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부터 어린아이를 위한 위트 있는 가구 그리고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한 기능적인 디자인 세계까지, 작업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가구 브랜드 마지스 이야기.
이미 걸출한 가구 브랜드가 즐비했던 1976년 이탈리아에 새로운 가구 업체가 시작을 알렸다. 스틸 와이어와 복제품 가구를 판매하던한 영업 사원이 몇 명의 친구와 함께 세운 영세한 규모였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시작한 작디작은 회사가 레드 오션이었던 당시의 가구 시장 한복판에 겁 없이 뛰어든 것이다.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겠지만 어느덧 40여 년이 흐른 지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스펀 체어, 체어 원 등 수많은 대표작을 지닌 마지스 Magis의 이야기다. 과연 마지스는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마지스가 탄생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이탈리아는 새로운 재료와 기술에 대한 연구로 붐이 일었다. 이후 몇 십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되었는데, 특히 플라스틱을 활용한 가구와 소품을 주로 선보였다. 목재나 가죽 등 가구 제작에 자주 사용되었던 소재를 다루는 것에는 노하우가 곧 경쟁력이었지만, 비교적 신소재인 플라스틱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노하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스는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돌파구로 선택했다. 재스퍼 모리슨, 론 아라드, 콘스탄틴 그리치치, 로낭&에르완 부훌렉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적 감각과 아이디어, 독창적인 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개개인의 디자이너가 지닌 개성을 오 롯이 존중했던 마지스의 가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본격적으로 마지스를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로 발돋움시킨 것은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1999년에 출시한 금속 받침과 플라스틱 시트를 결합한 봄보 Bombo다. 단순하지만 미학적인 외관과 편안한 착석감을 지닌 봄보 스툴 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마지스를 알린 일등공신이었다. 바로 다음 해 출시한 재스퍼 모리슨의 에어 Air 의자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금속 틀에 넣은 플라스틱에 공기를 넣어 속이 텅 빈 형태로 제작된 이 의자는 당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플라스틱 사출 성형에서 발전된 생산 방식을 적용한 것 으로, 가벼운 것은 물론 원가 절감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동일한 재료로 부피를 키우는 방식인지라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무게도 훨씬 가벼워 사용하기에도 용이했다. 이후 3년 뒤 마지스는 콘스탄틴 그리치치와 함께 제작한 체어 원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2004년에 들어서면서 마지스는 또다시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가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마지스 키즈라는 이름하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구를 세상에 내놓은 것. 에로 아르니오와 엔조 마리 등의 디자이너를 필두로 형형색색의 가벼운 의자, 보물을 숨겨놓을 수 있는 수납장, 가지고 놀거나 탈 수 있는 동물 오브제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구를 선보이며 여타 가구 브랜드와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개척했다.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토템같은 형상을 한 스펀 체어 등 생활 영역을 넘어 예술 작품 같은 가구를 선보이는가 하면, 탄탄한 내구성을 지닌 아웃도어 가구와 사무실, 스튜디오 등에 적합한 기능성을 극대화한 오피시나 Officina, 뷰 로라마 Bureaurama 같은 컬렉션을 선보이며 경계를 허무는 예측 불가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스테판 디에즈 Stefan Diez와 함께 지난 해 선보인 코스투메 Costume 컬렉션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모두 재활용 소재인 폴리프로필렌과 합성 소재를 최소화한 포켓 스프링을 사용해 환경까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사용자에게는 손쉽게 내장재와 커버를 변경할 수 있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선사한 것이다. 라틴어로 이상 Ideal이라는 의미가 담긴 마지스 Magis는 그 이름처럼 모든 이들이 이상처럼 바라는 완벽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