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정원은 물론 옥상과 테라스에 3.3m² 남짓한 공간만 있으면 홈 오피스를 뚝딱 지을 수 있는 ‘마이 룸 인 더 가든’은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보아노 프리스몬타스의 창립자 토마소 보아노 Tomaso Boano와 조나스 프리즈몬타스 Jonas Prismontas에게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020년 뉴노멀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와 무한한 가능성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가득했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다. 가든 한 켠에 세워진 작은 방이었는데 런던을 기반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축 스튜디오 보아노 프리스몬타스의 ‘마이 룸 인 더 가든 My Room in the Garden’의 프로젝트다. 컨테이너처럼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내부의 디자인을 보면 건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아노 프리스몬타스는 보통 직접 손으로 조립해서 완성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는데 이번 작품 역시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서 완성하는 건축물이다. 스튜디오의 창립자 토마소와 조나스가 외신과 했던 인터뷰에서 이케아 제품보다 조립이 더 간편하다는 내용을 보면 그들이 건축물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치는지 감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보아노 프리스몬타스 스튜디오는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한 해결책을 디자인 결과물로 선보인다. 그렇게 탄생한 마이 룸 인 더 가든이 더 궁금해졌다.
스튜디오 보아노 프리스몬타스는 어떤 작업을 하는가?
주로 조립식 주택을 설계하고 디자인한다. 특히 모듈러 시스템과 자체 조립과 제작이 가능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접 손으로 해보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 우리 스튜디오의 목표이며,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는 심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기능적이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재료에 대한 연구와 제조, 시공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각각의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고유한 관점을 가질 수 있으며 그 프로젝트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모듈러 디자인에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듈러 디자인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변형되며, 사용자가 손쉽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모듈러는 최상의 비율을 만들어내고 효과적이며, 자재의 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건축물은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표준적인 기준을 적용한 0.6mm 그리드 크기를 기본으로 자재의 낭비가 많지 않으며,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크기는 한 방향으로 2.4m(4×0.6m)로 제한되지만 모듈을 무제한 추가하면 무려 2.4×600m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고 좁은 정원이 필요하지만 말이다(웃음).
코로나19로 인해 홈 오피스가 증가하고 사무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이 룸 인 더 가든’ 프로젝트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제품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코로나19 이전과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사무실에 모여 일하는 것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홈 오피스는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수많은 직장인이 집 안에 최소한의 사무 공간을 마련하거나 공유 또는 임대 공간처럼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찾아야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우리는 집에서 손쉽게 홈 오피스 공간을 분리할 수 있으며, 일상과 업무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싶었다.
정원에 있는 나의 방이라는 이름이 무척 흥미롭다. 이 건축물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고안되었나?
많은 사람이 집에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원한다. 이 건축물은 온전히 자신에 집중해서 휴식을 취하고, 취미 생활과 일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집 안이 아닌 실외에 가든 룸을 설치한 이유는 사용자로 하여금 출퇴근을 한다는 간접적인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주 짧은 거리지만 집 밖으로 나와 정원이나 테라스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활 환경과 사무 공간의 경계가 확실하게 이뤄지며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마이 룸 인 더 가든은 모듈러 조립식 주택이다. 일반인이 직접 조립하기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나?
가구를 조립하는 정도의 난이도라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 조립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품을 디자인하고 나서 친구들을 작업실에 불러 직접 조립해보게 한다. 대부분 전기 드릴이나 톱 등의 도구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제품을 조립할 때 고난이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평이한 수준에서 조립이 가능하도록 우리의 경험을 반영해 디자인에 적용했다. 현장에서 벽과 지붕, 바닥을 조립하는 것은 일반 가구를 조립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것이다. 벽 모듈은 고강도 스테인리스 스틸을 볼트로 고정하기 때문에 앨런 볼트용 렌치만 있으면 완성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주택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언뜻 봐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내부를 잘 살펴보면 공간의 구성이라든지 활용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실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렵다. 내부를 설계하고 구성하는 것은 건축가가 담당해야 하는 다양한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효율적이고, 견고하며, 이와 동시에 슬림한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에 집중했다. 내부를 구성하는 요소들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에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인테리어가 됐다. 실내도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꾸밀 수 있도록 크기와 마감재를 다양하게 했으며, 벽에는 조명이나 선반도 걸 수 있다. 각 벽면의 패널은 솔리드부터 투명한 것까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3중 유리로도 시공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