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던 두 사람은 1921년 유리공예 브랜드 베니니를 창립한 후 이듬해 개최된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베니니의 상징과도 같은 화병 베로네세 Veronese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리라는 소재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정교하고 이색적인 실루엣과 표면에 일렁이는 독특한 색채의 향연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 두 가지 특징은 베니니의 정체성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천년간 꾸준하게 발전해온 무라노의 유리 세공 기술을 마치 보존이라도 하듯 고스란히 계승하려는 의지와 함께 가감없이 발휘하는 독창적인 미학은 유리공예를 예술의 세계로 편승시킨다. 이는 생활적인 제품에 한정짓지 않고 모든 제품을 ‘아트 글라스’라 일컬을 만큼 예술의 한 장르임을 공고히 하려는 베니니의 굳건한 철학이기 때문. 그렇기에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을 끊임없이 등용하는 신인 발굴 프로젝트나 파비오 노벰브레, 에토레 소트사스, 지오 폰티, 카를로 스카르 파, 론아라드 등 시대적인 예술가와의 협업을 꾸준하게 이어온 행보는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 오일 램프로 유리를 가열하는 램프 워킹 등의 제작 기술과 과정은 과거에서부터 이어져온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만큼 베니니는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이 요 구되는 유리공예 작업에 있어 정도를 걷는 것을 단호히 고수한다. 재료의 질은 기본이며 예민하다 느껴질 만큼 섬세한 세공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장인들간의 합과 전반적인 제작 과정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마에스트로의 지휘까지, 하나의 공예품이 나오기까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허투루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제오디 Geodi, 고부람 Goburam, 무라나 Murana 등 베니니가 선보인 모든 제품이 아트피스로의 뛰어난 가치와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에도 안도 타다오, 알레산드로 멘디니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선보이며 꾸준히 독자적인 아트 글라스의 세계를 구축하는 베니니는 흘러온 1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듯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리아컬렉션을 통해 베니니의 다양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나볼 수 있다.
한 세기의 시간을 품은 이탈리아 유리공예 브랜드 베니니
작은 섬에서 유리 하나로 시작한 공방이 어느덧 한 세기의 시간을 품은 브랜드가 되기까지 이탈리아 유리공예 브랜드 베니니가 빚어온 100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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