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착한 가게

파리의 착한 가게

파리의 착한 가게
마레 지구에서 멀지 않은 근교에 슬로 라이프를 표방하는 착한 소품 가게가 오픈했다.  

  고든 무어의 말처럼 기술의 발전은 브레이크가 없는 듯하다. 현 인류라 불리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이 30만 년도 더 되었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의 기술은 고작 250년 동안 이뤄낸 것이다. 옆 동네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던 우리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파리, 뉴욕, 런던을 마치 마실 가듯 여행하고 육체노동은 로봇이 대신할 거라는 보편적인 상상 속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발전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체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황폐해지는 지구와 사회를 살리기 위해 ‘슬로 라이프’ 운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었다. 슬로 라이프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기존의 혜택을 과감히 포기하자는 운동이다. 이러한 주장이 때로는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프랑스는 1989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 푸드’ 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이렇게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은(사실 빠르다고 부지런한 것도 아니다) 파리의 컨셉트 소품 스토어를 소개하고 싶다. 파리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아기자기하고 트렌디한 소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마레 지구다.  

웰네스트는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에 집중하며, 천연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적인 에코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높아 최근에는 마레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근교 지역에 주목할 만한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웰네스트 Well-nest’도 마레 지구에서 멀지 않은 11구에 둥지를 틀었다. 여유를 갖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에만 집중한다는 슬로건을 표방하며,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든 텍스타일 제품과 천연 소재, 유기농, 친환경적인 소품을 판매한다. 따스한 조명이 인상적인 매장에 들어서면 흰색 벽에 놓인 아기자기한 그릇과 알록달록한 텍스타일 제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칸디나비아, 포르투갈에서 아일랜드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에코 제품이 주를 이룬다. 진열장의 반대편 노란색 벽에는 티룸이 마련되어 유기농 차와 글루텐프리 베이커리도 맛볼 수 있다. 인생은 속도보다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휴식을 위한 방문을 권하고 싶다.

add 26 Rue Saint-Ambroise 75011 Paris
tel 33 1 58 30 77 20
web www.wellnest-paris.com
instagram @well_nest_paris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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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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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식 브런치

바카라식 브런치

바카라식 브런치
고급 크리스털 명품 브랜드 바카라가 2020년을 맞아 스윙 컬렉션을 선보인다.  

 
근사한 브런치를 선사하겠다는 컨셉트에 맞춰 새롭게 출시된 이번 컬렉션은 장미에서 모티프를 얻은 우아한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적인 미와 은은하고 영롱한 광채로 평범한 브런치 테이블을 한층 고급스럽고 품격 있게 연출해보는 것도 좋겠다. 구성은 13cm, 18cm 2가지 플레이트와 9.5cm, 14cm의 볼, 소스나 적은 양의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컵 등 총 3가지다.

web www.baccara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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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건축가

사유하는 건축가

사유하는 건축가
부드럽고도 나긋한 건축가 김영옥의 언어에는 사유하는 자만이 낼 수 있는 강한 울림이 있었다.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 풍경. 주변 환경과 자연스레 융합되는 건축을 전개하고자 한다.
 
로담 A.I의 김영옥 소장.
  자유로운 정원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오르니 음악이 흐르는 사무실이 나왔다. 아니. 생각해보면 음악이 있었던가? 음악이라고 느꼈던 것은 어쩌면 동네의 새소리, 바람 소리, 이따금씩 들리는 타자 소리 그리고 잔잔했던 인터뷰이의 목소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곳의 모든 것이 편안함이라는 공통 요소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는 김영옥이라는 사람을 엿볼 수 있는 단서 같은 것이었다. 자곡동에 위치한 로담 A.I사옥에서 김영옥 소장을 만났다. 첫 프로젝트였던 신사동 튜브의 성공을 시작으로 석촌동 호숫가에 위치한 더 다이닝 호수, 역삼동 머큐어 소도베, 히든 클리프 호텔, 포도호텔 아넥스 같은 다수의 상업 공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다. 업계에 많지 않은 여성 건축가로, 수십여 년간 하나의 길을 걸어온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우리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시의 드로잉 초안.
 

며칠 전 로담 A.I에서 설계한 낙원동 호텔 목시에 다녀왔다. 루프톱에서 내려다본 전망이 무척 인상적이더라. 멀리는 산의 능선이, 가까이는 익선동의 한옥과 종로의 빌딩숲, 오래된 상가 건물이 뒤엉켜 있었다. 마치 역동적인 서울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달까.

낙원동 호텔은 2014년 공사를 시작해 작년 말 완공된 메리어트 체인 호텔로, 건축 설계와 호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함께 진행했다. 공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호텔 주변의 도시가 자연스레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북쪽으로는 북악산, 남쪽으로는 남산, 동쪽으로는 경희궁 비원이 보인다. 호텔 부지는 낙원상가와 삼일대로를 사이에 두고 인사동길로 이어지는 중구 낙원동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1920년대 형성된 서민 주거 단지인 익선동 한옥마을이 있고, 1960년대 지어져 서울의 근대 문화와 역사의 다양한 이면을 담고 있는 낙원상가와 탑골공원이 가까이 있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다양성을 지닌 이 지역은 여행객에게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

목시에 가니 핸드폰으로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하고, 창문까지 열 수 있더라. 모든 것이 모바일로 이뤄지는 목시의 타깃층은 2030 밀레니얼 세대인 듯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의 나이로, 태어난 해를 가지고 고객의 층을 나누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오히려 모바일 세대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40이 넘었어도 모바일에 밝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 요즘은 목시 같은 로컬 커뮤니티 스타일의 호텔이 많다. 옛날에는 호텔에 식당이나 카페, 사우나 등의 서비스 시설이 많았지만, 로컬 커뮤니티 호텔은 최소한의 설비만을 갖춘다. 대신, 나머지 서비스 시설은 호텔 근처 지역에서 누릴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여행 방식이 달라지다 보니, 호텔도 그에 맞춰 바뀌어가는 듯하다. 옛날 사람들은 호텔에서 대접 받기를 원했지만, 요즘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취사 선택하니 말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는 객실료를 적게 내면서 공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성공적인 로컬 커뮤니티 호텔로는 에이스 호텔과 마마 셸터를 들 수 있겠다.  
루프톱에서는 낙원동 주변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목시의 1층 로비에는 직원이 없다. 모바일 또는 16층 바에서 체크인할 수 있다.
 
69개의 창으로 만든 호텔 파사드.
 

2000년에 사무실을 오픈했지만, 그 이전의 경력까지 합치면 꽤 긴 시간이 지났다. 어찌 보면 건축이라는 하나의 길을 오래 걷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일에 만족하는가?

일의 즐거움은 100%를 기준으로 할때 5% 정도 될까 싶다. 그런데 그게 무척 강렬하게 좋다(웃음). 그 외 나머지 95%는 똑같이 힘들고, 포기하고, 외롭고, 상처받는 일의 연속이다. 현실과 타협하는 일상이 있고, 내가 추구하는 이상이 있는 것이니까. 작업을 할 때는 콘텍스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컨셉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나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상하농원 프로젝트의 경우 공간이 갖고 있는 콘텍스트에 집중하려 한다.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 말이다. 이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땅, 사람, 건물, 나무, 시간까지. 그러한 부분을 고려하며 작업하고 있다.

상하농원에서는 올 하반기에 오픈 예정인 수영장, 목욕장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들었다. 당신의 그러한 철학이 어떻게 반영되었는가?

10,000m2 규모의 부지에 위치하는 상하농원 수영장은 자연환경의 질서를 지키고, 가능한 한 땅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설계하였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과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건축 행위 자체는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을 전제하고 계획할 수밖에 없다. 기존 대지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건물은 농촌의 창고와 집짓기에 사용되는 단순한 구조로 설계했고, 일정 기간에만 쓰이는 건물의 특성상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두었다. 자연환기 시스템과 자연광 유입, 태양광 전지 조명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계획 대지 전체에 바닥 포장을 최소화하였으며 1,100m2 규모의 메인 풀과 300m2 규모의 어린이 풀이 있는 야외수영장 주변에도 나무와 녹지를 두어 기존의 지하수 체계를 유지하면서 농원에 있는 자연스러운 수영장의 모습으로 설계했다. 목욕장은 기존에 위치했던 언덕을 상상하며 10,000m2 참나무 숲을 조성한 뒤, 그 안에 나즈막이 자리잡은 숲속의 목욕장으로 계획했다. 지상층의 건축면적은 492m2로 작은 규모이지만 내부와 외부 사이의 중간 영역인 열린 입구, 처마, 마당, 노천탕 등을 포함하면 실제 사용면적은 그 두배 가까이 된다. 상하농원 목욕장은 계절마다 내부의 크기가 달라지고 공간의 인상이 변하는 건축이다. 숲 사이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입구,마당,처마,문,물,식물,천창,빛,굴뚝 등의 요소가. 안과 밖의 경계를 조절하는 장치다. 시각적 경험보다는 다른 감각에 열린 경험과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10여 년 후 참나무 숲이 무성해지고 건축을 중심으로 사람과 자연이 좋은 기억과 관계를 만드는 느린 장소가 되길 바란다. 사진으로는 기록되지 않는, 그 장소가 가지는 자연과 시간과 사람의 관계성이라는 흐름이 유기적인 건축으로써 상하농원의 장소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의 전경.
 

내부에 있지만, 외부의 환경까지 끌어서 사용한다는 개념이 멋지다. 어떻게 보면 목시 같은 로컬 커뮤니티 호텔 역시 외부 환경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맥락이지 않나 싶다.

호텔의 경우 실제 매출이 이루어지는 것은 객실이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같은 부대시설의 운영은 호텔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적자 구조이다. 외부로 서비스를 돌리면 퀄리티 측면에서 더욱 안정적이기도 하고, 그러한 부분이 있다.

결국 장소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좋은 호텔의 첫번째 조건은 아무래도 위치다.

아까 베스트셀러를 언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그때 제일 잘했어가 아니라 지금이 제일 잘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가 더욱 잘할 거고(웃음). 이건 되게 분명한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있지만, 삶이 다 다르지 않나. 최근에 작업한 낙원동 농원 프로젝트로 내 작업의 두 가지 상반된 특징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겠다. 낙원동 호텔이 설계 과정에서 명확한 컨셉트가 필요했던 상업적인 건축이었다면, 상하농원은 기존 환경과의 관계를 읽고 새로운 맥락을 제안하는 건축이라 할 수 있다. 낙원동 호텔이 이전 시대에 이상이었던 일상을 표현하는 작업이라면, 상하농원은 이전 시대에 일상이었던 이상을 찾는 작업이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떠한 스타일을 만들고자 하는가?

상하농원 작업을 하면서 건축에서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표현의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적 관계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건물은 벽이나 지붕이나 재료가 아닌 사람의 공간이고, 건축은 그 시간과 그 장소가 위치한 자연과의 관계를 만드는 진실된 직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일지 하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어떤 관계가 만들어질 것인지 수용에 대한 고민을 설계의 중요한 기준으로 두게 되었다. 장소가 가지는 본질적인 힘도 그 안에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수영장의 드로잉 초안.
 

드넓은 자연 속에 위치한 상하농원.
 
김영옥 소장은 2017년부터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와 수영장, 목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가 완공되었고 2020년 여름 상하농원 수영장이 개관 예정이다. 2020년 가을에 파머스빌리지 목욕장이 완공되면 4년여 작업의 전체적 완성을 앞두고 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자연, 세상, 시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유기적인 건축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건물은 사물이지만, 그곳에 시간의 기억이 더해지면 살아 있는 유체가 된다. 시간이 더해진 장소는 기억으로 채워져 다양한 관계를 만든다. 하늘, 식물, 길, 사람, 건물, 동물, 땅, 공기, 사물 이 모두는 여전히 세심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모든 게 부족하지만, 일을 하면서 삶을 살고, 그 삶의 내용을 스스로 만드는 일. 그리고 그 일로 세상과만나는 것이 내가 건축을 하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멘토로 삼고 있는 인물이 있는가?

과학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 사고가 형성되던 시절 <공간의 시학> <몽상의 시학> <꿈꿀 권리> 같은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건축가로는 알바르 시자. 건축계에는 천재가 없다고 하지만 그는 천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는 너무 유명하고 어마어마하지만, 주장하고 논리적이고 뭔가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자 같은 경우는 그냥 잘 만든다(웃음). 그의 건축은 담백하고 자유롭지만 그 안에 세상을 읽는 진지함이 있다. 시적이다.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초심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옛날에 출간했던 나의 프로젝트 북 <김영옥 작업집 2000-2016>을 보면 ‘드로잉’이라는 파트가 있다. 책에 실린 것은 모두 초기 드로잉들이다. 처음에 스케치를 할때 갖고 있던 생각과 관점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이끄는 힘이 된다. 이 드로잉은 일기 혹은 고백같은 글이다. 이 안에 모든 설계가 들어 있다. 사람도 있고 바람도 있고 식물에 대한 것도 있다.아, 개인적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다.

최근 좋았던 일은?

근래에는  10년간 버려두었던 사무실 마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은 오래되었지만, 땅을 파고 씨를 뿌리며 정원을 가꿔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두나무와 모과나무, 앵두나무, 붉은 찔레나무처럼 기억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들을 심었다. 뿌린 씨앗에서 싹이 나고, 새와 나비가 찾아드는 일련의 과정을 감상했다. 그동안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지나쳤던 아름다운 것을 천천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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