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을 포근하게

집 안을 포근하게

집 안을 포근하게

바람이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집 안에 따스한 온기를 채워줄 퍼 아이템.

 

골드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푸프 스툴 ‘코지 스팽글’은 핸드메이드로 르위켄에서 판매. 10만 5천원.

 

부드러운 인조 모피로 만든 ‘스트래피 홈 슬리퍼’는 신축성이 뛰어난 기능성 폼으로 안창을 만들어 착용감이 편안하다. 자라홈에서 판매. 4만5천원.

 

페이크 퍼로 만든 쿠션은 뒷면을 단색 캔버스 천으로 마감해 단정한 느낌까지 살렸다. H&M홈에서 판매. 1만9천9백원.

 

벽이나 문에 걸어 사용하는 기프트 행어는 무스를 귀엽고 위트 있게 형상화했다. 루밍에서 판매. 2만5천원.

 

원시적인 패턴이 매력적인 ‘베리베리아 러그’ 내추럴 카펫은 간 제품으로 유앤어스에서 판매.

 

크고 풍성한 쿠션과 정교한 구조가 돋보이는 친환경 인조 퍼 소재의 ‘치프리아 폴트로나’ 소파는 에드라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 가격 미정.

 

재생 패브릭으로 만든 라운드 수납 바구니는 부분적인 퍼 마감이 감각적이다. H&M홈에서 판매. 5만9천9백원.

 

부드러운 양털로 커버링한 ‘누볼라 Nuvola’ 의자는 퍼가 탈부착이 가능해 세탁이 용이하다. 이노홈에서 판매. 1백80만원.

 

자수를 놓듯 듬성듬성 수놓인 ‘카사블랑카’ 쿠션은 클래식 콜렉션 제품으로 노르딕네스트에서 판매. 17만1천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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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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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대한 물음

누군가는 그를 디자이너라 부르고 혹자는 골몰히 상념에 젖어 있는 사상가라 평한다. 이토록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지만, 그가 50여 년간 쌓아온 디자인 아카이브만큼은 올곧다.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필요와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이것이 엔조 마리가 오래도록 빚어온 디자인이다.

 

세디아 체어에 앉아 있는 엔조 마리.

 

한국 시간으로 11월 19일, 그러니까 밤 11시가 까무룩 넘어갈 참이었다. 창간 기념호 마감이 코앞에 다가왔을 즈음, 엔조 마리 Enzo Mari의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일, 그의 아내이자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큐레이터 겸 미술가였던 레아 베르지네 Lea Vergine마저 눈을 감았다. 엔조 마리는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어워드인 황금 콤파스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이력을 지닌 것은 물론, 알레시, 아르떼미데, 아르텍, 카스텔리 등 유명 가구 브랜드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디자이너다. 그리고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부르노 무나리 등 걸출한 디자이너와 동시대를 함께한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와 절규만이 가득했던 이탈리아의 근대 디자인을 쌓아올린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눈앞에서 친구가 쓰러지고 건물이 순식간에 부서지는 참혹함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그에게 큰 상흔으로 남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죽음의 냄새가 가득하던 밀라노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작은 공방에 취직한 수공업자들은 이제껏 정석과 규칙이라 생각했던 디자인적 요소를 모두 비껴간 제품을 생산했다. 좋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풍부한 경험도 없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은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너무도 유용했다. 엔조 마리는 이런 모습을 보며 사용하는 이들을 가장 우선하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의 첫 번째 요소라는 신념을 구축했다.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월 마운트 책장 시스템.

 

황금 콤파스상을 안겨준 델피나 체어.

 

1974년, 그는 자급자족 디자인을 뜻하는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 Autoprogettazione라는 신념의 정수와도 같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도면과 판자, 각목 등 필요한 재료만 가지고 만들어 쓸 수 있도록 자신이 디자인한 세디아 체어 등 19가지 가구의 설계도면을 공개해 필요에 의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스스로 체험할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포르모사 캘린더, 글로브 월 훅 등 일상과 밀접한 제품은 모두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그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값싼 강철 튜브를 활용한 델피나 체어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몸체가 비스듬하게 제작된 쓰레기통 인 아테사 In Attesa 등은 화려한 기교가 없어도, 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쓸모 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날이 갈수록 새롭고 더 화려한 디자인만 좇는 지금, 엔조 마리는 여러 차례 경종을 울린 좋은 가이드가 될 듯하다. 많은 이가 그의 생각을 헤아리고, 그의 디자인을 사랑했다. 이제는 그가 편안히 잠들 수 있기를.

 

만년달력 포르모사.

 

마리올리나 체어.

 

조명 브랜드 아르떼미데와 함께한 아그레가토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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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관의 예술가, 로즈 와일리

독특한 세계관의 예술가, 로즈 와일리

독특한 세계관의 예술가, 로즈 와일리

영국을 너머 전 세계를 사로잡은 86세의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에게 나이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로즈 와일리를 소개한다.

 

영국 켄트의 오두막은 그녀의 작업실이자 집이다. CRose Wylie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영국 화가 로즈 와일리 Rose Wylie를 소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 그녀는 47세에 미술 학위를 받았지만 큰 명성을 얻지 못하다 76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 The Guardina>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즈 와일리는 미술적 영감은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와 필립 거스턴, 장 미셸 바스키아 등 끝이 없으며 시대와 나라, 인종 같은 것은 그녀에게 무의미하기에 한계를 두지 않는 작품을 펼쳐내는 것이다. 영국 남동쪽 켄트 지역의 오래된 시골 마을에서 40여년간 살아온 그녀는 붉은 벽돌의 오두막이 작업실이자 집이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만한 산딸기가 가득 자라나는 정원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녀의 작품에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영혼이 담겨 있는 듯하다. 76세라는 최고령 신진 작가에서 이제는 86세의 슈퍼 작가로 우뚝 선 그녀의 미술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은 12월 4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진행된다.

 

영화 <페이퍼보이>의 시사회에 참석한 니콜 키드먼의 초상을 그린 ‘NK(Syracuse Line Up)’.

 

가위를 모티프로 한 그림은 ‘Sissor Girl 2017’.

 

<가디언>에 실린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한 작업은 ‘Tottenham Go Fifth 2020’.

 

 

작가로서의 꿈을 뒤늦게 펼치기 시작했다. 살아온 배경이 궁금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 소녀였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는 결혼한 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 하셨으며, 항상 내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포크스톤 앤 도버 예술대학에서 공부할 때 여성은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당시 많은 여자들이 그랬듯이 그저 결혼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교양학교를 다니는 수준이었다. 21살의 나이에 작가인 남편 로이 옥슬레이드 Roy Oxlade를 만나 결혼한 뒤 아이를 낳았다. 이후 교사로 일했지만 남편이 벌어오는 돈에 의존하며 가정을 꾸렸다. 우리는 부모 두 사람이 모두 작업 활동을 할 경우 아이들한테 좋지않은 환경을 제공할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작업보다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도 그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는 사실 없다. 다만 어느날 문득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도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했으며,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가족들도 내가 늦은 나이에 다시 그림 그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중년에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매일매일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상을 받고, 세상이 주목하는 지금도 나는 매일 그림을 그린다.

일상적인 것을 주제로 천진하고 순수한 표현력을 입힌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예술이란 개념은 참 까다롭다. 때문에 꼭 작품이 예술처럼 보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볼펜과 복사 용지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굳이 ‘예술적’인 소재를 찾지 않는다. 나의 작업이 진지하다고 생각하지만 장난스러움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장난스러움’보다는 ‘불손함’이 더 마음에 든다. 작품의 소재가 장난스럽고 뒤죽박죽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항상 진지한 자세를 추구한다. 어쩌면 아주 진지한 것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물리학의 양자처럼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하고 또 그 경계에서 생각한다.

 

쿠바 문화를 오마주한 페인팅 ‘Cuban Scene, Smoke 2016’.

 

무질서 속 나름의 규율이 있는 로즈 와일리의 작업실.

 

손흥민 선수의 골 세리머니 장면을 그린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한계없는 다채로운 컬러 사용도 눈에 띈다.

나는 수많은 소재를 다루고 머물러 있기보다는 항상 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컬러 또한 마찬가지다. 반짝이는 장신구와 하이힐을 그린 후 새와 꽃들로 관심을 돌리곤 한다. 프림로즈(앵초)를 특히 좋아하는데, 봄에 해가 저물 무렵 햇빛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연하고 노란 꽃은 점차 환한 빛을 띤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화는 르네상스 페인팅이든 지하철 광고에서 볼 수 있든, 친구의 옷이나 정원의 꽃에서도 항상 아름답다.

바닥에는 신문지가 가득하고 벽에는 물감 자국이 묻어 있다. 작업실이 갖춰야 할 요건이 있나?

누군가는 나의 작업실을 보고 창작의 카오스라 한다. 나는 이곳을 자유로운 해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물건을 잘 치우고 정리정돈을 잘하라고 교육 받았다. 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반항이다. 물감 자국이 두껍게 묻은 채 굳어진 신문지 뭉치와 페인트 병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무엇에도 방해 받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나의 작업실. 표현주의 회화나 콜라주처럼 보이지 않나. 이 정신없는 나의 스튜디오는 나의 기억 속 모든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예술적 파라다이스가 분명하다. 이런 자유로움 때문일까, 내 그림은 유쾌하고 강렬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

원래도 나의 일상, 평범한 기억에서 작품의 주제를 찾았는데, 팬데믹으로 활동 범위가 좁아지니 더욱더 내 주변의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집 안의 소품, 정원의 잎사귀, 기차길 옆에서 자라는 잡초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소한 것의 시각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고 진실하게 다가오는 작품에는 그만 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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