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도 예술을 즐기고 싶은 욕망을 이길 수는 없다. 온라인을 통해 랜선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지금 미술관의 행보에 격려를 보낸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 미술관의 시간도 멈췄다. 도쿄 올림픽을 기념해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비롯해 60여 점의 명작을 도쿄 국립 서양 미술관에서 전시할 계획이었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총 세 점이 그려져,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도쿄 솜포재팬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특별전이 열리게 되면 ‘해바라기’ 작품 두 점이 한 도시에 모이는 획기적인 이벤트가 되었을 텐데, 이 전시는 올림픽이 연기됨에 따라 함께 연기될지, 재오픈을 할지 아직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로마 퀴리날레 궁전 미술관에서 기획한 라파엘로 서거 500주년 기념전도 보류되었다. 대영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 라파엘로의 작품을 총망라한 최초의 전시로 오픈 전에 이미 티켓 7만 장이 판매되며 큰 기대를 모았던 전시다. 미술관 입장에서 폐관은 곧 위기다. 입장권 판매, 교육 프로그램 등 부수입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면 후원을 받기도 어렵다. 뉴욕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은 에듀케이터를 대량 해고했다. 대신에 미술관은 살아남기 위해 관장과 큐레이터가 직접 온라인에 나서기 시작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큐레이터는 내셔널 갤러리 뮤지엄의 컬렉션 중 집에 혼자 머무는 사람을 그린 작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을 집에서 찍어 올렸고, 반 에이크 전시회를 기획한 벨기에 겐트 뮤지엄은 직접 관장이 나서서 30여분 동안 전시장을 돌면서 반 에이크 VIP 투어를 진행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전시장 문을 닫은 채 큐레이터 투어로 <한국근현대서예전> 온라인 오픈을 진행했다. 특히 암스테르담 라익스뮤지엄이 제안한 ‘예술과 격리사이 Between Art and Quanrantine’ 챌린지는 흥미로울 뿐 아니라 관객과 함께하는 자발적 쌍방향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수의 미술 작품을 온라인으로 잘 구축해놓은 게티 사이트(//www.getty.edu/art/collection/)를 방문해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고, 집에 있는물건 중 3가지를 골라 작품을 나만의 아이템으로 만든 후 사진을 찍어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면 된다. 새로 개설된 인스타그램 채널 (@tussenkunstenquarantaine:예술과 격리 사이를 뜻하는 네덜란드어)에는 휴지를 둘러 옷을 만들고, 집 안의 소품으로 옛 정물화를 재현한 유머러스한 풍자 작품이 매일 업데이트된다. 세잔과 베르미어의 작품이 단연 인기를 끌었으며, 게티 미술관 외에도 라크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등 온라인 뮤지엄의 방문을 유도했다. 이것이 코로나 위기가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일까? 사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뮤지엄은 홈페이지에 교육 자료나 동영상을 올리고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다만, 다른 엔터테인먼트에 밀려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을 뿐! 코로나로 인해 어느 미술관이 문을 닫았다는 정보는 도리어 사람들에게 그런 미술관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리고, 나아가 다음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동기를 유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이 패러디한 명작을 직접 보러 그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감동이 남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