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가구 디자인의 역사를 읊을 때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엔조 마리, 필립 스탁, 알레산드로 멘디니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자랑이자 실용적인 디자인 산물을 남긴 그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발명왕에 가깝다.
가구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는 밀라노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인테리어 작업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두 형과 함께 건축사무소를 차렸지만 결국 아킬레 혼자 남아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 DNA를 이어갔다. 그가 남긴 제품은 우아한 포물선 곡선을 그리는 ‘아르코 Arco’ 조명, 트랙터의 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메차드로 Mezzadro’ 스툴 등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번은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생활 밀착형 디자인을 사랑했다. 그저 관망하는 것이 아닌 당장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때문에 그의 밀라노 스튜디오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생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고, 관찰을 통해 디자인을 발전시켜왔다. 당시만 해도 작은 조명 여러 개로 실내를 밝혔는데 위치도 옮길 수 있고 더 넓은 면적을 비출 수 있는 조명을 구상한 것이 바로 아르코 조명이다. 중간에 뚫린 구멍에 막대기를 끼워서 들면 두 사람이 충분이 옮길 수 있다. 트랙터의 좌석 부분과 강철 프레임을 조립해서 앉을 수 있는 획기적인 디자인의 메차드로 스툴, ‘딸깍’ 소리가 나는 버튼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 조명도 아킬레 카스틸리오니가 처음 디자인한 것이다.
아랫부분이 오뚜기처럼 움직이는 셀라 의자
아내가 좀 더 편안하게 전화 통화를 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고안한 ‘셀라’ 의자(하지만 실제로는 불편해서 아내는 늘 소파에 누워서 통화를 했다고 한다), 공원 벤치 아래 있는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을 보고 최대한 잔디를 가리는 면적을 줄인 ‘알루나지오 Allunagio’ 의자, 유리병 벽에 붙은 마요네즈도 끝까지 깔끔하게 떠먹을 수 있는 ‘슬릭 Sleek’ 스푼 등 위트를 더한 생활 밀착형 디자인을 보면 그는 발명가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월 17일부터 4월 26일까지 <카스틸리오니,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전시를 진행한다. 제자이기도 했던 듀오 디자이너인 이코 밀리오레 Ico Migliore와 마라 세르베토 Mara Servetto가 전시 기획을 맡았으며, 아킬레의 딸이 운영하고 있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구성됐다. <메종> 유튜브()를 통해서도 자세한 전시 소개와 함께 티켓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발명의 원동력은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미학적인 만족을 넘어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그의 디자인은 100년이 지난 후에도 인류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대표작인 아르코 조명
레디메이드 형식인 메차드로 의자
스누피의 머리 모양을 본 딴 스누피 Snoopy 테이블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