에 첫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