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의 디자인은 결코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주변을 관찰하며 발견할 수 있는 의아함을 디자인으로 치환하며 친근한 새로움을 부여할뿐이다. 많은 이들이 넨도의 디자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5월 리뉴얼을 진행한 상하이 타임스퀘어.
프랑스 백화점 르 봉 마르셰에서 진행한 설치 전시.
반려견과 함께한 사토 오키.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두각을 드러내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넨도가 아닐까. 와세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사토 오키 Sato Oki는 2002년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테이블웨어, 선반 등의 오브제부터 볼륨감 있는 가구까지 건축과 제품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건축가들을 보았다. 이는 사토 오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듬해인 2003년, 그는 또다시 밀라노를 찾았다. 관람객이 아니라, 그가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이름으로 말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넨도는 메종&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2020년 밀란 디자인 시티에서 마르소토와의 협업을 통해 화려한 대리석 쇼룸을 선보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넨도는 가장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장 완벽한 디자인은 지금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에요.” 사토 오키의 이 말은 얼핏 들으면 당황할 법하지만, 사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만큼은 정확하다. 확실한 스토리텔링이 존재할 것. 다만 그 이야기가 일상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을 것. 일본어로 진흙을 뜻하는 넨도의 의미처럼 자유롭고 유연한 발상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선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만큼은 분명해야 한다는 게 넨도의 철칙이다. 소재만큼은 일상에서 흔히 발견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하며, 다만 이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틀고 위화감을 조성해 새로움을 선사하는 디자인을 구상한다. 이것이 바로 카펠리니, 모로소, 루이 비통, 에르메스, 코카콜라 등 소비자를 겨냥하는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넨도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려는 이유다. 넨도의 폭넓은 행보는 좀체 사그라들 생각을 않는다. 올해 5월에는 상하이 타임 스퀘어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플로스와 함께 헤코 Heco 시리즈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9월초 카카오 IX와 함께 사물인터넷 ioT기술을 접목한 직관적인 디자인의 소형 가전 컬렉션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내년 1월, 넨도가 큰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세밀한 시선으로 면밀히 일상을 살피는 넨도의 행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