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레바논 출신으로 ‘컬처 인 아키텍처’ 건축사무소를 프랑스 파리에 설립하고, 이곳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내가 프랑스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레바논과 프랑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연결되어 있다. 어려서부터 프랑스 학교에 다니면서 불어를 모국어인 아랍어와 같이 배웠으며 레바논에 있는 아카데미 리바니스 데 보아츠 Academie Libanaise des Beaux-Arts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마지막 프로젝트로 문화부 장관과 베이루트 건축가 및 엔지니어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았는데, 이는 일본 고유의 단시형을 뜻하는 하이쿠에 나오는 풍경 같았다. 이러한 이력이 파리에서의 활동을 가능하게 했고, 운 좋게도 프랑스 건축 및 인테리어 회사인 장 미셸 빌모트 Jean-Michel Wilmotte와 수년간 협력을 맺고 활동할 수 있었다. 또한 뉴욕과 중동을 오가며 벌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 간의 다리를 놓아주고, 각국이 협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프랑스는 문화적인 유산과 현대적인 미가 균형을 이루는 곳으로 나의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자 마음속 특별한 장소이다. 특히 유리와 금속 공예, 가죽, 자수, 직물, 페인트 등 어떠한 기술과 재료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프랑스의 장인정신을 존중하고 이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전쟁 기간에 태어나 폐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경험이 현재의 건축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1970년대 태어나 1975년부터 1990년까지 발생한 레바논 내전을 겪었다. 레바논은 역사와 신화가 편재하는 나라로 이곳의 역사는 기원전 5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바논의 항구도시 비블로스 Byblos는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인류의 항구’로 여겨진다. 페니키아인들이 발명한 첫 번째 배가 항해하면서 알파벳을 퍼트린 곳으로 어쩌면 이 사실이 나의 건축적 믿음과 문학이 시작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년간 투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을 겪어왔다. 역경의 시대에 저항하며 폐허가 주는 웅대함과 폐허가 된 후 남은 돌과 자재에서 가장 순수한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내 작품을 통해 발현되었고, 그로 인해 시대를 초월한 건축과 인테리어 그리고 불멸의 느낌을 간직한 우리 너머에 사는 곳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따라서 내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으며,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높은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지닌 고급 재료를 사용한다.
당신의 작업을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해달라. 문화와 건축 그리고 감정, 이 세 단어가 내 작품의 본질을 정의한다. 과거와 미래, 시적인 사고와 현실을 연결하는 창의적인 과정을 위한 더 나은 단어는 찾을 수 없다.
다수의 유럽 매체에 소개되며 이름을 알렸다. 프랑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2011년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우리는 개인 고객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름과 주소 등의 세부 사항을 완전히 기밀에 부치는 고급 주택 프로젝트였다. 마치 패션 하우스가 고객과 관련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처음으로 공개 가능한 프로젝트인 호텔 드 클리용의 서사적 혁신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이를 위해 5년간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으며, 이 아이콘적인 호텔의 재탄생은 자연스럽게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내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호텔 드 클리용의 리모델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호텔 드 클리용은 1758년 파리에 지어진 건물로 1909년부터 호텔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기나긴 세월만큼 파리에서 가장 유서 깊은 럭셔리 호텔로 불린다. 이곳의 총괄 예술감독으로 문화와 정교함, 축하와 즐거움이라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꿈의 팀을 결성했다. 먼저 호텔 드 클리용이 지닌 무한한 창의성과 영감을 기반으로 스토리 라인과 디자인 스테이트먼트를 구상했다. 프랑스 가톨릭의 유산과 18세기와 21세기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디자인을 기리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게스트들에게 ‘예술가의 삶’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장신구와 몰딩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표현했으며, 저명한 파리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하고 모든 객실이 원활하게 전개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호텔 드 클리용의 일부 객실은 칼 라거펠트와 함께 작업했다고 들었다. 사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운이었다. 칼 라거펠트를 초대해 두 개의 그랑드 아파트먼츠 Grand Appartments와 버먼 품종인 그의 애완 고양이 슈페트 Choupette의 이름을 딴 객실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프랑스의 예술 작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와의 공동 작업은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정신을 담고 있는 호텔 드 클리용의 역사적 이야기는 유지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꽤나 까다로웠을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최초의 파리지엔느이며 그녀가 남긴 유산은 인류 역사와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20여 년간 프랑스 여왕으로 군림하며 사치스럽고 경솔하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나는 그녀가 대담하고 활기찼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피아노 연주를 배운 살롱과 스위트룸을 재설계할 때는 여왕의 ‘자유로운 영혼’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여전히 그 공간의 벽에서 느껴졌다.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가 21세기에 다시 깨어나 고집을 부리며 물려받은 귀중한 가구를 늘어놓은 모습에 전형적인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이 혼재된 장면처럼 말이다.
가장 최근에는 에펠 탑 2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르 쥘 베른의 레노베이션을 담당했다. 이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르 쥘 베른을 레노베이션할 건축가를 선정하기 위해 열린 경연대회에서 프랑스의 식품기업인 소덱소 Sodexo 그룹에 의해 선택됐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파리에서 10년마다 실시하는 경쟁에서 에펠 탑의 레스토랑을 레노베이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내게도 정말 모험적인 도전이었다. 일명 ‘아이론 레이디 Iron Lady’, 즉 철 아가씨는 르 쥘 베른을 작업하기 위한 첫 번째 영감이었다. 이곳의 모든 공간은 빛의 도시와 연결되며 은빛 하늘 아래 펼쳐지는 파리의 풍경과 실내를 연결하는 전대미문의 원근감과 반사를 만들어냈다.
호텔 드 클리용에 이어 4년 뒤 또 한번 칼 라거펠트와 협업한 조각작품 ‘아키텍처스’도 궁금하다. 나와 칼은 2012년 호텔 드 클리용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언젠가 그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꿈꿨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이 꿈은 생각보다 아주 쉽게 이루어졌다. 그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도서관으로 편지를 보냈고, 다음날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내게 만남을 요청했고, 프로젝트 ‘아키텍처스’의 작품 연구와 개발에 대해 의논했다. 아키텍처스 컬렉션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품으로 고귀한 재료인 대리석을 사용했으며 고전적인 비율을 기반으로 앙상블을 이루는 작은 탁자와 테이블, 조명, 콘솔, 분수가 있다. 이는 고전적인 아이콘과 현대 기술이 만난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스타일이 담겨 있다.
당신의 작업을 보면 골드와 대리석 등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재료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재료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작업의 개념을 세우는 데 있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창의적인 작업을 위한 개인적인 기준에서 컬러는 대리석과 금속에 인한 빛으로 정의된다. 종종 원목 혹은 돌과 대조되는 황동으로 디자인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책과 문화, 패션, 예술은 모든 디자인에 있어 기반을 다지기 위한 기초가 된다. 건축의 레이아웃부터 모든 재료와 가구 디자인, 작품 선택, 식기, 그래픽, 전체론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구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나는 바다 옆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충전된다. 지중해와 바다의 수평선은 나를 기쁘게 하고 에너지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여성 건축가로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을 믿는다. 모든 여성이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테스커가 되어 가능한 한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을 갖추기를 희망한다. 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강인함과 우아함을 가르쳐준 나의 어머니와 이제는 친구가 된 첫 고객 그리고 현장에서 매일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과 함께할 때 행복을 느낀다. 매사에 집중하고 결단력을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러한 투쟁은 노력할 가치가 있으며, 결국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내 원칙 중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현장에 나갈 때 항상 힐을 신는다는 것이다.
현재 젊은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나의 조언은 늘 같다. 읽고, 연구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며 호기심을 유지하고 개인적인 표현을 표출하며 아이디어를 고수하고 타협하지 마라. 사랑이 전부이며 이는 위조될 수 없기 때문에 연애 편지를 쓰듯 그림을 그려라.
파세트 체어
로낭&에르완 부룰렉 형제가 리네로제를 통해 소개한 파세트 체어는 올록볼록한 패브릭 마감한 줄무늬가 포인트인 의자로 1인 체어 외에 소파로도 만나볼 수 있다. 종이접기로 만든 듯한 각진 모서리와 입체적인 형태가 매력적이다. 디사모빌리에서 판매. 가격미정.분홍빛 편안함, 하이 체어
디자이너 루카 니케토가 디자인한 하이 Hai 체어는 북유럽 스타일과 중세의 디자인을 모두 담고 있는 고전적인 디자인으로 튼튼한 철재 다리와 부드러운 업홀스터리 패브릭으로 마감했다. 도구 없이 조립할 수 있는 의자로 오토만에 발을 올리고 기대서 편하게 쉴 수 있다. 2백67만원. 헴 hem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루나 암체어
자동차 혹은 기내 의자 같은 복고풍 디자인과 부드러운 벨벳 패브릭으로 마감한 루나 암체어는 금색 다리와 어우러져 장식적인 효과를 발한다.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각도의 등받이와 클래식한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1백8만원. 까레에서 판매.아메바 체어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아메바 체어는 좌식 형태로 낮게 앉을 수 있는 라운지 체어다. 단세포생물을 뜻하는 이름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유연하게 구부러진 디자인이 특징이며 옐로, 블루, 레드, 블랙 등 과감한 컬러로 만나볼 수 있다. 2백18만원. 짐블랑에서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