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비상. 화랑미술제는 두 가지 재료로 한국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그렸다.
다양한 작품으로 부스를 구성한 갤러리 현대.
<메종>도 이번 화랑미술제에 미디어 스폰서로 참여했다.
지난 2월 20~23일까지 제38회 화랑미술제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을 메인 테마로 했듯 이번 미술제는 그간 선보인 모습과 어딘지 모르게 색달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이 자아내는 낯선 풍경도 한몫했으나, 곳곳에서 새롭고 다양한 시도의 흔적이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첫 포문을 연 이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트페어로 명성을 떨치며 한국 미술계의 명맥을 이어왔다. 이를 위해 날카로운 안목과 기준으로 출품작을 선별했고, 지속적으로 관람객들에게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의 진가를 유감없이 표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전시 역시 웅갤러리, 박여숙화랑, 갤러리 현대 등 110곳의 한국화랑협회 소속 갤러리와 총 530여 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여러 작품을 통해 가감없이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미를 펼쳤다. 이에 내로라하는 기성 작가들의 작품이 돋보이는 것이 사뭇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여러 개의 구로 하나의 오브제를 창조하는 신한철 작가, 캔버스를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아크릴로 음양을 그려내는 김구림 작가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이번 미술제에 단단한 무게감을 싣는 데 일조했다. 편의성을 고려한 배치 또한 돋보였다. 화랑미술제의 시그니처 로고인 큐브와 흡사한 부스 배치 중앙 공간에 VIP 라운지와 각종 편의시설을 한데 모아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권대섭 도예가의 작품이 전시된 박여숙화랑.
한 벽면을 장식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웅갤러리 부스에 설치된 신한철 작가의 오브제.
든든한 기성 작가들의 향연 속에 신진 작가들의 활약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포인트였다. 앞서 최웅철 한국화랑협회장은 “화랑미술제의 혁신과 변화를 고민하며 현재 한국 미술 시장에 젊은 작가들이 진입할 기회가 부족한 현실을 재인식하게 됐다”라고 밝히며, 신진 작가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손잡고 기획한 전시 프로그램 <ZOOM-IN>을 통해 10명의 신진 아티스트를 선발해 이전 미술제와 차별점을 뒀다. 한국 미술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뻗어나갈 역량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은 변화를 바라는 한국 미술의 바람을 내비치듯 전시장 중앙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아트 경기(경기문화재단)와의 특별 전시다. 경기도 작가들의 미술 시장 진입을 도와 활발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14명의 지역 작가를 초청해 동시대 한국 미술에 관한 서사를 다양화했다. 관객과 미술 시장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흔적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새로운 방식의 전시 채널 아트윈도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으로 마치 전시장에 온 듯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까지 가능해 전시의 접근성을 높였다. 전시장을 방문한 이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전시 기간 동안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벤트 부스에서 직접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도록 폭넓은 감상의 장을 형성했다. <메종>도 미디어 부스로 참가해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스레 어우러질 한국 미술에 대한 응원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당당히 변화를 외치며 모습을 드러냈던 2020 화랑미술제. 그 포부처럼 서서히 변해갈 한국 미술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현재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껴야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의 위치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나아가려는 한국 미술의 더욱 가치 있는 내일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