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골목길 2층 건물의 회색 철문을 두드렸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이는 투명 테이블에 수백 가지의 향료병이 놓여 있다. 누군가의 연구실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이곳은 향을 다루는 브랜드 무아시(@mooasi_official)의 공간이다. “조향 워크숍, 향수 브랜드…. 누군가는 공방으로 착각하기도 하죠. 무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고자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글을 다루는 분께 의뢰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언젠가 인스타그램에 ‘향을 다룹니다’라는 소개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 문구가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저희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단어 같았어요. 열린 의미도 있고요”라며 무아시를 이끌고 있는 이인섭 대표와 이해진 조향사, 이소희 비주얼 디렉터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광고 회사에 몸담았던 이인섭 대표와 이해진 조향사는 5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조향 학원을 다니고 향에 대해 심도있는 공부를 했다. 단순히 상품성이 도드라진 향수 브랜드가 아닌 천천히 그리고 어떻게 하면 향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워크숍 형식을 띤 무아시를 만들었다. 완제품의 개발 단계에 있는 무아시는 현재 자신만의 향을 찾을 수 있는 워크숍 형태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향은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면이 있어요. 조금은 존재론적인 것을 담아내고자 했어요. 물건을 구입할 때 취향이 자연스레 드러나곤 하는데, 향수야말로 자신의 취향을 가장 많이 드러낼 수 있는 물건같더라고요. 그런데 하나의 향만으로는 나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레이어처럼 켜켜이 쌓아가는 과정을 거쳐 나만의 취향을 찾아간다는 스토리를 주제로 워크숍을 구성했어요”라며 이인섭 대표가 설명했다.
하나의 향수를 만들기까지는 수백 수천 가지의 향료가 필요하며, 그중 하나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향으로 변한다. 0에서부터 출발해 온전히 자신만의 향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향에 대한 지식 없이는 어려움도 분명 따르기에 무아시는 자체적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어느 정도 완성된 향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단순히 후각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아우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모두들 좋아하는 향취가 분명 있을텐데 아직 정확하게 모르기도 하고, 또 어제 좋았던 향이 오늘 싫어지는 경우도 분명 있거든요. 그래서 찰나의 선택을 재미있게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감각을 동원했어요. 예를 들면, 시각적인 카드놀이나 다양한 소리를 통해서 말이에요.” 이해진 조향사가 덧붙였다. 무아시의 워크숍은 2~3시간 가량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데, 소리를 들으며 조향사와 개인적인 추억을 공유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향에 대한 첫 인상과 그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숨어있던 내적 취향을 이끌어낸다. 워크숍을 경험해본 이들은 향이라는 주제로 시작해 자신을 돌아보며 힐링의 시간과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도 한다고. 머지않아 무아시는 매니악과 대중적인 선을 적절히 조율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담은 3가지 향수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워크숍의 횟수를 줄여가고 점차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남을 위한 향수가 아닌 내가 진정 원하는 향이 무엇인지. 무아시의 워크숍을 통해 먼 훗날 2021년의 여름을 기억할 수 있는 향수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