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매년 4월에 개최되던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취소됐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상반기에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디자인 뉴스를 접할 수 있었고,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는 밀란 디자인 시티 Milan Design City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장외 전시인 푸오리살로네의 맥을 이었다. 과거 전시의 규모나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브랜드의 쇼룸과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인 페스티벌을 기다렸던 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대리석 천국
브레라 거리에 위치한 대리석 브랜드 마르소토 Marsotto 쇼룸의 문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하얗고, 사치스럽다. 문 전체를 대리석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일부분을 움푹 파이게 만들어 지나가는 이들이 잠시 앉을 수 있다. 이는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솜씨다. 마르소토와 협업한 경험이 있는 넨도가 디자인한 마르소토 쇼룸은 파사드 외에도 지상과 지하층에서 다양한 대리석 가구와 샘플을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독특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한번 화려한 대리석 파티션과 마주하는데, 관람객을 지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이 파티션은 두께 10mm의 대리석에 지름 65mm의 구멍이 뚫려 있다. 4개의 전시 공간으로 나누어진 지하층은 일부 벽면을 반달 모양으로 휘게 만들어 더욱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web www.edizioni.marsotto.com
누아르적인 멋
에밀리아노 살치 Emiliano Salci와 브리트 모란 Britt Moran이 설립한 디모레 스튜디오 Dimore Studio는 밀란 디자인 시티 기간에 두 개의 전시를 진행했다. 먼저 작년에 오픈한 디모레밀란 Dimoremilano을 전시 형태로 처음 공개했다. 거실부터 다이닝룸까지 6개의 방을 디모레밀란의 가구와 패브릭, 업홀스터리 방식으로 채운 것. 이번에도 역시 디모레 스튜디오의 풍부한 색채를 즐길 수 있는 전시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한편 디모레갤러리 Dimoregallery에서는 20세기 거장들의 가구를 현대 디자이너의 제품과 함께 연출했다. 피에르 마리 Pierre Marie의 태피스트리를 비롯해 하지트 핀코비치의 Hagit Pincovici의 데저트 컬렉션 Desert Collection 등 저력 있는 현대 디자이너의 제품과 지오 폰티 Gio Ponti의 의자, 아게 헐로우 Aage Herlow의 모뉴멘탈 조명 Monumental Lamp, 세르지오&조르지오 사포리티 Sergio&Giorgio Saporiti의 사포 테이블 Sapo Table 등이 한데 어우러져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퓨전 스타일, 과거와 현재, 대비와 조화라는 디모레갤러리의 철학을 요약해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web www.dimorestudio.eu, www.dimoremilano.com
WE ARE NATURE
올해 로사나 오를란디 Rossana Orlandi의 시선은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으로 향했다. 그는 2018년부터 로 길티리스 플라스틱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과 자원 활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오를란디는 다시 한번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모든 인류는 자연을 수호할 책임이 있으며, 그것은 곧 우리를 보호하는 것과도 같음을 시사했다. 이어 “자연은 인간이 없이도 순환 체계에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감히 말할 수 없다”고 밝히며 격리와 고립으로 가득한 지금의 언택트 시대가 그 증거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생산, 사용 및 폐기 등의 라이프 사이클과 지속 가능성을 주요 테마로 나초 카르보넬, 크리스 조던, 아릭 레비,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 등의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선보인 창의적인 제품의 향연이 펼쳐졌다.
web www.rossanaorlan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