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와 잎사귀, 씨앗 등 자연을 상징하는 나뭇조각이 모여 바람을 타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겨울이 절정에 다다른 어느 날 소호수 아틀리에의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전날 내린 폭설로 길거리는 꽁꽁 얼어붙은 눈덩이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서대문구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소호수 아틀리에만큼은 봄날처럼 따스했다. 차가운 바깥 공기와 대조를 이루는 포근한 원목 가구와 소품 그리고 자연의 감성이가득한 작품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소호수는 이름 그대로 작은 호수를 의미해요. 개인적으로 호수를 참 좋아하기도 하고, 이 작업실이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산속에 있는 작은 호수를 의미한다면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의 방향과도 잘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숲과 하늘의 모습을 닮은 작업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소호수 아틀리에의 김성희 작가는그간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5월, 이곳으로 작업실을 옮겨오면서 고심 끝에 공간과 닮은 이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단독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지하와 1층은 작업실로, 2층과 3층은 가정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다 자연스럽게 나무를 접하게 되었고, 나무에 대한 특성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가장 첫 번째 작업은 평면 종이에 남은 자투리 조각을 붙인 콜라주였어요. 그 이후 평면에 있는 작업이 입체로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고 모빌의 형태가 맞는 구조더라고요.” 실제 그녀의 작업실에는 나무 콜라주 작품 옆으로 모빌이 걸려 있어 단번에 그녀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빌을 보고 있으려니 잠이 오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소 동식물과 자연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최근 자연에서 얻은 모티프의 식물 화병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나무화병에 실제 꽃이나 열매가 꽂혀 있는 듯한 형태인데, 다이닝 테이블이나 선반에 무심하게 툭 올려만 두어도 감성 가득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화병으로 꽃이나 식물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워낙 다양한 형태의 식물이 있고, 최근에는 분재에 관심이 생겨 분경이나 나무 소품을 모빌로 가져왔을 때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어요.” 모빌은 오브제로써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완벽한 형태를 이루기 위해 그 무게와 구조, 균형이 맞아야 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흔들릴지 또 벽에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어떤 장면을 만들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다 그녀는 TWL의 핸들위드케어와 오르에르 아카이브에서 전시를 계획 중이라며 기회가 되면 공예와 산업이 결합된 조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무는 가공이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관리가 까다롭고 계속해서 변형이 가능한 재료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어요. 하지만 조명을 단 모빌의 형태로 만든다면 또 어떤 흥미로운 모습이 나올지 기대돼요.” 김성희 작가는 모빌적인 요소가 가미된 조명이 가져올 새로운 이야기에 대해 내심 기대를 내비쳤다.언젠가 소호수 아틀리에만의 감성을 담은 조명을 만나볼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