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깨닫진 못했지만 좋아하는 가구를 한데 모아보면 직선을 활용한 직관적인 디자인 혹은 나아가 직선이 하나의 프레임을 이루며 건축적인 면모를 자랑하는 제품이 대다수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곡선이 지닌 부드럽고 유한 매력의 가구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극을 줄여보기 위해 매달 다양한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선보인 가구를 조금씩이라도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니 차츰 곡선의 매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유앤어스에서 론칭한 가구 브랜드 스텔라웍스를 조명하는 칼럼을 준비하며 컬렉션을 찬찬히 훑어보다 한 가구에 계속 시선이 머물렀다. 호텔에서 벨보이가 끄는 트롤리를 연상시키는 굵직한 곡선이 흐르는 외관에 행어와 선반의 기능까지 갖춘 호스트 Host라는 가구였다. 독일 출생의 디자이너 세바스티안 헤르크너 Sebastian Herkner의 작품이다. 오펜바흐 예술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학교에 다닐 때 인턴십을 병행하며 스텔라 매카트니에서 소재와 컬러, 구조, 질감에 대한 실제적인 감각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이 디자이너로서의 큰 기반으로 작용해 2006년 졸업 전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할 만큼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건 가구를 선보였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헤르크너는 2008년, 종을 닮은 난 Nan16 조명을 선보이며 서서히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다 스페인의 제조 회사 ABR과 함께 뉴욕에서 선보인 벨 테이블로 2010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는다.
앞선 두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 세바스티안 헤르크너의 가구는 마치 흐르는 듯한 곡선이 우아한 매력을 배가시킨다는 특징을 지녔다. 버릇처럼 주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일삼는 그가 조금 더 우아한 일상을 선사하는 가구를 제작하려는 열망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곡선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표현 수단이었다. 이와 함께 수작업에서 오는 세심한 디테일과 3D 프린트 등 최신 기술, 다양한 소재를 한데 접목하는 등의 도전적인 방법을 가미하며 한층 아이코닉한 가구를 만들어내는 데 이른다. 5-Axis CNC 기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모델링한 후 수작업으로 세심한 마감을 거친 자피크뉘플라츠 Savignyplatz 테이블이나 티크와 직조 섬유, 알루미늄 베이스를 결합한 엠브레이스 체어 등은 대담한 시도의 결과다. 헤르크너의 계속되는 도전은 많은 브랜드의 구애를 받기에 충분했다. 모로소, 프리츠한센, 자노타, 카펠리니, 데돈 등의 러브콜에 응하며 걸출한 브랜드와도 활발하게 협업한 그는 2019년 메종&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히는 데 성공한다. 지금도 그는 안주하지 않고 매년 꾸준히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우아한 세계를 구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