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피스트리 디자이너이자 핸드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한 홈 섬유 브랜드 파이브콤마를 운영하고 있는 정혜진 대표의 한남동 작업실을 찾았다. 그녀의 작업은 스튜디오의 이름인 ‘콤마’처럼 한곳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다음을 실천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정혜진 대표는 포틀랜드로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작은 태피스트리 틀을 접하게 된 것을 계기로 2016년에 섬유 브랜드 파이브콤마를 설립했다. “포틀랜드에서 두 달간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들른 소품숍에서 작은 태피스트리 틀 2개를 구입해 숙소에서 연습 삼아 해봤던 것이 지금의 본업이 되었죠.” 정혜진 대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담백하게 설명했다. 파이브콤마의 직물은 틀에 박힌 형태가 아닌 어딘가 자유분방한 느낌이 든다. “제 작업을 보면 산업디자인을 공부해서 그런지 형태를 뽑듯이 디자인해요. 보통 직물을 디자인한다고 하면 패턴을 먼저 만드는데, 저는 제품 디자인이나 그래픽디자인에 더 익숙해서 그런지 형태를 먼저 구상하고, 그래픽적 요소에서 모티프를 얻는 편이라 일반적인 직물보다는 조금 더 그래픽적인 면이 강하기도 해요.” 파이브콤마는 아트 텍스처에 중점을 둔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습이 강해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도 선보이고 있다.
젠틀몬스터와 앤더슨 벨의 쇼룸 리뉴얼, 해마다 버리는 옷을 수거해 실로 만드는 삼성물산의 프로젝트 등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작업한다. 그렇다고 실용성 없는 아트피스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러그와 행잉 오브제, 화병 등 실생활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한 리빙 아이템도 병행하고 있다. 정혜진 대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연과 도시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초기 작업을 보면 자연이나 공원, 호수 같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곡선적인 스타일이 많은 반면, 최근에 작업한 베를린 프로젝트의 경우 건물의 형태나 건축적 요소 등 도시에서 모티프를 얻어 직선적이고 구조적인 형태가 돋보이죠. 여행하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데 오브제를 수집하기보다는 장면 장면의 이미지를 모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편이에요.” 그녀는 앞으로 베를린 프로젝트의 연장선인 도시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브랜드 설립 5주년 혹은 10주년이 되었을 즈음 포틀랜드를 다시 방문해 그곳에서 포틀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물이 될 거라며 기대에 부푼 모습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