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잘 깎은 조약돌을 닮은 듯하다가도, 달리 보면 미친 속도로 우주를 내지르는 캡슐 포드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헝가리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헬로우드의 건축가 타마시 필뢰프 Tamás Fülöp가 설계한 오피스형 오두막 워크스테이션 캐빈을 소개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헬로우드 Hellowood는 맞춤형 공공건축물과 다양한 형태의 캐빈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다. 트리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와우하우스 Waushaus, 마치 원뿔을 연상시키는 그랜드 캐빈 등 도전적인 디자인의 오두막을 선보여온 헬로우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재택근무와 같이 유연하게 변화하는 근무 환경을 반영한 오피스형 오두막 워크스테이션 캐빈 Workstation Cabin을 선보였다. 모듈 형태로 제작된 이 건축물은 콤팩트한 크기와 불규칙하게 조각된 단면으로 나무 열매나 캡슐 등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익살스런 외관이 시선을 준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사무용 빌트인 테이블과 체어는 물론, 사방으로 난 창 덕분에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 체계와 단열 시스템까지 갖춰진 오피스가 펼쳐진다. 워크스테이션 캐빈을 설계한 헬로우드의 책임 건축가 타마시 필뢰프에게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 19는 삶의 많은 부분을 송두리 째 뒤흔들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한 대안을 하나둘 마련해가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에 들어선 듯하다. 헬로우드의 워크스테이션 캐빈도 삶의 변화에 적극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 워크스테이션을 제작하기 된 동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재택근무자들의 환경에 주목했다. 생활 공간이었던 집이 곧 일터로 변화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해졌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 방음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를 분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에 따른 결과가 워크스테이션 캐빈이다.
특히 외관이 인상적이다. 작은 우주 캡슐처럼 보이기도 하고, 솔방울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제작에 영감을 받았거나 모티프로 삼은 것이 있나?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에 실린 조약돌 삽화에서 영감을 받아 외관을 구상했다. 흔히 모듈러 하우스하면 떠오르는 큐브 모양에서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물론 있었다. 두 가지 생각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 그 결과 정원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 나아가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과 같은 형태가 구현되었다.
구조를 설계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의 출발점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기능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워크 스테이션 캐빈은 혼자는 물론 여섯명 정도의 사람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수용력을 지녔다. 특히 내부 면적은 8m2 정도지만 십오각형이라는 다각형 외관으로 일반적인 사각 형태보다 공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면으로 넓은 창을 여러개 만들어 삭막한 근무환경에서도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의도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창이 넓어 시야가 넓어지는 동시에 개방감까지 느낄수있다.
어떤 소재를 주로 사용했는가? 외관상으로도 드러나듯 목제 프레임 구조로, 내부 마감은 천연색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했으며 외관의 일부를 이와 동일한 합판으로 마감했다. 문틀과 창틀은 소나무를 활용했다.
워크스테이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단순한 사무 공간 이상의 기능을 담고 싶었다. 서재는 물론 아이들의 놀이방으로도 활용하는 등 책을 읽거나, 쉬고 운동하기 위한 완벽한 은신처 역할까지 겸할 수 있다. 모듈식 건축물로 공정 과정에서 골조를 조립한 다음, 현장에서 나머지 설치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형적, 지리적 영향을 덜 받고 설치가 간편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집 앞 정원이나 숲속 같은 야외는 물론 10m2 정도의 면적으로 건물 안에도 설치가 가능해 다양한 장소에서 적용할 수 있다.
추위나 더위 같은 기후변화에도 버틸 수 있는가? 그렇다. 오피스로 기능하기 이전에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를 시작했다. 내부에는 단열재를 시공해 지면이나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한기를 막아주고, 빌트인 벤치 부근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여름에도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
사무실 대용으로 제작된 만큼 실제 전기나 인터넷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자체 전기 공급 시스템과 콘센트가 곳곳에 내장되어 있어 노트북, 전화, 와이파이는 물론 다양한 전자기기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여러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부다페스트 근처의 숲을 위해 설계하고 있는 산책로 개발 프로젝트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소재로 만든 캐노피를 설치하거나 나무들의 성장이나 미관을 해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건축물을 제작하고자 한다. 건축물의 구조나 소재가 자연을 해치지 않는 것은 물론, 많은 이들이 숲을 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다.
앞으로 사무 환경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오피스의 변화도 계속될 것이다.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지만 더욱 역동적인 형태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놀랍게도 우리는 안타까운 팬데믹 상황에 적응하는 중이지 않나. 홈 오피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집안의 일부를 사무공간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가구나 하나의 공간에 오피스와 생활 공간이 구조적으로 완벽히 분리되는 독특한 형태의 집이 나타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우리가 선보인 것처럼 집과는 독립적인 구조의 개인용 사무 건축물 또한 생겨날 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확실한 건 이전의 일관된 사무환경으로의 회귀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형태의 사무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미 우리는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지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