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식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영감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최근식 작가.
유리 제조 공정을 모티프로 제작한 아이홉 ihop 화병.
“영감의 시작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돌이켜보면 예술적 시간의 연속이었고, 디자인을 시작하기 위해 문제를 의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평범한 것은 관점을 달리한다면 특별한 것이 될 수 있었고, 미술은 보는 것이 아닌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8월에 열린 최근식 작가의 전시 <일상의 감각, Farming>에 소개된 글의 일부다. 소개글은 으레 쭉 훑어보고 넘길 법하지만, 작가가 직접 작성했다는 말에 눈길이 갔다. 최근식 작가의 작품을 더 유심히 보게 됐던 건 아마도 그의 글에서 느껴졌던 오랜 시간의 고민 덕분이었으리라. 이탈리아에서 산업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꽤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북유럽 전통 가구를 제작하는 방식을 위해 스웨덴의 예술 공예학교 카펠라고든 Capellagården에 입학한 것. 장인들의 세밀한 제작 방식과 기술을 습득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디자인적인 시각과 실제적인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기에 선택한 행보였다. 스웨덴에는 가구를 제작하는 장인 자격 시험인 기셀이 있다. 통과하면 일명 캐비닛 메이커라는 전문 제작자로 불리게 되는데, 그는 2015년 시험을 통과했다.
스토리지 겸 데스크로 활용 가능한 패싯.
미러 드 미러.
작품에서 세세한 디테일의 조형이 특히나 빛을 발하는 건 이 같은 경험 덕분이다.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제작해 시험에 출품했던 ‘패싯 Facet’은 벽에 걸어 사용하는 스토리지로 제작됐지만, 책상이나 화장대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적 가구다. 그동안 배워온 제작 방식을 차용해 만든 600개 정도의 목제 조각으로 구성된 이 가구는 스톡홀름 퍼니처 페어에 전시되며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같은 해에 그는 무토에서 주최한 무토 탤런트 어워드에서 옆과 뒷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고안한 거울인 미러 드 미러를 선보이며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윽고 스웨덴 밀뫼에서 독립 스튜디오 쿤식 Kunsik을 열면서 가구 등의 제품뿐 아니라 무대 디자인, 공간 연출로도 활동 분야를 넓히며 더욱 자신의 디자인적 세계관을 공고히 해나간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훑어보다 보면 그가 상당히 예리한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경험을 통해 필요성을 찾은 기능, 소소하게 마주한 일상을 마치 힌트를 발견한 것마냥 가구 제작에 있어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평소 가구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혹은 기능이 더해지면 더욱 많은 쓰임새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일상에서 기인한 생각은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게 했다. 이어 바로 작년,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 중 높은 실용성과 조형적인 매력까지 갖춘 디자인만을 아카이브한 ‘코끼리 Kokiri’ 퍼니처라는 이름의 컬렉션 라인을 선보였다. 이렇듯 차근히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있는 그의 다음은 과연 무엇일지, 어떤 일상을 다시금 주목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SE 브리지 컬렉션 벤치.
거울과 가죽을 활용해 차가움과 따뜻함의 대비를 표현한 더 미러.
폰드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