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되면 색채 전문기업 팬톤에서는 다음 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한다.
그해를 상징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1년 동안 각 분야에서 주요 컬러로 활용되며 트렌드를 이끈다. 코로나 블루를 예측이라도 한 걸까. 2020년의 컬러는 채도가 낮은 클래식 블루였다. 긴 어둠의 시기로 기억될 2020년의 말미에 팬톤이 발표한 2021년 컬러는 상큼한 노란색의 일루미네이팅 Illuminating과 차분한 얼티메이트 그레이 Ultimate Gray다. 두 가지 컬러가 선정된 것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노란색과 회색을 선정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 노란색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단단하게 붙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담백한 회색이야말로 2021년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일루미네이팅과 얼티메이트 그레이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이미 뷰티업계에서는 이 두 가지 색상을 활용한 패키지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인테리어나 제품 디자인에서도 다채롭게 적용될 것이다. 회색 위주의 인테리어에 노란색을 포인트로 가미해도 좋고, 노란색 가구나 패션 아이템으로 활력을 더하는 등 각각의 컬러 비율에 따라 스타일도 달라질 수 있다. 2020년은 물리적인 거리만이 아니라 마냥 낙관론적인 생각으로부터도 거리를 두게 만든 해였다. 2021년 나의 키워드는 ‘균형’이다. 비율상 회색을 더 많이 두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불쑥불쑥 통통 튀어오르는 노란색과 같은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