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포켓몬 고 앱을 켜고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포켓몬을 획득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패션 쇼핑을 하거나 아바타로 살아가는 가상 도시를 체험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버스는 타는 버스 Bus가 아니다. 접속해야 하는 버스 Verse다. 초월을 의미하는 접두사 메타 Meta와 우주 Universe에서 따온 접미사가 붙은 신조어 메타버스는 성큼 우리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코로나19 덕분에(?) 말이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을 ‘홈 오피스’로 바꾸는 것이 트렌드가 되자마자 이제는 집에서 가상 오피스로 출근하는 메타버스의 세계를 맞이한 셈이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오피스 등 몇몇 회사가 도입한 가상 오피스는 이메일과 줌으로 일하는 것을 넘어 아바타가 사무 공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옆 좌석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출근뿐일까? 강의도, 쇼핑도, 컨퍼런스도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진다. 곧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생각해보자. 나의 미니미가 학교 강당에서 다른 미니미 친구들과 함께 학사모를 던지는 졸업식 세러모니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UC 버클리 대학 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실행한 일이다. 이 세계에 먼저 들어간 사람은 어린이들이다. 2021년 3월 현재 미국에서 16세 미만의 절반 이상이 로블록스에 가입했고, 몇몇은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을 개발하여 돈을 벌기도 한다.
사실 미술계에서도 이미 이런 컨셉트를 적용한 작품이 있었다. 카오 페이 Cao Fei가 만든 위안화 도시 ‘RMB CITY’가 대표적이다. 200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세컨드 라이프 게임 엔진을 이용해서 만든 가상의 도시로,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를 통해 처음으로 발표되었고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노트북으로 게임에 접속하여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2009년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2011년 말경에 문을 닫았다. 3개월마다 새로운 시장을 뽑아야 하는 위안화 도시에서 참여자들은 시장을 뽑고 취임식을 거행한다. 집단의 기억으로 남은 이 작품은 지금 스푸르스 마에 갤러리를 통해 비디오 아트로 판매되고 있다. 마우리지오 카텔란은 어떠한가? 구겐하임 회고전 이후 은퇴하겠다고 발표해서 세간의 주목을 끌더니 이내 토일렛 페이퍼라는 다른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가상의 세계에서 닉네임으로 살아가듯 장수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이름과 새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의 작품 미니어처 엘리베이터는 이것을 탈 가상의 존재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가상의 세계, 가상의 존재, 이제는 작품도 가상세계의 것이 팔리고 있다. 바로 NFT 이야기다. 디자이너 안드레 레이징거 Andres Reisinger는 지난 2월 온라인 옥션을 통해 10점의 가상 가구를 판매하여 약 8천만원을 벌어들였다.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오로지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가구다. 실제 세계에서도 똑같이 만들어진 신제품보다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가 더 비싸게 팔리는 것을 고려해보면, NFT 기술을 통해 아무리 복제되어도 변치 않는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가상의 가구를 실제 가구로 만드는 것은 도리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메타버스는 3D 구현이 필수이기에 어쩌면 공간 디자이너와 건축가에게 가장 유리하고 매력적인 그러면서도 가장 위협적인 영역이 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