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맹유민, 이화찬 작가는 같은 과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구오 듀오 Kuo Duo를 함께 이끌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향,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단순히 친하다고만 생각했던 부분이 팀워크처럼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언젠가 함께 스튜디오를 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졸업 후 이들은 기존의 관념을 새롭게 넓혀보고 폭넓은 경험을 해보자는 결심으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부터 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저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세실리아 만즈 스튜디오에서 1년 반 정도 있었고, 화찬 작가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폼어스위드러브 스튜디오와 일본 도쿄의 시게키 후지시로 스튜디오에서 1년 정도 있었어요. 옆 나라인 스웨덴과 덴마크를 자주 왕래했는데, 당시 일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힘입어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것을 시작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정말 맥주를 마시면서 가볍게 이야기하다 ‘그래, 오늘부터다!’ 하고 확신을 했죠(웃음)”라며 맹유민 작가가 구오 듀오의 시작을 설명했다.
이들의 작업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자연스러움, 평화로움 그리고 위트다. 이들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도 과연 이것이 자신들한테 자연스러운지 되묻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억지스럽지 않았으면 해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기존의 결이나 가치관이 억지스러운 면은 없는지 또 컬러를 선택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이화찬 작가가 말했다. 이들은 무형적인 것과 내면에서 오는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최근 선보인 피스 피스 Peace Piece 작업도 그렇다. 책을 좋아하는 두 작가는 그간 아카이빙해온 예술 서적을 정리하다 우연히 책장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것들 사이로 울퉁불퉁하고 울렁울렁한 무언가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 시작된 단순한 의문이 매력적인 형태의 북엔드로 탄생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즐거움이나 재미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낼 때 어떻게 하면 이를 적당한 형태로 발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요. 항상 익숙하게 봐왔던 기존의 형태, 예를 들어 북엔드 하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것을 최대한 새롭게 제안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이화찬 작가가 설명했다. 구오 듀오는 이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작업할 사물의 형태를 정한 뒤 평온함과 위트 한 방울을 가미한다. “만드는 행위를 하는 그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겁고 행복해요. 아무것도 없는 판 위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진진해요. 그런 기분을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을 보는 사람들한테도 전해졌으면 해요. 그런 이유로 마음에 평온함을 부여하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입히죠. 작품의 이름도 피스 피스 Peace Piece로 지었고요. 평화로운 조각의 의미로요.” 맹유민 작가가 설명했다.
평소 장난끼 많은 두 작가는 로프가 흔들릴 때의 순간을 포착한 듯한 형태처럼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번 웃음짓게 만드는 위트를 강조했다. 구오 듀오는 활동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기에 지금은 북엔드나 바스켓 등 핸디하고 작은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지만, 점차 확장된 피스 피스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또한 유럽에서 열리는 작은 기획전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조만간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라며 부푼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시를 위해 제작했지만 현재 화기를 올려두는 화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클러스트.