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파리는 새로운 부흥을 맞이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뉴 플레이스의 오픈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옛 상업 거래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관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 이어 세계적 패션그룹 LVMH에서도 150여 년간 파리 중심부에 자리했던 사마리텐 파리 퐁 네프 Samaritaine Paris Pont Neuf의 문을 16년 만에 열었다. 럭셔리 문화를 이끄는 LVMH가 6년간의 리노베이션 끝에 오픈한 백화점 소식이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작새가 그려진 노란 공작 프레스코화, 철근 구조로 이뤄진 천장,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양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사마리텐의 부활은 오픈 첫날부터 긴 줄을 서게 만들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할 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마리텐은 파리지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1870년 시작된 이곳은 파리지앵이 가장 유행하는 옷을 사고 맛있는 식사를 하며 연극, 패션쇼, 박람회를 즐기는 쇼핑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했다. 그 후 2001년 LVMH가 인수하고 2005년 건축 안전상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이제 2021년 6월, 사마리텐은 과거의 명성과 인기를 다시금 누릴 준비를 마친 것이다. LVMH는 세계적인 여행업체인 DFS 그룹에게 백화점 관리를 맡겼다.
여러 건물이 이어져 있는 이곳은 무려 2만 m²의 공간에 총 7개 층으로 이뤄졌으며, 600개 이상의 브랜드와 12개의 레스토랑, 유럽 최대 규모의 뷰티 홀, 아트 작품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마리텐에서의 경험은 건축물과 내부 인테리어도 한몫한다. 급변하는 도시 한복판에 정박해 있는 사마리텐의 건축물은 양쪽이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데, 한쪽은 1928년 벨기에의 건축가이자 장식미술가 프란츠 주르댕 Frantz Jourdain의 아르누보 건물 퐁 네프로 클래식한 반면, 반대쪽은 일본 건축 에이전시 사나 SANA에서 맡아 새로 설계된 유리 파사드 건물 리볼리를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은 웅장한 역사적 건축물에 과감한 현대적인 시도가 더해져 신구의 특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존 건축물의 리노베이션과 신축 건물의 설계를 맡은 사나는 아르누보 빌딩을 복원하고, 반대편에 물결치고 있는 듯한 유리 파사드 건물을 추가해 현대성과 유동성을 부여했다. 가로 2.7m, 세로 3.5m, 무게 600~1250kg인 총 343개의 유리 패널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세련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불규칙한 모양으로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눈길을 끈다.
내부 역시 기존의 건축적인 요소를 그대로 보존하고 복원했다. 사마리텐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금속 프레임의 유리 지붕은 에펠탑과 같이 철근을 주로 사용했던 아르누보 스타일로 과거 프란츠 주르댕이 의도했던 원래의 모양인 직사각형과 색깔을 복원했으며, 거기에 밝기에 따라 색조가 변하는 전자 크롬 글라스를 추가했다. 내부 설계는 토론토와 뉴욕에 본사를 둔 캐나다 스튜디오 야부 푸셀베르그 Yabu Puchelberg에서 맡았다. 바니스 뉴욕과 홍콩의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을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마리텐의 건축물 양식과 디자인을 실내로 고스란히 들여왔다. 이를 통해 유리 지붕으로 들어오는 광도를 강조해 따뜻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완성했다. 파리의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갈길처럼 테라조와 같은 재료를 선택했으며, 가구는 청동과 기존 장식의 상징적인 회청색을 활용해 파리 시내를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사마리텐 역사의 상징 중 하나인 중앙 계단은 기능적이면서도 심미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전설적인 이 계단의 웅장함을 복원하기 위해 1만 6000개의 금박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세라믹, 270개의 참나무를 사용해 세심하게 개조했다. 또 다른 장관은 젊은 아티스트를 위해 마련한 팩토리 공간일 것이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하얀 콘크리트 벽은 큰 캔버스로 객원 작가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신축 건물을 표현하는 동시에 창조적인 정신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사마리텐에 있는 페로틴Perrotin 갤러리에서는 타카시 무라카미, 파올라 피비, 자비에 베이앙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현재 페로틴 팝업에서는 예술 서적부터 한정판 제품, 예술가의 굿즈 등을 사마리텐 독점으로 만날 수 있다. 150여 년 전 단순히 쇼핑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 바랐던 그 열망이 2021년인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삶의 예술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마리텐은 지역주민은 물론 모든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영감의 장이 되기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